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팬픽션)Remember The Brok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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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2-01 20:58:42
Prologue '시간의 전주곡'
소녀는 손에든 금색시계의 뚜껑을 열어 보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분주하게 움직이던 3개의 바늘은 소녀의 아버지가 잠시 시계를 가져간 뒤로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는 움직일 줄을 몰랐다. 소녀의 아버지가 일부러 시계를 멈춰버린 까닭이다.
소녀는 이유를 물어 보았지만 소녀의 아버지는 ‘내일 알려줄게’ 라는 말 이외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소녀는 참을성이 많은지라 아무것도 묻지 않고 거실의 소파에 앉아 궁금한 것을 꾹 참고 소녀의 아버지가 입을 열기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똑같은 이유로 소녀의 여동생과 오빠가 긴장한 얼굴로 아버지를 쳐다보고 있었다.
오랜 침묵을 깨고 소녀의 아버지는 입을 열었다.
“...........너희도 알다시피 우리 가족은 지금 목숨이 위험한 상태다.”
남매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바로 3일전만 해도 복면을 뒤집어쓴 괴인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노리면서 집안으로 쳐들어 왔기 때문이다.
소녀의 아버지는 강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공격당한 것이 벌써 5번째다. 거기에 시간이 갈수록 적들의 움직임은 빨라지고, 위협적인 공격을 해댔다. 이틀 전만 해도 검을 시퍼렇게 물들이고는 검에서 이상한 것을 날려대던 자가 30명이나 쳐들어 왔을 때도 소녀의 아버지는 고전을 했었기 때문이다. 더 이상은 무리라고 판단한 소녀의 아버지는 이틀의 시간을 두고 무언가를 하기위해 분주하게 움직였었다. 소녀의 시계를 가져간 것도 그 일에 포함되는 것이었고 말이다.
“모든 준비는 끝났다. 너희들 모두 이것을 받거라.”
소녀의 아버지는 남매를 손짓으로 불렀다. 그리고는 주머니에서 눈꽃무늬 펜던트를 소녀의 오빠에게, 소녀에게는 청백색 로사리오(Rosario)를, 마지막으로 소녀의 여동생에게는 소녀가 가지고 있던 금색시계를 전해주었다. 남매가 다시 자리로 돌아가자 소녀의 아버지는 창문을 잠시 쳐다보더니 말을 이었다.
“이제 조금 있으면 저기 밖에서 우리를 감시하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집안으로 쳐들어 올 것이다. 너희는 저기.....”
소녀의 아버지가 앉아있던 의자의 손잡이를 비틀자 벽난로의 바닥이 뒤집어지더니 타고잇던 장작들은 옆으로 치워지고는 지하로 이어진 계단이 나타났다.
“저 비밀통로를 통해 밖으로 도망쳐라. 나는 너희 엄마와 집에 남겠다”
소녀의 오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벌써 23살이다. 그의 아버지가 한말이 무슨 의미인지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방금 아버지가 한 말은 자신과 그의 어머니가 추격자들의 시선을 잡아둘테니 최대한 멀리 도망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는 뜻을 눈치를 못 챌 정도로 둔하지는 않았다. 그말은 즉 그의 부모님은 남매가 도망치는 시간을 목숨과 바꾼다는 이야기니까. 다행히 막내 동생은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녀의 여동생의 손을 잡아끌었다.
“가자, 시간 없어.”
소녀는 자신의 손을 잡아끄는 그녀의 오빠를 보고는 이내 창문 밖을 살피는 그녀의 부모님을 보았다.
“그치만......엄마랑 아빠는?”
“....나중에 오실거야. 어서가자.”
“언제?.....언제오시는데?”
소녀는 불안한지 선 자리에서 계속 그녀의 오빠에게 묻기만 했다. 소녀의 오빠가 뭐라고 할 말을 잇지 못하자 소녀의 어머니는 소녀를 돌아보고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일곱 번만 자고나면 엄마랑 아빠가 찾아갈게, 알았지? 우리 착한 딸. 엄마아빠 걱정하지 말고 어서 가.”
소녀는 엄마가 말하자 그제야 마음을 놓고는 그녀의 오빠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창문으로 시선을 돌리는 그녀의 뒤에서 소녀가 외친 말이 지하통로의 벽을 타고 메아리가 되어 울려왔다.
“꼭 와야해!!!! 엄마!!! 아빠!!! 꼭!!! 와야해!!!!!! 기다릴게!!!!!!!..........다릴게.........릴게............”
소녀의 외침을 들은 소녀의 아버지와 어머니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렀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약속을 할 수밖에 없는 그들의 마음은 찢어지는듯했다.
어둡고 습한 터널을 지나자 다 낡아 빠진 나무문이 나타나자 소녀의 오빠는 대뜸 문을 걷어차자 문이 격한 소음을 내며 나가 떨어졌다.
“탈출한건가?”
그는 집이 있을법한 방향을 뒤돌아보았다. 집이 있는 방향에서는 연신 폭음이 들려오며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눈에 안보여도 훤하다. 그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최대한 도망치는 것뿐이다. 그렇게 판단한 그는 집의 반대방향으로 향했다.
“어디가나? 우리 꼬맹이들”
소녀의 오빠의 앞에 회색로브를 뒤집어쓴 두명의 중년남자가 길을 막으며 물었다.
“.......저희를 쫓아온겁니까?”
“아니, 여기서 쭉 기다렸지. 언제나오나 목이 빠지는지 알았다고.”
작은 체구의 중년남자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후드를 뒤집어써서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어쩔거지? 죽일건가?”
큰 체구의 중년의 남자가 품에 손을 넣으며 물었다. 총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하지만 작은 체구의 남자가 손을 들어서 제지했다.
“아니야, 이 녀석들로 아주 재미있는 연극을 짰거든. 이녀석들 부모도 그 연극을 봐야하니까 죽이지 말라고 했어.”
큰 후드의 남자는 작은 체구의 남자를 잠시 보더니 한숨을 쉬고는 품에서 손을 빼더니 이내 뒤돌아서서 걸어갔다.
“멋대로 해라. 어차피 내기를 했으니 내가 귀찮다고 말려도 소용도 없을 거 같고”
“그럼, 잘 생각했어.“
작은 체구의 남자는 큰 체구의 남자가 가버리자 아이들을 보며 말을 했다.
“자자, 들은대로 너희 부모님은 살아계실게다. 하지만 너희가 말을 듣지 않으면 글쎄? 어떻게 될까나??”
“죽이겠죠.”
루이스의 등에 업혀있던 소녀의 여동생이 말했다. 소녀의 동생은 5살이라는 나이에 무색하게 어른스러웠다. 작은 체구의 남자는 의외라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허헛. 어린 아가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믿기지 않는구만. 탈로스의 막내딸이 천재라고 하기는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구만.”
“원하는 게 뭐죠? 연극이라면 우리를 광대로 만들어서 노에로 판다는 건가요?”
소녀의 여동생은 본론을 직접 물었다. 죽이지는 않고 연극을 시킨다는 그것 밖에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니야, 아니야. 너희는 그저 지금 하나면 된단다. 가만히 있으면 돼”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가 손을 공중에 휘젓자 이상하고 복잡한 글자들이 빛을 내며 원사이로 떠돌아 다녔다.
“그렇게 하면........”
남자가 손을 다시 휘저어 아이들을 가리키자 글자들이 중앙으로 모여들어서 푸른 빛줄기가 되어 아이들에게 쏘아졌다.
소녀는 눈앞의 세상이 뒤집어지며 접혀지는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이 들었다. 소녀의 눈앞에서 세상은 이리저리 비틀리다가 뒤집어지기도 했다, 소녀가 어지럽다고 생각하며 정신을 잃어갈 때 로브를 뒤집어 쓴 남자가 중얼거린 말이 소녀의 귀를 스쳐갔다.
“........시간이 너희를 무대로 불러낼 테니.”
제1장 만남
세계 사람들이 흔히 알고 있듯이 프랑스 사람들은 대개 먹고, 입는 것을 중시하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식생활과 의생활에 문화가 발달했기에 프랑스의 귀족출신 재벌들은 너도 나도 의류, 외식사업에 투자했다.
프랑스의 수도 파리에 사는 프랑스인들에게 이런 재벌들 중 가장 성공한 귀족을 꼽으라면 너도 나도 르 블랑가를 꼽는다. 아무래도 의류회사의 재력도 프랑스내의 회사들 중에서도 손가락 안에 꼽히는 데다 대외적으로 이미지도 좋기 때문에 가장 성공한 귀족이라고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가주인 라울 르 블랑이 불미의 사고로 사고사(많은 사람들은 라울이 살해당했다고 굳게 믿고 있지만)하기는 했지만 아내인 레이라 르 블랑이 회사를 이어받아 무리없이 경영하기에 프랑스 사람들은 아직까지 프랑스 최고의 재벌은 르 블랑가문 이라고 말한다.
물론 딸이 능력자에다 통제불능인 말썽꾸러기라는 큰 변수가 있지만 주위 사람들은 르 블랑가의 장녀는 그녀의 아빠를 능가할만한 가능성이 있다고 단언하기에 뿌리를 깊게 틀어박은 르 블랑가문이 앞으로 몇 세기 동안 프랑스의 대재벌인건 확실하다고 여론은 단정 짓고 있었다.
물론 저기 웅장하게 솟아있는 르 블랑가의 저택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안다면 달라질지도 모르지만.
-와장창창
르 블랑가의 저택, 그것도 공작부인의 방에서 무언가 뒤엎어지는 소리가 중앙 홀을 울렸다. 이 저택에서 생활하는 사람이라면 무엇 때문에 나는지 알 법한 소리다.
'이번에는 도자기라도 깨엎었나'
공작부인의 옆방을 청소하던 하녀가 한숨을 내쉬었다.
-쿠당탕탕
'테이블을 엎었구만. 이번에는 카펫에 와인이 안쏟아졌으면 좋겠다.'
지난번에 실수로 배달부가 와인병을 비싼 동방에서온 카펫에 떨어뜨려서 얼마나 고생했었던가,
이번에는 그냥 잡동사니만 엎었으면 좋겠다고 하녀는 하나님에게 기도했다.
물론 아직까지 기도가 이루어진 적은 없지만 말이다.
-쨍그랑
".........."
기도고 뭐고 이놈의 집구석은 하나님의 구역이 아닌가 보다고 하녀는 중얼거렸다.
저 저택을 뒤집어 깨부수는 소리가 뭐냐하면 이 저택의 꼬마숙녀-말이 좋아 숙녀지 하녀들 사이에선 꼬마 물귀신이라고 불리는-마를렌 르 블랑이 저택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고 공작부인이랑 한바탕 싸움질 하는 소리다.
물론 물건을 깨부수는 상황은 오늘이 처음이긴 하지만.
하녀는 일주일에 한번씩 집안을 지옥으로 만드는 꼬마 물귀신과 무슨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갑자기 물건을 집어던지는 공작부인을 속으로 욕하며 닦던 도자기를 마저 닦기 시작했다.
".........아직도 잘못했다는 생각이 안드니?"
난장판이 된 방 안에서 공작부인이 울그락불그락한 얼굴로 마를렌을 쏘아보았다.
테이블은 물구나무를 서고있고. 와인병은 -어떤 하녀의 기도에도 불구하고-반토막이 난채로 카펫에 부셔져 있었다.
예절을 중시하는 귀족가문에서 이정도로 난리법석을 칠 정도면 보통일은 아니리라.
한쪽 구석에서 이를 지켜보던-실상은 공중제비 도는 테이블을 피해있던거지만-집사장 윌슨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공작부인이 이 정도로 화를내는건 처음보기 때문이다.
스미스도 속으로 마를렌이 공작부인에게 용서를 구하기를 신에게 간절히 빌었다. 물론 소용없다는건 알고있지만.
".........제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요?!"
스미스의 기대를 져버리고 당돌한 얼굴로 공작부인을 쏘아보며 마를렌이 대꾸했다.
"팽송백작에게 선물로 줄 그림을 전부 물로 적셔서 망쳐놓고는,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잘못이 없다고 말할셈이니 마를렌?!"
팽송백작은 르 블랑 공작의 오랜친구이자 르 블랑가의 중요한 사업파트너이다.
그런 백작이 50번째 생일을 맞아서 공작부인은 선물로 공작부인이 한달동안 손수 초상화를 그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 그림을 마를렌이 비눗방울 놀이를 한답시고 방안을 물바다로 만들어 버려서 망쳐놓은 것이다.
하지만 팽송백작이 중요한 사업파트너라는 사실이고 뭐고 마를렌에게 관심거리가 될 리 없었다.
열 몇살짜리 여자아이에게는 팽송백작은 그저 가끔 집에 놀러오는 아저씨 이상도 이하도 아니였으니까.
"그 아저씨 그림이야 화가 구해서 다시 그리라고 하면 되지뭘,
엄마가 그린건 너~~~무 못그려서 내가 다 지워버렸으니까 팽송아저씨는 나한테 고마워 해야될껄요?!"
말을 마치자마자 얼굴이 시뻘게진 공작부인을 뒤로하고 마를렌은 방문을 세게 닫아버리고 나갔다.
".....스미스??"
".........옛?!!"
멍청히 있던 윌슨에게 백작부인이 말을 하자 잔뜩 긴장한 윌슨이 대답했다.
"마를렌에게 한달 동안 외출금지 명령을 내리겠어요. 그리고 그동안 절.대.로 비눗방울 놀이는 금지입니다. 알겠어요?!"
".........예!!!"
대답을 마치자 마자 총알처럼 윌슨이 튀어 나갔다.
".............하아......"
난장판이 된 방안에서 그나마 멀쩡한 소파에 대충 걸터앉은 공작부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걸터앉은 의자에 앉아서 공작부인은 난장판이 된 방안을 둘러보았다. 예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는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방을 보며 공작부인은 다시 한 번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마를렌의 아버지인 라울 르 블랑이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자 그녀와 마를렌은 아무것도 아닌일로 자꾸 부딪히기만 했다.
마를렌은 공작부인이 자신이 좋아하는 과자를 먹는다는 이유로 저택 3층 복도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렸고, 공작부인은 마를렌이 방안에서 비눗방울을 불면서 놀았다는 이유만으로 3개월 동안 외출금지를 명하기도 했다.
그만큼 두 사람 모두 아무 이유도 없이 서로를 지나치게 미워하기 시작했다. 차이점이라면 공작부인인 레이라 르 블랑은 자신이 이러는 이유를 알고 있다는 것이고 마를렌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마를렌이 굳이 집안에서 비눗방울 놀이를 하는 이유도 아빠와 같이 놀았던 그 추억을 잊지 못해서 그런 것이라는 것도 자신과 자꾸 부딪치는 이유도 아빠와는 다르게 딱딱하게 가르치려고만 하는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 때문이란 것도 레이라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먼저 가버린 라울의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서는 강해질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던 그녀기에 이런 일들은 불가피한 것이라고 단정 지었지만 마를렌의 저런 모습을 볼때마다 죄책감이 들었다.
죄책감을 감추기 위해 계속해서 마를렌을 혼내고, 야단치는 자신은 정말이지 세상에서 가장 못된 엄마라고 공작부인은 생각했다.
“이러다가 마를렌이 비뚤어진다면............내 책임이겠지.......”
레이라는 고개를 젓고는 이내 어질러진 방을 손수 치우기 시작했다. 아수라장이 된 방을 청소하는 것처럼 어지러운 머릿속도 같이 정리하며.
야심한 밤. 르블랑 저택 4층 복도의 끝방, 그곳에서는 마를렌이 잠도 자지않고 외출복을 그대로 입고는 창문을 통해서 저택을 엿보고 있었다.
“10시 50분, 이제 저기서......”
마를렌이 작게 손가락을 퉁기자 1층의 복도 끝부터 전등이 거지기 시작했다.
“소등을 하기 시작하고.....이제 저기서는.....”
마를렌이 시선을 돌린 3층 중앙홀의 그림자가 사라지면서 불이 꺼졌다.
“집사가 자러 가겠지. 자 이제 움직일 시간이다.”
마를렌은 화장대 서랍을 열고는 닥치는대로 여행용 배낭에 쑤셔 넣었다. 화장품이랑 관계없는 물건이 대다수인걸 보아하니 이미 서랍을 다른 물건으로 채운 듯 했다. 물건을 전부 쓸어 넣고는 배낭을 잠그고는 마를렌은 방문을 조용히 열었다. 복도는 이미 소등을 해서 어두컴컴했다. 마를렌은 주위를 살피고는 가방을 짊어지고 조용히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또각또각
워낙 주위가 조용한 탓에 마를렌의 에나멜 구두소리가 계단과 복도에 울렸다.
‘신발을 벗어야 하나?’
마를렌은 신발을 쳐다보다가 주위를 다시 한 번 살펴보고는 이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주위에 사람도 없고 구두를 벗으면 발만 시리다고 생각했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걸어 내려갔다.
이내 저택 후문에 도달한 마를렌은 보수 중이었던 뒷담을 대뜸 걷어 차 버렸다.
아직 굳지 않은 담장은 마를렌의 발길질 한번에 우르르 쏟아져 내렸다.
마를렌은 무너져 버린 시멘트를 밟아 뛰어넘었다. 시멘트더미가 높지 않아서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있었다. 마를렌은 담장에 신발에 묻은 시멘트 덩어리를 털어내고는 공작부인의 방 쪽을 쳐다보면서 말했다.
"흥, 잘 먹고 잘 살라지."
외출금지에다 비눗방울 놀이 금지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다. 유일한 자유시간을 다 뺏어버리면 하루종일 예절교육이나 받으라는 소리 아닌가.
맨날 만나는 사람마다 이거하지마라, 저거 하지마라. 이거해라. 저건 안된다...
"으으으....짜증나!!"
마를렌은 갑자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이 사람이고. 저 사람이고. 딱딱대는데 에는 이제 질렸어. 이제 안 할거야."
마를렌은 무엇을 집어넣었는지 터질것 같은 배낭을 등에 짊어지었다.
"흐음.....그나저나 어디로 간다...."
막상 집을 나오니 마땅히 갈곳이 없었다.
그러다 머릿속을 스치는 사람이 있었다.
아빠가 살아있을때 같이 술이나 먹자고 자주 찾아오곤 했던 삼촌.
사람들은 삼촌을 명왕이라고 불렀지만 난 삼촌이라는 말이 더 좋아서 그렇게 불렀다.
삼촌이 집에 안와서 마침 보고 싶기도 했고, 또 하루종일 인사만 시키려는 악마 같은 집구석에서도 벗어나야겠으니 삼촌네 집이나 놀러 가야겠다고 결정했다.
삼촌 옆에서 맨날 잔소리만 하는 타라 아줌마-언니라고 부르라고 했는데 언니는 아닌거 같다-하고 가끔 와서 과자를 구워주던 앨리셔 언니, 모두 보고 싶어졌다.
"좋아, 삼촌네로 가자."
마를렌은 당돌한 표정으로 파리 시내를 향해 씩씩하게 걸어갔다.
영국에 있다는 삼촌의 '헬리오스'라는 회사를 향해.
“마를렌이 가출을 해요?”
아수라장이 된 방을 손수 다 치우고는 침대에서 책을 읽고 있던 레이라가 침대에서 일어났다.
“네....방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셨다고.......”
집사장 스미스는 공작부인의 눈치를 살피고는 뒷말을 흐렸다. 마치 딸이 집을 나가는걸 알고 있는 사람처럼 레이라는 평온하기만 했다.
“...........결국 일을 저지르는군요.........바보같기는......”
레이라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레이라는 마를렌의 방을 청소하던 시녀가 방의 물건이 이상하리만큼 많이 바뀐걸 알아채고는 레이라에게 귀띔을 해놨던 터라 레이라는 마를렌이 가출을 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었다.
당장이라도 마를렌을 방으로 불러서 혼내려고 했지만 자신이 너무 마를렌을 잡아두고는 울타리로 목을 죄는건 아닐까 라는 생각에 바깥에 사람들을 배치시키기만 하고 굳이 잡아두지 않기로 마음을 먹었다.
마를렌이 떠나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붙잡지 말고 멀리서만 지켜보겠다고 생각을 정하고 레이라는 집사장을 쳐다보았다.
“스미스.”
“네. 말씀하십시오.”
“제가 아까 집밖에 배치한 사람들에게 마를렌이 가출 했다고 말을 해주세요. 그렇게 하면 별 지시를 안해도 제가 말한대로 그들이 움직일 겁니다.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고 빨리 행동해주길 바랍니다. 나중에 제가 설명드릴테니.”
“.......예.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스미스는 레이라의 말에 궁금한 표정을 지우고는 이내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레이라가 사람들을 배치해 놨더라도 이런 일은 전달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은 법이니까. 스미스가 열고 나간 방에 남겨진 레이라는 씁쓸한 표정을 지우지 못하고는 창문만 하염없이 쳐다보았다.
빌로시티의 오후거리는 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서류가방을 들고 바쁘게 걷는 사람, 벤치에 앉아 토스트와 커피를 먹으며 신문을 읽는 사람, 가판대에 물건을 올려놓고 끊임없이 물건을 파는 사람,
그리고 지하철 승무원과 말싸움을 하는 저기 꼬마아가씨를 포함해서 말이다.
“탈거라고요!!”
"글쎄 안 된다니까!"
손을 휘휘 내젓는 승무원을 쏘아보며 꼬마아가씨, 마를렌은 소리쳤다.
“무슨 소리에요! 제가 저 전차라는 것을 타겠다는데 아저씨가 무슨 권리로 절 막겠다는 거죠?!”
“무슨 권리기는, 철도법에 의한 권리지. 어디서 온 아가씬지는 몰라도 돈도 안내고 표도 없는 아가씨는 저기 있는 네모난 고철덩어리에 몸을 실을 권리는 없소이다.”
승무원은 빙글빙글 웃으며 익살스럽게 궁정식 절을 했다. 마를렌은 얼굴이 붉어진 채로 뭐라고 쏘아 붙이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딱히 할 말도 없거니와 사람들의 시선도 신경이 쓰였기 때문이다.
마를렌은 대충 걸친 모자를 붉게 달아오른 얼굴이 안보이게 푹 눌러 쓰고는 승무원의 얼굴을 등지고 한적한 공원으로 빠르게 발걸음을 옮겼다.
야밤에 저택에서 탈출한 마를렌은 탈출하자마자 곧장 항구로 직행해서 첫배를 타고 영국의 항구도시인 올리언스에 도착했다. 올리언스는 그다지 육로 교통이 발달한 편이 아니라서 마를렌은 바로 이웃 도시인 빌로시티에서 헬리오스가 있다는 런던까지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을 찾아보기로 했다.
저택 안에서만 생활했던 마를렌이 시내로 와서 할 수 있는 거라곤 거의 없었다.
마를렌은 프랑스에서처럼 르 블랑가의 소공녀라고 이름만 대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의기양양했지만, 르 블랑가의 명성은 프랑스에서만 써먹을 수 있다는 것을 곧 깨닫게 되었다. (사실 마를렌이 생각하는 ‘프랑스 사람’은 레이라가 손을 써둔 사람들이 라는건 모르고 있었다.)
행인들에게 런던으로 가는 방법을 물어도 지나가는 사람들은 물어봐도 대답도 안하고 심지어는 귀찮게 하지 말고 저리 꺼지라고 화를 내는 사람도 있어서-물론 2주치의 물을 30초 만에 코로 먹고 기절하기는 했지만- 마를렌은 행인들에게 정보를 구하는 일을 포기해야만 했다. 생각한 것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의기소침해진 마를렌은 근처 음식점에서 산 토스트 한 조각을 입에 물고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프랑스에서는 르 블랑가의 소공녀라고 이름만 대면 사람들이 알아서 다 해주었기 때문에 영국으로 쉽게 올 수 있었지만 이 방법이 써먹히지 않는 영국에서는 참으로 난감할 뿐이었다.
이대로라면 꼼짝없이 이 도시에서 죽치고 있다가 프랑스에서 열심히 가문을 팔아먹은 덕에 저택에서 나를 찾으러 오는 사람들이 곧 이쪽으로 올 것이고 그들에게 잡혀서 저택으로 질질 끌려갈 것이다. 잡혀가면 엄마는 또 어마어마한 잔소리를 퍼부어 댈 것이고, 외출금지에다가 반성문을 쓰게 할 것이다. 어쩌면 전에 엄마가 몇 번 말했듯이 일 년 동안 하녀들이랑 같이 지내면서 집안 청소를 해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를렌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아니야, 이렇게 멍청하게 있다가 집으로 끌려갈 거야. 어떻게든 런던으로 가는 방법을 찾아야 해’
생각을 마치자마자 마를렌은 벌떡 일어나서 다시 빌로시티 시내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선 영국으로 가려면 배를 타야해. 그럼 여기에서 항구로 갈 수 있는 이동수단을 타야하는데.....아!’
마를렌은 문득 아빠의 신문에서 빌로시티에서 런던으로 가는 전차가 개통됐다는 기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래 전차라는 걸 타보는 거야. 전차는 승강장이라는 곳에서 탈 수 있다고 했으니 그리로 가자.’
마를렌은 전차 승강장을 목적지로 잡고 혹시 집에서 나온 하인들이 있을지 몰라서 모자를 눌러쓰고는 다시 거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렇게 몇분쯤 걸어서 마를렌은 빌로시티 전차승강장에 도착했다.
마침 전차가 도착해서 사람들이 전차에 오르기에 마를렌도 같이 전차에 타려고 했는데 누군가가 마를렌의 어깨를 덥썩 잡아챘다.
“어이 꼬맹이, 표도 없이 전차에 함부로 타려고 하면 안 되지.”
서글서글한 인상의 승무원이 전차에 타려는 마를렌을 막아서자 마를렌을 어이없다는 눈빛으로 승무원을 노려봤다.
“아저씨는 누구신데 제가 이 마차 같은걸 타려는 걸 방해하나요?”
“난 이 전차 승강장을 관리하는 승무원이지. 꼬맹아. 그리고 내 할 일은 너처럼 승차권 없이 전차를 타려는 사람을 엉덩이를 걷어차서 집으로 돌려보내는 거란다. 아니면 저쪽 매표소 가서 다음 전차에 타기위한 승차권을 끊으려무나.”
마를렌이야 집에서 태워주는 마차만 타고 다녔으니 전차도 당연히 돈을 안내고 그냥 타면 되는 거라고 생각했기에 돈을 주고 승차권을 끊으라는 승무원의 말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말끝마다 꼬맹이라고 덧붙이는 저 아저씨 말투가 더 마음에 안 든다고 생각했다.
“제가 왜 저걸 타기위해 돈을 지불해야 하죠? 그냥 타면 되는거 아닌가요? 그리고 제 이름은 꼬맹이가 아니고 마를렌 르 블랑입니다. 르 블랑가를 모르시는 건 아니겠지요? 특별히 어머님에게는 말하지 않을 테니 꼬맹이라고 한 것 사과하시죠.”
마를렌은 화가 나서 버릇대로 가문을 들먹이며 말했다가 자기 본명을 말한 것에 대해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어차피 여기는 영국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없고 그냥 승무원이 지체 높은 귀족가의 영애라고 알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승무원의 말을 듣고는 표정이 굳어졌지만.
“....이럴수가!! 르 블랑가의 아가씨라니!! 제가 몰라보고 무례를 저질렀습니다!! 마를렌 아가씨.”
승무원은 갑자기 높임말을 쓰면서 마를렌에게 정중하게 사과를 했다. 아마 르 블랑가가 어떤 곳인지 알고 있는 사람인가 보다.
‘.......이거 한편으로는 무지 뿌듯한데 큰일났네.’
혹시 집에서 쫓아온 하인들이 이 소리를 들었을지 몰라서 노심초사하면서 주위를 휙휙 둘러보았지만 자기 할 일하느라 바쁜 사람들을 확인하고는 마를렌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제 새벽동안 바다를 건너왔으니 아직까지 하인들이 여기까지 쫓아오지 않은 것 같다고 판단한 마를렌은 의기양양하게 승무원에게 말했다.
“흥, 기분은 나빴지만 너그럽게 용서할게요. 그럼 다음 전차에 탈 때 방해하지 말아주세요.”
“물론입니다! 마를렌 아가씨. 승차권을 끊어 오신다면 전차에 탈 때 저는 어떤 방해도 하지 않겠습니다요.”
다시 승차권 타령을 하는 승무원을 보며 이 아저씨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으며 마를렌은 되물었다.
“승차권이라니, 아직도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제게 말씀 하시는 건가요? 말씀드렸다시피 저에게 그런 건 필요 없습니다만.”
승무원은 당당하게 말하는 마를렌의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푸핫하하하하! 어이, 이봐 당당한 꼬마 아가씨. 크크큭, 아가씨가 어디 왕실에서 나온 지 모르겠지만, 승차권을 끊지 않고 전차에 탈 권리는 없다고. 몽블랑인지 어디 머시깽이 가문인지는 모르겠다만 승차권을 끊지 않고 전차에 타려고 한다면 그 귀한 엉덩이를 몇 대 두들겨서 빠른 우편물로 자택으로 보내드리도록 하지, 하핫하하하하하하!”
“.....으으으으”
그저 승무원이 마를렌을 놀리기 위해 그런 것이란 걸 알고는 마를렌은 얼굴이 시뻘개 졌다.
-끼이이익
쇠긁히는 소리가 들리며 사람들이 전차가 정차했다. 마를렌은 여전히 승차권이고 뭐고 내 알바 아니라고 생각하고는 정거장으로 들어가려고 했지만 승무원이 앞을 막아서고는 빙글빙글 웃기만 하고 있었다.
“비켜요! 저 전차 탈거라고요!”
"글쎄 안 된다니까!"
승무원은 손을 휘휘 내저었다.
“무슨 소리에요! 제가 저 전차라는 것을 타겠다는데 아저씨가 무슨 권리로 절 막겠다는 거죠?!”
“무슨 권리기는, 철도법에 의한 권리지. 어디서 온 아가씬지는 몰라도 돈도 안내고 표도 없는 아가씨는 저기 있는 네모난 고철덩어리에 몸을 실을 권리는 없소이다.”
승무원은 빙글빙글 웃으며 익살스럽게 마를렌에게 궁정식 절을 했다.
마를렌이 떠나자 마자 승무윈은 품에서 금색 인장을 하나 꺼내더니 마를렌이 사라진 쪽을 쳐다보면서 중얼거렸다.
“목표물 B-1, 빌로시티 중앙공원으로 이동중. 작전 DF-8완료, 작전 DF-9실시함.”
아침에 토스트를 물고 멍청하게 앉아있었던 벤치로 돌아온 마를렌은 생각에 잠겼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집에서 나온 터라 수중에 돈도 별로 없을뿐더러 그나마도 프랑스 지폐다. 그나마 가지고 있던 은화는 토스트 사먹을 때 써버리고 금화도 주머니에 달랑 하나 들어 있는게 전부였다.
“끄응......어떡한다.....”
마를렌이 런던으로 가는 방법을 고심하고 있을 때 앞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려왔다.
“야! 저기 있다. 그 거지 사이퍼.”
“근데 능력을 쓸 수 있다면서, 우리 되려 엿먹는거 아니냐? 누가 적당히 때려봐”
“야 돌이라도 던져봐. 어디 얼마나 잘났는지 능력이나 확인해 보자.”
“멍청한 꼬맹이가 뭘 할 수 있겠어. 킬킬킬”
나름대로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던 마를렌은 왁자지껄한 소리에 짜증이 났지만 ‘사이퍼’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쳐다보았다.
‘사이퍼’, 영국에서 능력자를 탄압할 때 쓰는 명칭이라고 했다. 누군가 내 또래의 능력자가 여기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같은 능력자라면 공감대 형성이 쉬우니 도움을 받을수 있으리라.
마를렌은 앉아있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왁자지껄한 소리의 근윈지로 향했다.
몇 명 10대 후반의 소년들이 누구를 포위하고 조롱하고 있었고 그 가운데에는 낡은 우비를 뒤집어 쓴 푸른 머리의 소녀가 울먹이고 있었다.
‘뭐야? 거지잖아?’
따돌림 당하는 동네아이라고 생각했지만 옷 입은 행색을 보아하니 상거지가 따로 없었다. 그렇다면 얻을 수 있는 정보 또한 없으리라. 마를렌은 거지 따위에게 볼일은 없다고 판단했지만 이런 좋은 구경거리를 지나칠 순 없기에 멀리에서 구경이나 하기로 했다.
“우우....그러지 말아요...”
푸른 머리의 소녀는 겁에 질린 듯 웅크리고 손으로 머리를 감싼 채 울먹였다.
마를렌이 조금 불쌍하다고 생각이 들 즈음 돌멩이를 쥐어들고 있던 남자가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 돌멩이를 던졌다.
-딱
돌멩이가 날아가다 염동력으로 다른 곳으로 휭 하고 날아가던가, 아니면 바람 같은 것이 불어서 돌멩이를 날려버리던가 그런 것을 예상했는데 아무 저항도 없이 돌멩이는 푸른 머리의 소녀에 정수리에 명중했다.
“.....흐에에엥”
머리에 돌멩이를 맞은 푸른 머리의 소녀의 눈에는 굵은 눈물방울이 맺히더니 이내 소녀는 울음을 터뜨려 버렸다.
“뭐야. 아무 능력도 없는데?”
“기다려봐, 분명히 그때 호수분수에다가 무슨 이상한 짓을 했었단 말이야. 자, 이래도 가만히 있을거냐?”
돌멩이를 집어 던졌던 남자는 다른 돌멩이를 집어 들더니 아까 와는 다른 힘으로 푸른머리의 소녀에게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흐아아아앙.....으아아아앙”
연신 돌멩이가 낡은 우비를 입은 소녀에게 달려들었고 소녀의 몸은 만신창이가 되어갔지만 푸른 머리의 소녀는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그저 울기만 하고 있었다.
“흠...분명히 그때 이상한 짓을 했었는데 말이야....... 이거 연기하는건가?”
“아니겠지 됐어, 야, 그만해. 아무런 능력도 없는 거 같다. 그렇게 몸이 상하면 안되는 귀한 몸이시라고......흐흐흐........야, 그럼 본업 시작해도 되는거냐?”
“흠......뭐 좋지. 야, 데리고 가자.”
사내애들 넷은 음흉스럽게 웃으면서 푸른머리의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는 그들의 눈빛을 보자 공포에 질린 눈으로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자......걱정하지마. 우린 그렇게 나쁜 사람들이 아니에요~”
“그래. 어여 일어나면 더 안 때릴게. 어디 잠깐 가기만 하면돼......크크크”
음흉하게 웃으며 남자 두명이 억지로 푸른머리의 소녀를 잡아 일으키자 소녀는 억지로 땅바닥에 주저 앉으려고 했다.
-짝
“어디서 반항을 하려고 드냐? 건방지게.”
소녀를 일으켜 세우려던 남자 한명이 소녀의 뺨을 후려쳤다.
“으아아앙.....아아아아앙.......”
“아 시끄럽잖아!!! 조용히 해야 하는거 몰라?”
“아니 이년이 자꾸 반항 하잖아!!!! 어쩌라고!!!”
“야, 그럼 해지니까 저기 수풀 사이로 데려가. 어차피 안보여.”
남자들은 반항하는 푸른머리의 소녀를 억지로 대려 간뒤 수풀사이로 들어갔다. 마를렌도 호기심에 뒤따라가려고 했다.
“어이, 거기 아가씨!”
마를렌이 뒤를 돌아보니 중절모를 쓴 한 중년 신사가 마를렌을 안경너머로 바라보며 말을 흘렸다.
“거기 안 가는 게 좋을 텐데.....정신에 해로울 테니 말이야.”
“흥, 아저씨가 왜 저한테 지시하시는 거죠? 신경 그시고 갈길 가시는 게 어떤가요?”
“아가씨가 그렇다는데 내가 지시하는 건 아니지. 충고라고 해두세, 프랑스 아가씨. 타국에서 아는 사람도 없이 이리저리 기웃거리는건 그리 현명한 처사가 아니거든.”
마를렌은 이 영국신사가 어떻게 국적을 알아냈나 했지만 불어 특유의 발음 때문에 알아냈나 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행동하든 제 마음이에요. 그럼 안녕히.”
마를렌은 말을 마치고는 남자들이 푸른머리의 소녀를 끌고 들어간 곳에서 조금 떨어진곳으로 몸을 숙여 들어갔다.
영국신사는 그런 마를렌을 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흐음.....재밌게 되었구만. 이러면 레이라의 부탁에 살짝 어긋나기는 하지만......뭐 저 아이도 알건 알아야지. 후훗.”
하늘에 점점 먹구름이 끼는 듯 하고 조금씩 해가 지기 시작하자 주위는 금새 어두워졌다. 마를렌은 하늘을 잠시 보다가 난장판을 구경하기 위해 근처 수풀로 들어가서 남자들과 소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자......그럼 쇼 타임이다.”
남자중 한명이 바닥에서 벌벌떨고 있는 소녀에게 다가가며 말하자 남자들이 득달 같이 소녀에게 달려 들었다.
-쫘아악
남자 한명이 우비를 거칠게 벗기려고 하고 소녀는 몸을 웅크리며 버티자, 낡을대로 낡은 우비는 힘을 견디지 못하고 옆으로 찢어졌다.
다른 남자들도 그걸 보더니 벗기지 않고 소녀의 우비를 다기는 대로 찢기 시작했다.
“꺄아아아악!!!!”
푸른 머리의 소녀가 비명을 지르자 남자 중 한명이 찢은 우비로 소녀의 입을 틀어막고는 찢은 우비를 입에 넣고는 우비의 긴 조각으로 입을 막아버렸다.
“우으으읍!!!으으읍!”
푸른머리의 소녀는 몇 가닥 남은 누더기가 된 우비로 몸을 가리려고 애썼다. 하지만 남자들은 이내 소녀가 입은 낡은 블라우스와 치마를 찢기 시작했다.
옷이 찢어져 소녀의 속살이 드러날 때마다 남자들은 찐득한 시선을 고정시키며 침을 삼켰다.
“그 더러운손 치워!!!!!!”
얼마 떨어지지 어두운곳에서 누군가 뛰쳐나오며 소리쳤다.
“넌 뭐냐?”
남자들은 인상을 찌푸리며 수풀 속에서 튀어나온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곳에는 자신들 손에서 떨고 있는 소녀와 같은 나이의 검은 머리를 양쪽으로 묶어 내린 소녀가 그들을 노려보고 있었다.
“당장 그 손 치워!!!!”
검은 머리 소녀, 마를렌은 어디서 나온 자신감인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사실 마를렌은 그냥 멀리서 구경만 하려고 수풀 사이로 들어갔었다.
하지만 수풀 사이로 들어간 마를렌은 인기척을 느끼고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나무 위에 은색 십자가를 수놓은 하얀 로브를 입은 푸른 머리의 여자가 미동도 없이 남자들이 소녀를 겁탈하려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를렌은 처음에 그녀의 얼굴이 무표정하다고 생각했지만 손발이 가느다랗게 떨리는걸 보고는 당장이라도 튀어나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는 묵묵히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구하고 싶으면 구하면 될 거 아냐. 왜 저러고 있는 거지?’
마를렌이 이런 생각을 하면서 시선을 돌리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그녀의 또래가 눈앞에서 겁탈 당하려고 하는 모습은 결코 구경거리가 아니었다. 푸른 머리의 소녀가 저항할 때마다 남자들이 소녀를 함부로 다루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마를렌은 역겨움이 치밀어 올랐다.
참다 못한 마를렌은 푸른 머리의 소녀를 구하기로 마음 먹고 수풀을 박차고 나왔다. 불량배들이 무기를 가지고 있을수도 있다는 생각에 잠시 망설이기도 했으나 어차피 자신은 호신 정도는 할 수 있는 능력자이고 나무위에 있는 푸른 머리의 여자도 염두에 두고 행동한 것이었다.
그런 사정을 알리가 없는 불량배들은 마를렌을 보더니 가소롭다는 듯이 웃어댔다.
“뭐야 저거. 간땡이가 부었나? 아니면 지금 이 상황이 뭔지를 모르는 건가?”
“아니다. 잘됐다. 쟤도 데려와. 어디서 튀어나온지는 모르겠는데 맛있게 생겼네. 크크큭”
남자 한명이 마를렌을 음흉한 눈길로 스윽 훑어보면서 말했다.
“부잣집 딸내미 같은데 호위정도는 있지 않을까?
“저렇게 혼자 튀어나온걸 보니까 호위는 없는 거 같은데? 안 그러면 우리부터 처리했겠지.”
“그렇다는 이야기는 저기 저 년은 가출한 부잣집 아가씨 같은데.......우리 아가씨께 좋은 경험을 시켜 드리는 게 어때?”
그 말에 남자들은 음흉한 눈길로 마를렌을 스윽 훑어보았다.
또래에 비해 성숙한데다가 등이 패인 드레스를 입는 마를렌을 훑어보는 남자들은 갈수록 찐득해졌고 반대로 그런 눈빛을 느낀 마를렌은 자기도 모르게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들의 눈빛이 굉장히 불쾌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를렌이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남자들을 노려보자 남자들은 잠시 자기들끼리 뭐라고 쑥덕거리더니 마를렌을 향해 느끼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자자. 거기 서 계신 공주님? 이쪽으로 손수 오신다면 여기 불쌍한 아이를 데려가게 해드리겠습니다.”
“그러믄요. 물론입죠. 저희가 이 주위를 산책 하시는 공주님의 심기를 불편하게 해드렸다면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마를렌은 아까전만 해도 음흉하게 자신을 쳐다보다가 이내 존대를 하는 남자들의 의도를 단번에 알아챘다. 가까이 다가가면 자신도 저기 불쌍한 아이와 똑같은 신세가 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한 사실이었다.
다만 저기 있는 남자들은 자신이 잘사는 집에서 가출한데다 저택 안에서만 살아서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이렇게 노골적으로 자신을 희롱하는 것이리라.
그 사실을 알고 있는 마를렌은 불쾌한 감정을 꾹 참고는 남자들에 말에 속아 넘어간 척 연기를 했다.
“그럼 그쪽으로 갈 테니 그 소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안 그러면 저 뒤에서 날 기다리는 집사를 시켜 경찰을 부를테니.”
“아이구. 물론입죠. 멀찌감치 떨어지겠습니다. 제발 경찰에는 연락하지 말아주십쇼.”
남자들은 실실 웃으면서 어느 정도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 거리를 두었다. 물론 맘만 먹으면 언제든지 달려들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면서.
마를렌은 남자들이 떨어진 것을 확인하고는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 다가가 입을 막은 우비 조각을 풀어주고는 입에 가득 들어있는 헝겊조각을 빼내어 주었다,
“콜록콜록!”
입을 막고 있던 헝겊조각이 사라지자 푸른머리의 소녀는 힘겹게 기침을 했다.
마를렌은 기침을 하고 있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보며 귓속말로 속삭였다.
“조금 있으면 저 남자들이 우리한테 달려들 거야. 너는 저 남자들에게 잡히지 않게 저쪽 수풀로 무조건 도망쳐. 거기 있는 내 가방을 들고 사람들이 많은 거리로 나가. 그래서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해. 알겠지?”
“다.....당신은??”
“난 신경 쓸 필요 없어. 도움을 청할 사람은 경찰이면 더 좋아, 그럼 달려!”
마를렌이 달려 라고 말을 마치자마자 푸른 머리의 소녀는 넝마가 된 옷이 휘날리도록 빠른 속도로 뛰어나갔다.
“저거 잡아!!!”
당황한 남자 두 명이 도망치는 푸른 머리 소녀를 뒤쫓아 가는 동시에 나머지 남자둘은 마를렌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년이 지금 장난하나!!”
남자둘이 달려들자 마를렌은 한쪽 손을 들어 남자들을 향해 손바닥을 펴보였다, 그러자 마를렌에 손에 물이 모여들기 시작하더니 이내 조그만 구체를 형성했다.
“사.....사이퍼다!!”
“젠장!! 똥밟았네!!”
달려들던 남자들은 마를렌의 손에 맺혀있는 물의 구체를 보더니 발걸음을 멈추고 주춤거렸다,
마를렌은 손을 휘저어 물로 이루어진 구체를 자신에게 달려들던 남자에게 날려 보냈다.
물로 이뤄진 구체는 빠른 속도로 남자들을 향해 날아가더니 이내 부딪히는 대로 폭발했다.
-펑
-콰쾅
몇 개는 땅바닥에 부딪혀 구멍을 내면서 폭발했지만 몇 개는 남자들에게 적중했다.
“으아아악!!”
“이 씹어 먹을 년이!!!”
물로 이뤄진 구체를 얻어맞은 불량배들은 이리저리 뒤틀려 있었다. 물로 흠뻑 젖었는데 이리저리 뒤틀린 모습은 꼭 폭탄을 맞은 듯 했다. 남자들은 품안에서 단도를 꺼내들고 마를렌에게 달려들려고 했지만 이내 주춤거리면 멈췄다. 자신들이 칼을 들고 달려들면 저 물로 구체한테 흠씬 두들겨 맞을게 뻔했기 때문이다.
“흐음.......왜 그러죠? 맛있게 생긴 여자아이가 쏘아 보낸 그런 물방울도 맛있을 줄 알았는데요? 먹기 싫으신가요?”
말을 높이면서 자신들을 비웃는 마를렌을 보고는 남자들은 화가 난 표정으로 마를렌을 쏘아 보았다.
“이이익.......이 개같은 년이.....”
“흐응.........계획대로라면 저를 잡아서 어떻게 해야 하는데 생각대로 안 되셨나봐요? 호위가 없다는 건 다른 말로 호위가 필요 없다는 의미 인 것은 왜 생각을 못하시나요. 무례한 잡것들아.”
“크윽......”
불량배들은 조그만 여자아이 하나 제압하지 못한 것이 수치스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러길래 뭘 믿고 그렇게 무식하게 덤비셨어요. 쯔쯔쯧........한심하게 동네에 떠돌아다니는 불쌍한 아이나 잡아서 그런 짓이나 하려는 당신네들이야 뭐 머리에 들어있는것이나 있겠어요? 그건 모자 쓰려고 달고 다니는 듯 하니........”
“혓바닥 더 놀리면 대가리 날아간다.”
마를렌은 말을 하다 말고는 차가운 금속이 목뒤에서 느껴지자 말을 하다가 멈췄다.
앞에 서 있던 불량배들이 반색을 하는 것을 보니 푸른 머리의 소녀가 도망치다가 붙잡힌 모양인 것 같았다. 이내 무기가 치워지는 듯 하더니 불량배들은 마를렌의 팔을 뒤로 꺾더니 제압했다.
마를렌이 제압당하자 마를렌에게 얻어맞은 불량배들이 뒤에 시선을 보내면서 말을 건넸다.
“잡았냐?”
“그래. 개수작 부리면 어떻게 되는지 보여줬지.”
휙 하는 소리와 함께 푸른 머리의 소녀가 마를렌 앞에 던져졌다,
푸른 머리의 소녀는 낡아빠진 속옷과 가슴에 몇 겹 두른 붕대 말고는 걸친 옷이 하나도 없었고 몸 여기저기는 시퍼런 피멍이 들어있었다.
“사이퍼라는거 하나 믿고 이렇게 설쳤나 본데, 공연 관람료는 확실히 지불할 테니 걱정말라고.”
“우선 여기 이 년으로 시범을 보여주지, 잘 봐라. 킬킬킬”
푸른 머리의 소녀를 집어던진 불량배가 푸른 머리의 소녀의 속옷을 거칠게 잡아 당겼다. 푸른 머리의 소녀는 눈물을 흘리면서 애원했지만 불량배들은 들은 체도 않은 채 이내 소녀의 속옷을 잡아 찢어 버렸다.
“보기 좋은데? 크크크크큭”
불량배들은 이내 하염없이 울고 있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보며 음흉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리고는 아까 마를렌이 쏘아 보낸 물의 구체에 얻어맞은 불량배 한명이 다가와서는 거칠게 마를렌의 드레스를 칼로 거칠게 찢어냈다.
“꺄아아아악!!!”
-짜악
마를렌이 몸부림치며 비명을 지르자 마를렌의 드레스를 찢던 불량배는 마를렌의 뺨을 세게 때렸다.
“죽기 싫으면 가만히 있어 이년아. 더 소리 지르면 뼈 하나정도는 분질러 줄 테니.”
“으으으윽.....”
마를렌은 신음을 흘리며 푸른 머리의 소녀가 있는 곳을 쳐다보았다. 그곳에서는 한 불량배는 소녀가 한 팔로 감싸 안은 붕대를 풀어내려고 하고 있었고 다른 한명은 음흉하게 웃어대면서 바지를 내리고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푸른 머리의 소녀는 눈을 꽉 감고는 잔뜩 웅크리고 있었다.
“자자. 이건 아무 때나 오는 기회가 아니라고. 너희 나이에 이런 진귀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는 아무 때나 오지 않아요. 안 그러냐?”
“뭐 그렇지, 키킥. 이 꼬맹이는 어떻게 할까?”
“니네가 먹어. 우린 여기가 땡긴다. 부잣집 딸내미는 안 땡기거든.”
“그래. 좋지. 우린 여기가 야들야들하고 맛있을 거 같거든.”
“맘대로 해라. 야, 붕대 내버려두고 뒤에 잡......크아아악!!!”
마를렌의 옷을 찟던 불량배와 대화를 하던 바지를 내린 불량배가 거대한 물줄기에 휩쓸려 나무에 그대로 쳐 박혔다.
불량배가 쳐 박힌 나무는 그대로 쓰러지면서 나뭇잎이 쏟아져 내렸기 때문에 불량배가 어떻게 됐는지는 보이지 않았다.
마를렌과 불량배들은 잠깐 넋을 잃고 푸른 머리의 소녀를 쳐다 보았다. 불량배가 다가가자 그녀가 눈을 감은 채 손을 내밀자 거대한 물줄기가 생기면서 불량배를 날려버렸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작 불량배를 날려버린 푸른 머리의 소녀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아까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야.....돼....됐어!! 그냥 죽여 버려!!!”
마를렌을 제압하던 불량배가 악을 쓰자 붕대를 풀려고 애를 쓰던 불량배가 칼을 집어 들었다.
-타앙
“억.....”
짧은 총성과 함께 칼을 집어들은 불량배가 가슴을 움켜잡더니 이내 쓰러지지도 않고 딱딱한 자세로 그대로 굳어버렸다. 이상하게도 총에 맞은 것 같았는데 피는 한 방울도 쏟아져 나오지 않았다.
“뭐......뭐야? 너 이년 호위가 있었냐?”
마를렌의 옷을 찢던 불량배가 마를렌의 목에 칼을 들이대며 말했다.
“어......없는.....”
-타앙
“어억.....”
두 번째 총성이 들리면서 마를렌에게 칼을 들이댄 남자도 그대로 굳어버렸다. 분명 머리에 총을 맞았는데 짧게 핏방울이 튀고는 그대로 상처가 얼어붙어 버렸다.
얼어붙은 두 불량배 사이로 아까 마를렌이 보았던 푸른 머리의 여자가 땅에 내려앉았다. 그리고는 자기의 로브를 벗어서 자기를 멍하니 쳐다보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덮어주고는 말했다.
“미안해. 사정이 있어서 구하러 오지 못했어.”
말을 마치자 그녀는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푸른 머리의 소녀에게 칼을 들이댔다가 굳어 버린 남자를 돌려차기로 걷어 차버렸다.
-쨍그랑
발에 닿자마자 굳어버린 불량배는 얼음 깨지는 소리를 내더니 조각조각 부셔져 버렸다.
“......더러운 손을 들이 댔겠다.....”
-콰작
-푸스스스스
푸른 머리의 여자는 분노하면서 조각난 불량배를 발로 짓밟았다. 그녀가 발로 불량배의 조각을 발로 짓밟자 밟힌 조각은 붉은 서리를 날리면서 가루로 변했다.
“사.....사이퍼...!!!”
마를렌을 붙잡고 있던 불량배는 겁에 질린 표정으로 소리쳤다.
푸른 머리의 여자의 시선이 소리친 불량배로 옮겨지자 불량배는 총을 꺼내들고는 푸른 머리의 여자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주........죽어버려!!!!”
-탕, 탕, 탕, 탕
불량배는 총을 쏴댔지만 겁을 먹어서인지 엉뚱한 곳을 쏘아댔다. 총알에 얼어버린 동료가 총을 맞고 바스러졌지만 신경도 쓰지 않고 총을 쏴대다가 무엇인가를 깨닫고 총을 내팽겨 치려고 했다.
“으아아악!!!! 내 손!!!!”
총을 쏘던 불량배의 손에는 총이 하얀 서리가 낀 채로 얼어 버린 채 손에 딱 붙어있었다. 그러다 불량배가 손을 휘젓자 총과 함께 불량배의 손 피부가 그대로 뜯겨져 나간 것이다.
“시끄러워”
-딱
푸른 머리의 여자가 손을 튕기자 불량배의 온몸이 얼어붙으면서 서리가 끼었다.
“으아아아악!!!! 이런 개씨.....”
-딱
-푸스스스스
불량배는 다 틀렸다고 생각을 했는지 욕을 퍼부으려고 했지만 푸른 머리의 여자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불량배는 흰 서리가 되어 바람에 휘날렸다.
“그리고 마무리.”
-탕
-푸아악
푸른 머리의 여자는 뒤로 돌면서 불량배 한명이 쓰러져 있는 나무를 향해 총을 쐈다. 이번에는 능력을 쓰지 않았는지 총에 맞은 자리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다.
총을 거둔 푸른 머리의 여자는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는 마를렌을 쳐다보았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구나. 다친데는 없니?”
“네? 네에.......”
마를렌은 멍하니 대답을 했다. 그냥 걱정스러운 표정만 지었을 뿐인데도 아까 불량배들을 없애버리던 무표정한 여자와는 너무나도 다른 모습에 이 사람이 그 사람이 맞나 라는 생각까지 들었기 때문이다.
“구.....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야. 눈앞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나는 임무 때문에 아무것도 못하고 보고만 있었는데.......내가 더 고맙지. 이 아이를 구해줘서 고맙다.”
푸른 머리의 여자는 아직도 멍하니 있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안아들으며 마를렌에게 말했다.
마를렌은 그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빨개졌다. 처음에는 구경하려고 수풀 속으로 숨어들어간 사실이 기억났기 때문이다.
푸른 머리의 여자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마를렌에게 말했다.
“너도 많이 다쳤고........이 아이도 많이 다쳤으니 병원으로 가자. 네 이름이 뭐니?”
“저.....전 마를렌이에요.”
“그래. 마를렌이라......이쁜 이름이네...... 저기 있는건 네 가방이니?”
“네”
푸른 머리의 여자는 마를렌의 가방을 들어서 메고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로브로 잘 감싸 안았다.
“그래, 걸을 수는 있지?”
“그.....그런 것 같아요.”
“그럼 같이 병원에 좀 가야겠다. 옷이 좀 많이 찢어졌지만 여기 가까운 병원이 있으니 거기로 가자.”
푸른 머리의 여자는 앞장서서 발걸음을 옮겼다. 마를렌은 그 뒤를 절뚝거리며 따라가다가 문득 자신을 구해준 사람의 이름도 묻지 않았다는 것을 떠올렸다.
“저기.........언니 이름은 뭐에요?”
마를렌이 묻자 푸른 머리의 여자는 뒤를 돌아보며 빙긋 웃으며 얘기했다.
“내 이름은 아이린 시니스트라. 아이린 이라고 부르면 된단다. 잘 부탁한다, 마를렌.”
넓은 창문으로 밝은 햇살이 들어와 방안을 비췄다.
그 햇살은 의자와, 침대를 거쳐서 해가 떴지만 여전히 잠을 자고 있는 마를렌의 얼굴을 간질였다.
그 손길을 느끼기라도 했는지 마를렌은 잠시 뒤척거리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마를렌은 왜 자기가 이런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었을까 라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이내 자신이 무턱대고 가출해서 명왕이 있다는 헬리오스라는 회사를 찾아가겠다고 대책도 없이 영국으로 넘어왔다가 이곳저곳 떠돌다가 공원에서 험한 꼴 당하는 여자아이를 구해주려고(구경했다는 사실은 자고 일어난 마를렌의 머릿속에 들어있지 않았다.)했다가 자신도 같이 봉변당할 뻔 했던 것을 아이린이라는 사람이 자신을 구해주고는 푸른 머리의 여자아이와 함께 가까운 병원에 데려다 준 것이 기억났다.
마를렌은 흰 침대 안에서 일어나 이불을 걷어 내고는 기지개를 피고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그녀가 입던 옷 대신 아무 무늬도 없는 흰색 원피스를 입은 채 마를렌은 팔에 놓인 주사를 들고는 방 이곳저곳을 돌아 다녔다.
시선이 방안을 빙 돌다가 자신이 일어난 바로 옆 침대에 닿자 마를렌은 화들짝 놀랐다.
자신이 구해주려고 했던 푸른 머리의 소녀가 이불속에서 꼼짝도 안하고 자신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뭐야? 놀랬잖아!!”
“죄......죄송해요.......둘러보시는데 방해가 될까봐......”
푸른 머리의 소녀는 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를렌은 그 대답을 듣더니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었다.
“아니, 내가 그렇게 뭐 대단한 사람도 아니고, 방 안 구경하는데 주변 사람들이 입 틀어막고 숨도 쉬지 말라고도 안했잖아. 그렇게 있지 말고 편하게 있어.”
“하.....하지만........"
"그러고 있으면 내가 더 불편해. “
“아.......알겠어요.”
푸른 머리의 소녀는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던 이불을 내려놓았다.
마를렌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소녀가 처음 봤을 때는 낡은 우비 비슷한 것을 뒤집어쓰고 있어서 몰랐지만 지금 다시 보니 굉장히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얀 원피스를 입고 엉덩이 까지 오는 푸른색 긴 머리를 왼쪽 어깨 아래로 가만히 내린 소녀의 모습은 흔히 교회에나 가면 있는 성화(聖畵)의 천사를 보는 듯 했다.
마를렌은 불량배들이 소녀가 능력자임에도 불구하고 침을 질질 흘리면서 달려들 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생각했다. 비슷한 또래의 여자인 자기가 봐도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물며 남자들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마를렌이 자신을 멍하니 쳐다보며 딴 생각을 하자 푸른 머리의 소녀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저기.........구해줘서 고맙습니다..”
마를렌은 정신을 차리고는 푸른 머리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푸른 머리의 소녀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면서 시선을 황급히 돌렸다. 마를렌은 소녀가 굉장히 수줍음이 많다고 생각했다.
“구해주기는 뭘.........나도 1분도 안돼서 똑같은 처지가 됐는데......구해주기는 시니스트라씨가 구해주셨지.”
“....시니.....스트라씨요?”
소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반문했다.
자신에게 달려드는 불량배를 물대포로 날려버리는 동시에 기절했기 때문에 소녀는 아이린의 소재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래. 아이린 시니스트라라는 분이 우릴 그 불량배한테 구해주시고는 병원에 데려다 주셨어.”
“그.....그런일이 있었군요...”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를렌도 불량배들에게 붙잡혔는데 자신들이 어떻게 멀쩡하게 병원에 누워 있는 게 의아했었기 때문이다.
“참, 우리 통성명도 안한거 같은데?”
“그러네요, 경황이 없을 때 만나서 소개도 못했네요.”
마를렌은 소녀의 말을 들을수록 이 소녀가 그토록 허름한 우비를 걸치고는 거지취급 받고 있었다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말투라던가 태도가 공작가의 영애인 자신보다 훨씬 더 귀족적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엄청나게 소심하고 당황할 때 말을 심하게 더듬는 것 빼고는.
“내 이름은 마를렌 르 블랑이야. 나이는 열 두 살이고, 네 이름은 뭐니?”
“제 이름은 샤를로트에요. 성은 없고 나이는 언니보다 한 살 적어요.”
“엥? 성이 없어?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샤를로트는 잠시 뜸을 들이다 말을 이었다.
“성이 없는 건 아니고 제 본명이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아요. 단편기억상실증에 걸렸거든요.”
“단편기억상실증?”
마를렌이 되묻자 샤를로트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한 시점 이전의 특정한 기억만 잃어버리는 기억상실증이에요. 그래서 지리나, 언어 같은 건 기억하면서도 과거에 자신이 뭘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요.”
“그........그래? 그것 참 안됐네.”
마를렌은 자세히는 모르지만 단편 뭐시라고 하는 병이 샤를로트의 표정을 보고는 심각한 병이라고 생각하고는 대충 유감을 표했다. 왜냐하면 마를렌은 애초에 교양이고 의학이고 문학이고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걸 알 리가 없었다.
“그럼 이제 샤를로트라고 부르면 되니?”
“네, 그렇게 불러주세요.”
샤를로트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끼이익
병실의 문이 열리면서 머리가 조금 벗어진 남자와 병원 입구에서 보았던 간호사가 병실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인기척을 듣고 회진하러 온 모양이었다.
“컨디션은 괜찮니? 꼬마아가씨?”
의사는 미소를 지으면서 물어보았다.
“...괘........괜찮아요. 정말 고맙습니다, 의사선생님. 이 은혜는 잊지 않을게요.”
“정말 예절이 바른 아가씨로구나.”
의사는 샤를로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인자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간호사가 들고 있던 상자를 마를렌에게 전해주었다.
“너희를 데려온 아가씨가 너희 앞으로 이 편지하고 상자 하나를 남겼단다.”
“시니스트라씨가요?”
“그래, 너희가 깨어나면 전해 주라고 했었지.”
마를렌은 편지와 상자를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녀의 상식상 얼굴만 잠깐 본 사람에게 편지하고 소포를 받는다는 건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샤를로트도 비슷한 표정으로 상자와 편지를 번갈아 보았다
.
“음.......그럼 푹 쉬거라”
마를렌과 샤를로트가 상자를 보면서 심각한 표정을 짓자 의사와 간호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병실을 나갔다. 아이린이 아이들이 어떤일을 당했는지 간략하게나마 아이들이 겪은 일을 이야기 해주어서 의사와 간호사는 아이들이 아직까지 정신적인 충격이 남아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마를렌은 아이린이 남긴 편지의 봉인을 풀고 편지 주장을 꺼낸뒤 자기 앞으로 온 편지를 읽었다.
편지에는 별말이 없고 그저 마를렌에게는 가는 곳이 어딘지는 모르겠지만 꼭 샤를로트를 데려가 달라고 써져 있었고 샤를로트에게는 마를렌을 처음 봤겠지만 마를렌을 친언니처럼 대하고 마를렌을 따라가라는 것, 그것만이 적혀 있었다. 처음 본 아이들에게 써 놓은 편지 치고는 상당히 괴상했다.
“무.....무슨 뜻일까요?......”
샤를로트는 다소 황당한 편지 내용에 적잖이 당황했는지 말을 더듬었다.
“글쎄.......말투가 ‘나는 어떤 이유 때문에 이 아이를 데리고 있을 수 없으니 잠시 네가 맡아줘’ 라는 그런 내용인데.......이런 편지를 왜 처음 보는 우리들한테 쓰는 거지? 자기가 아는 사람이랑 착각한 건가?”
“그럴 수도 있지만..........이 사람은 언니를 잘 아는 것 같은데요?”
“엥? 왜?”
마를렌이 편지를 읽다가 샤를로트를 보자 샤를로트는 자기가 읽던 편지의 추신 부분을 보여주며 말했다.
“여기 추신에 ‘만약 마를렌이 안된다고 하면 르 블랑 부인과는 이미 이야기가 다 되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전해주렴. 그리고 르 블랑 부인께서 말없이 여행을 떠나서 걱정을 하고 있지만 화내지 않을 테니 마음 놓고 여행하다가 집이 그리우면 돌아오란 말도 전해주렴.’이라고 적혀 있어요.”
마를렌은 샤를로트의 말을 들으면서 얼굴이 백짓장처럼 새하얗게 변했다가 뒷말을 듯자 안도한 듯 한숨을 쉬었다.
적어도 하인들한테 체포당해서 집으로 끌려갈 걱정은 덜은 것이다.
자신의 집안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자 마음을 놓은 마를렌은 편지를 놓아두고는 아이린이 준 상자를 열어 보았다.
상자 안에는 꽤 많은 현금이 가득 차있는 가방하나가 들어있었다.
“우와......대단하시네요. 시니스트라씨 라는 분은......”
샤를로트가 가방을 보더니 말하자 마를렌도 동의했다. 이정도 현금이라면 절대 적은 액수가 아닌데 어린 여자아이 둘에게 맡겨버린 아이린이 대단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 였기 때문이다.
마를렌은 가방에 담긴 돈이 얼마인지 열심히 세어보는 샤를로트를 보면서 집에서 쫓아오는 사람도 없고, 헬리오스까지 가는데 충분한 돈도 있으니 샤를로트와 함께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샤를로트 라고 했지?”
“네? 할 말이 있으신가요?”
“그래, 나랑 같이 가는 거 너는 괜찮니?”
“그......그래도 될까요? 제가 폐를 끼쳐드리는 건 아닌지.......”
마를렌은 샤를로트가 자신과 같이 가는 것이 싫어서가 아니고 부담이 될까봐 그러는 것이라 는 것을 알자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 시니스트라씨가 부탁도 했고, 나도 너랑 같이 가고 싶어.”
“그.........저.......”
샤를로트는 말을 끌면서 심하게 고민했다. 자신을 구해주려고 불량배들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소리치는 마를렌이 듬직했지만 어쩐지 자신의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마를렌이 자신 때문에 자신과 똑같은 취급을 밭지나 않을까라고 걱정도 되었다. 게다가 부잣집 아가씨 같은 마를렌에게 빌붙는 거지같다는 느낌이 없잖아 있었기도 했다.
“저.........제가.........그러니까......저 때문에.......사이퍼..........죄송해요”
샤를로트가 웅얼거리면서 고개를 떨어뜨리자 마를렌은 샤를로트의 말을 곱씹어 보더니 갑자기 버럭 화를 냈다.
“네가 사이퍼기 때문에 내가 피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사이퍼라는게 뭐 악마의 자식쯤 되는거야? 자, 잘봐.”
마를렌이 손을 쭉 뻗자 공기 중에서 물이 쌓이더니 여러 개의 작은 구체를 만들어 냈다. 물의 구체는 마를렌의 손 위에서 이리저리 튀어 다니더니 공기 중으로 다시 사라졌다.
“봤지? 이건 사이퍼인가 뭔가 해서 악마의 능력이 아니고 그냥 자연을 다룰 줄 아는 특별한 사람들을 능력자라고 부르는 거라고. 나하고 너도 능력자고. 사이펀지 뭔지 그런 헛소리는 무시해 버려.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내가 다 혼쭐을 내줄게. 그러니까 그런 소리 다시는 하지 마. 알았지?”
“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언니.”
샤를로트가 얼떨떨한 표정을 지우고는 활짝 웃자 마를렌도 그제서야 같이 빙그레 웃었다.
“그럼 같이 가기로 한 거지?”
“네, 그렇게 할게요.”
“좋아, 그럼 이제부터 해줘야 할 게 있어.”
“뭐.....뭔데요?”
“첫 번째는 샤를로트라는 이름은 딱딱하니까. 애칭으로 샬럿으로 부를게. 그리고 두 번째는 제발 높임 말좀 하지 마. 니가 날 되게 어려워 하는 것처럼 느껴지잖아. 이제부터 반말로 말햇! 알았지? 샬럿?”
“네, 알겠어요.”
샤를로트, 아니 샬럿이 그렇게 이야기 하자 마를렌은 샬럿에 머리에 손가락을 튕겼다.
-딱
“아야...”
“높임말 하지 말랬지?!”
“죄송.....아니 미안해 언니.....안그럴게.”
“아니야. 됐어, 이제부터 그러지마. 알겠지?”
“응........알았어 언니.”
그 말을 들은 마를렌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동생이 생긴다는 건 굉장히 행복한 일이라고 마를렌은 생각했다.
그 동생이 피를 섞은 친동생이든 피가 섞이지 않은 의동생이든 간에..
표지-Anixs 삽화-로렌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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팅겨서 재업.....
열지를 못하니 글삭제도 못하고 있네요....
예전에 쓰던 '물의 아이들'이란 소설을 리메이크 해서 만든 소설 입니다. 버리긴 아까워서요.
기다리는 분이 있을란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만약 다음에 올린다면 3월에나 올리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