Cyphers

  • [소설]자넷클레-Die Honigmilch Und Grüne Tee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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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루펜 [29급]

2013-06-28 02:08:30

 

 

 

 

자네트 클레어인데 딱히 ♡라던가 X라던가는 없는듯

그래도 여성캐릭만 나오는 순정물이 좀 아니다 하시는 분은 뒤로 돌아가주십사-.-a

 

 

 

 

 

Die Honigmilch Und Grüne Tee

 

(허니밀크 & 그린티)

 

 

 

 

 

 

# Prologue

 

  요즘 들어 그 집의 아침은 독특한 부조화로 시작된다. 거품을 낸 허니밀크를 만들기 위해 밀크팬에서 거품기가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와 로젠탈 티세트의 나직하고 맑은 달그락 소리가 어우러지고, 박하꽃을 넣은 녹차의 약한 청신향과 우유향이 함께 피어오른다. 다른 한 사람의 의향은 정확하지 않지만,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그것을 이미 일상으로 받아들인 모양이다. 하여튼 그 당사자의 행방은?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녹차가 담긴 잔을 들고 거실 창가로 갔다. 그녀의 시선은 오래지 않아, 빌라 앞 산책로 사이를 다급히 헤엄치듯 출렁이는 금발과 그 주인을 포착했다. 요 며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시간차다. 건물의 사각(死角)으로 이내 그 모습이 숨었지만 일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나타났다. 바로 그녀의 집 현관을 통해서.

 

 

  "자네트 씨, 좋은 아침!"

  "음."

 

 

  이른 아침 운동으로 물기를 머금고 광채가 나는 클레어의 얼굴을 보며 크리스티네 프리츠, 현재 대부분의 사람에게 있어서 자네트로 일컬어지는 여성은 고개를 끄덕하고는 다시 부엌으로 갔다. 허니밀크가 끓기 직전이었다. 불을 끄고 우유에 좀 더 거품을 내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클레어는 아침 인사보다는 조금 의기소침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트 씨, 역시 너무 번거롭지 않나요? 안 해주셔도 저는 정말 괜찮아요."

  "나 역시 신경 쓰지 말라고 했으니 더 말하지 말아라."

 

 

  말인즉 허니밀크를 만드는 번거로운 일이었다. 자네트에게서 '손님에게 부엌을 쓰게 하는 것은 싫다.'는 말을 직설적으로 들은 이후로 클레어는 아침 여흥을 당분간 포기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자네트는 이미 클레어에게서 '아침에 커피나 차 대신'이라는 변명을 부탁으로서 접수해버렸던지라 이미 5일째 그 일을 하고 있었다. 높은 신분의 집주인에게 번거로움을 안기도록 종용해놓고 '마음 편히 지내도록.'라니, 이런 것이 마이페이스인가.

 

 

  물론 클레어는 자네트가 그 번거로운 행위를 담담하게 즐기고 있다고는 추호도 생각지 못할 것이다. 엄격하고 인간미 부족한 목소리로 경고한 것은 단지 핑계였다는 것도. 사실 클레어에게 부여된, 집안일보다도 더 중요한 금기사항은 따로 있었다. 혼자서 이십 분 이상 소요되는 외출을 해선 안 된다는 것.

 

  처음 이 집에 온 날 그녀는 자네트에게 이유를 물었다. 현재까지 대답은 이랬다. "'우리'도 속히 너에게 대답을 주고 싶다. 하지만 현재는 네게 전해줄 수 있는 게 없구나."

 

 

 

 

 

 

 

 

 

 

 

# 1

 

 

  크리스티네 프리츠가 클레어에게(뿐만 아니라 매일 스치고 마주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말하지 않고 있는 것은 많았다. 이름, 출신지와 가족관계, 그리고…….

 

 

  아악, 아아악, 레이피어가 신체를 찌를 때마다 마치 초인종처럼 동일한 억양과 옥타브로 비명이 나왔다. 크리스티네 프리츠, 아니 일단은 자네트 역시 무감정하게 대응했다. 주인 없는 집의 초인종을 누르듯 클론의 신체를 공격해 비명을 유발했다. 다시는 그 소리가 나오지 않을 때까지.

 

 

  그녀가 보이는 검무의 유려함이 아까울 정도로 무참하고 비정한 상황이었다. 일루전에서 채 십여 블록도 떨어지지 않은 좁은 길목은 관통상을 입고 널브러진 클론들이 즐비했다.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반이중 통신기를 꺼내 버튼을 한 번 누르고 거기에 대고 말했다.

 

 

  “여기는 ROSE. 양산형 클론의 동작 저지 임무 목표수효 초과. 귀환 지시를 요청한다.”

 

  약간의 노이즈와 함께 귀환 지시가 내려왔다.

그녀는 통신기를 끄고 자신의 임무 결과를 냉정하게 훑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클론을 인간이나 정상적인 생명체로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그것들을 가리켜 ‘죽었다.’ ‘죽였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반드시 클론을 해치우면서 그들, 아니 그것들의 ‘동작을 저지한다.’고 말하곤 했다. 깊게 생각하지 않는 자들이 대부분이었지만 굳이 그러한 자네트의 단어 사용을 의식한 자들은, ‘독일어의 정확한 언어문화를 고수하려는 것’이라고 견해를 내곤 했다.

 

  실상은? 방금 자네트가 임무로서 공격했던 클론들의 외형을 보면 알 수 있다.

 

 

  ‘원형(原形)’과는 달리 비비드 톤이 아니라 조금 짙은 색의 복장을 하고 있다. 그 복장이라 함은 응원단의 탑과 미니스커트. 그리고 약간 층을 낸 발랄한 금발에 사랑스러운 용모. 바로 GHEERGIRL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그것들을 향해 살의를 표출하고 싶지 않았다. 생명체로 인정하거나 그것들의 ‘원형(原形)’과 어떠한 연관도 지을 생각이 없었다. 소녀티를 벗지 못한, 아니, 크리스티네 프리츠의 마음속에서 언제까지나 소녀로 고착화하고 싶은 그 아이의 모습을 빌은 병기(兵器)라니. 클레어라는 한 인격체의 존엄성을 침해하는 클론들에 대한 걷잡을 수 없는 파괴욕이 일어났다. 의무감이라고 불러야 더 맞을 것 같았다.

 

 

  대체 어떤 경로와 방식으로 이것들은 양산되었을까? 클레어에 관한 회사측의 신변 조사와 몇 개월에 걸친 정탐 기록에 따르면 그녀에게 의료사고나 장기입원, 납치 등이 일어난 바는 없었다. 클론 양산에 걸리는 기간을 고려해 근 몇 달 간의 클레어의 행적을 살폈지만 눈에 띄는 신변 위협이나 사건도 없다고 결론이 났다. 어떻게 클레어의 유전 정보를 강탈해서 클론을 양산했단 말인가? 클론이 출몰한 적이 있는 강화인간 STARLIGHT나 RABBIT의 사례는 원형(原形)이 되는 인간이 클론 양산에 직접적으로 이용당했다고 하지 않는가. 당사자는 보호하는 한편 총체적인 작전 자체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클레어 본인에게 직접 질문하는 조사는 물론이요, 작전 내용에 관해서도 알려주지 않고 있었다.

 

 

  물론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기밀유지 강령이 해제된다 해도, 가능하다면 작전이 공식 종료된 이후라 해도 지금 자신이 만들어낸 풍경에 대해 어떤 말도 하지 않을 생각이었다. 분명 자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회사에 투신한 자다. 진실은 아름답고, 설사 추악한 모습으로 삶을 향해 펼쳐진다 해도 그 본질은 숭고한 것이라 여겼다.

하지만 첫 작전 회의 때 어두운 세미나실 안에서 홀로 밝게 빛나는 스크린에 자리한 소녀의 사진을 보고, 또 며칠 뒤 앨리셔의 손에 이끌려 온 그 실체를 대면하고, 이른 아침에 부엌에서 거품기를 들고 소란을 피우는 모습을 보며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알아버렸다. 진실보다 더 아름다운 것도 세상에 있다는 것을. 그것도 더 구체적이고 앙증맞은 모습으로 말이다.

 

 

  “자네트 씨!”

 

  착잡한 표정으로 서 있던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갑작스레 들려오는 클레어의 목소리에 크게 당황했다. 그러나 곧이어 발생한 노이즈음으로 인해 그것이 무전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녀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버튼을 누른 뒤 회답했다.

 

  “스미스 양. 무슨 문제가 생겼나?”

 

  치직-

  “네! 클레어라고 부르신다고 했잖아요!”

 

  치직-

  “그랬군, 클레어. 무슨 일이지?”

 

  치지직-

  “오늘 방과 후 활동이 캔슬됐어요. 하교가 빨라질 예정인데 어떻게 하죠?”

 

  치직-

  “괜찮다. 시간 맞춰 데리러 갈 테니. 혼자 귀가하지 말고 친구들과 함께 기다려야 한다.”

 

 

 

 

 

 

# 2

 

  검정색의 벤츠가 걸스쿨 인근의 아기자기하고 화사한 도로를 주행하는 모습은 어쩐지 생급스러웠다.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클레어가 다니는 학교 정문에서 두 블록 떨어진 곳에 정차하고 정문을 주시했다. ‘예체능 특성화교육 단기 교환학생 프로그램’이라는 다소 복잡한 이름이 클레어가 이곳에 있는 명분이었다.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는 저스티스 리그 소속이었다지. 생각하던 와중에 크리스티네 프리츠의 시야에는 한 무리의 여학생이 포착되었다. 그녀들은 웃음을 연발하면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는데, 그 가운데 특히 쾌활하고 생기발랄한 금발의 소녀가 있었다.

  그녀, 클레어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벤츠를 발견하고는 친구들과 무슨 말을 주고받더니 인사를 했다. 클레어는 길을 건너 다른 블록 모퉁이로 돌아갈 때까지 양손을 흔들다가, 그네들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자 벤츠를 향해 종종 뛰어왔다. 아름답지만 약간의 부조화인 ‘벤츠, 그리고 묘령의 미녀’에 ‘발랄한 여고생’까지 더해졌다.

 

 

  “자네트 씨, 언제 왔어요?”

 

  “많이 기다리지 않았다. 클레어.”

 

  “다행이네요. 헤헤. 그런데 자네트 씨. 바로 집에 가야 하나요?”

 

  “그렇지 않으면?”

 

  클레어는 애원하는(자네트의 입장에서는 애교인 듯하지만) 어조와 표정으로 말했다.

 

  “오늘은 방과 후 활동 안 해서 이제 겨우 세 시잖아요.”

 

  아까 그 친구들이라도 다시 볼 심산인 것인가, 그렇다면 연락을 할 때 미리 말하고 허락을 구하면 될 것을. 그렇게 무심한 계산을 하는데 의외의 말이 들려왔다.

 

  “잠시 카페에라도 들렀다 가는 게 어때요? 우유푸딩이 맛있는 집 있어요. 제가 쏠게요오.”

 

 

 

  그런 연유로, 주차할 곳을 찾느라 다소 애를 먹었다는 점, 차는 (감히) 티백으로, 티컵도 예열하지 않고 내왔다는 점 등 불만요소가 많은 베이커리 겸 카페에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앉게 되었다. 하지만 그 말대로 우유푸딩은 굉장히 맛있었다. 코코넛 향이 미미하게 깔려서 우유의 고소한 향을 더 짙게 띄워 주고 아주 은은하게 단맛이 났다. 산뜻한 식감을 즐겨 유제품을 그다지 찾지 않는 그녀였거늘, 녹차에 불만을 갖고 반대로 우유가 들어간 게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이 새삼스러웠다. 실상은 자신의 맞은편에 앉아 있는 소녀로 인해 기분이 고조되어서일지도 모르지만. 클레어 역시, 평소에도 발랄하긴 했지만 오늘은 제대로 하이텐션인 것 같았다.

 

  “그래서요, 저희 팀이 시 대표로 나가서 연방 응원대회에서 2위를 했거든요. 오늘 점심시간에 연락이 왔어요. 시상식은 다음 주예요. 오늘 기념하려고 하다가 그보단 시상식 후 축하파티를 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 했어요.”

 

  “그렇군.”

 

  “오늘 활동을 쉬는 건 그것 때문이에요. 다들 신이 나 있거든요. 이 기세로 오늘 열심히 뛰자고 할 생각이었는데 다들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았어요. 사실 저도 좋긴 하지만요. 그래도 처음 이후로 자네트씨랑 저랑 맨날 아침저녁에만 집에서만 봤는데 밖에서 같이 노니까 좋네요. 저만 그런가? 어때요? 아, 그 우유푸딩 맛있죠? 그래도 전 자네트씨가 해주는 허니밀크도 정말 좋아요. 별로 안 해보셨다면서 어떻게 그렇게 딱 제대로 만들 수가 있어요?”

 

 

  마치 병아리처럼 생명력을 발산하며 밝게 재잘거리는 모습을 보며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자신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는 사실도 자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아 맞다. 시상식 말인데요. 다음주 목요일에 학교 마치고 나서 할 거고 시상식 후에 3위까지의 팀은 다시 그라운드에서 대회 때 했던 쇼를 다시 보여준대요. 아마 그날은 늦을 건데, 괜찮을까요?”

 

  학교 팀원들과 관계자들이 있을 테고, 뒤풀이까지 간다면 거기에만 미행을 붙이고 자신이 데리러 가면 될 것이다. 그렇게 생각한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순순히 응낙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대답에 클레어가 활짝 웃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저……, 자네트 씨.”

 

  무언가 생각하다가, 방금 전에 비해 조심스러워진 어투와 표정으로 다시 자신을 부르는 것에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조금 미심쩍음을 느꼈다.

 

  “왜 그러지, 클레어? 갑자기 얼굴빛이 어두워졌군.”

 

  “아, 죄송해요. 그렇지만 역시 여쭤보고 싶어서요.”

 

  “무엇을?”

 

 

  묻긴 했지만 어떤 질문을 할지는 대충 짐작이 갔다. 웃음을 잃지는 않았지만 아까에 비해 조금 힘이 빠지고, 막연한 미래에 대해 번민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여린 모습을 내비치는 클레어의 모습이 자네트의 시야를 통해 들어와 가슴속을 눌렀다. 클레어는 목소리를 낮추고 조곤조곤 물었다.

 

  “저, 제가 이런 말 한다고 해서 절대로 자네트씨가 저를 지금 보호하고 있는 게 싫다거나, 자네트씨가 싫다거나 하는 건 아니에요. 아셨죠?”

 

  “물론이다.”

 

  아니, 나는 네가 나를 성가셔 해도 괜찮단다. 그런 것쯤은 감내할 수 있어. 네가 무사하다면 말야.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그런 자신의 속내를 감추고, 어린 소녀에게 신뢰를 주기 위한 비즈니스적인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클레어는 안심한 듯 살짝 웃고서 말했다.

 

  “아직 제가 보호받아야 하는 이유를 제대로 말씀해주실 수 없는 거죠.”

 

  “……미안하구나.”

 

  “아니, 아니에요! 전 자네트씨가 사과하길 바라고 그러는 건 아닌걸요.”

 

 

  클레어가 열심히 손을 내저으면서 자네트의 말을 사양했다. 약간 씁쓸한 빛이 감돌던 자네트의 푸른 눈동자가 아래로 내리깔렸다가, 카페 창 밖으로 향했다. 학생들은 흩어지고 대부분의 직장의 퇴근시간은 멀었는지라 나른하고 한산한, 능력자나 분쟁으로부터 한 발짝 물러서 햇살에 내맡겨진 거리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그러나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그런 풍경을 바라보면서도 이 이후로 다가올 밤과 곧 짙어질 안개가 자신의 시야에 덧씌워질 것 같았다. 거기까지 생각하자 그녀의 눈빛은 조금 단호해졌다. 그녀는 클레어를 다시 응시하고, 잠시 고심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이유라…….”

 

  “네?”

 

  “그래, ‘이유’는 네가 원한다면 이제 말해줄 수 있을 것 같구나. 하지만 너도 대강 짐작은 했을 거야.”

 

  “…….”

 

 

  그것은 사실이고 또한 당연했다. 단편적으로는 짐작하지 못할 것도 없었다. ‘능력자니까.’라는 것도 있고 보호를 한다는 건 필연적으로 위협이 뒤따르기 때문이 아닌가. 다만 클레어는 조금 자세한 설명이 보태지길 바라는 것뿐이었다.

 

  “너를 비롯한 이 나라에 있는 몇 명의 능력자들을, 특히 여성이나 미성년들을 몇 명 보호하거나 감찰하는 중이라는 건, 처음 만날 때 알고 있었겠지. 캘런 양이 이야기를 해 줬던가?”

 

  “네. 앨리셔가 말했어요.”

 

  “우리가 그렇게 너희를 보호할 필요를 만든 불온세력에 대해 대강은 파악을 했단다. 네게는 아직 아무 일도 없었지만. 다른 사원이 보호 중인 아이 몇에게는 그 불온세력이 손을 뻗쳤었다.”

 

그 말을 하는 동안 크리스티네 프리츠의 표정이 자신도 모르게 딱딱해졌고 클레어 역시 약간 긴장한 얼굴이 되었다.

 

  “다행히 비극적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단다. 보호에 들어간 상태였기에 그들은 무사했고 오히려 그 실행범들에게서 약간의 단서를 얻었지. 지금은 그 조사에 진전이 어느 정도 보이고 있는 상태야.”

 

  “그렇군요. 그들은 대체 누구고 왜 그런 짓을 하는 걸까요.”

 

  “…….”

 

  역시 그 부분은 크리스티네 프리츠로서는 말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유는 말할 수 있어도, ‘목적’은 밝힐 생각이 없었다. 바로 몇 시간 전의 지옥이 떠올라 그녀는 눈을 꾹 감았다. 클레어는 걱정이 서린 표정으로, 아직 어린 능력자가 생각할 법한 두루뭉술한 판단을 표출했다.

 

 

  “역시 능력자들, 특히 어리거나 여자인 능력자들을 노려서 데려다가 나쁜 일에 이용하려는 거겠죠.”

  “그렇겠지. 특히 어딘가 뚜렷한 집단이나 소속이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려는 능력자들을 말이다.”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클레어에게 동조했다. 그것은 클레어의 짐작이 틀리지 않았다는 뜻도 되었지만, ‘그들’의 목적에 대한 심층적인 고민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했다. 수심에 잠겨 있던 클레어는 그래도 낙천주의자답게 미소를 되찾으면서 말했다.

 

  “하지만 자네트 씨나 회사 분들이 애쓰고 계시니까 머잖아 해결되겠죠. 하루빨리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정체모를 위험에서 벗어나면 좋겠어요. 그리고 자네트 씨.”

 

  “음?”

 

  눈을 내리깔고 어둡고 냉랭한 표정을 짓고 있던 자네트는 클레어의 부름에 고개를 들었다. 진녹색 홍채에 오후 햇살이 스며들어 반짝이면서 포근함을 자아내는 소녀의 눈에는, 맞은편의 상대를 향한 깊은 심려와 신뢰가 담겨 있었다.

 

  “자네트 씨도, 이 일을 해결하는 동안 다치거나 하지 않았으면 해요. 꼭 몸조심하셔야 해요.”

  자네트는 또다시 미소짓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눈앞의 소녀에 대한, ‘사랑할 수밖에 없다.’는 세간의 정평 역시 수긍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역시 기온차가 심한 절기다. 어제 오후는 야외에서도 그렇게 따사로웠는데 오늘 아침은 침실의 공기도 냉랭했다. 몸이 찌뿌듯함을 느끼며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일어나 샤워하고 옷을 갖춰 입었다. 그리고 자신의 방에서 나온 그녀는 생각했다. 집안이 평소답게 너무 조용하지 않은가. 근래에는 ‘평소답지 않게’ 집안에 한 사람분의 온기와 소음이 더 있었으니까. 요즘의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클레어가 잠시 운동을 하기 위해 집 현관문을 열고 나갈 때 잠이 깨었는데 오늘은 그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늦잠을 자는 것인가.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허니밀크를 만들어서 작은 쟁반에 머그잔을 받쳐 들고 클레어가 있었던 방문을 노크했다.

 

  “클레어, 일어날 시간이다.”

 

 

  참을성 있게 한 번 더 노크를 했는데 응답이 없었다.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방문을 열어 보았다. 문을 당겼는데 방안에서 끼쳐온 공기에 따스함이 전혀 없는 것이 느껴진 순간 크리스티네 프리츠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문을 완전히 벌컥 열어젖혔다. 그녀를 맞이하는 것은 단지 공허(空虛)였다.

 

 

 

 

[To be continue]

 

 

미방?썸네일?은 훼뱅마인님 그림입니다.

원래 리퀘였는데 대단히 호응을 해 주셔서 수치를 무릅쓰고orz공홈에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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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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