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검과 탄환과 기억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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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폐인 [54급]

2018-05-03 07: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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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덜컹, 하고 통나무 집의 문이 닫혔다. 통나무 집의 문이 닫히자 세상이 새카맣게 물들었다. 재를 뿌린듯한 무기질적인 하늘도, 차가운 색의 비도, 음울한 빛의 풀잎도 마치 처음부터 그 자리에 없었던 것처럼 순식간에 사라졌다. 내가 볼 수 있는 그의 기억은 여기까지인가. 아무것도 남지 않은 암흑의 공간에서 클리브는 심각한 표정으로 생각을 정리했다.


'이거... 내가 알면 안되는 것을 알아버린 것일지도 모르겠군.'


이글의 트라우마가 될 정도이니 심각한 이야기일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끔찍한 이야기였다. 릴리 홀든과 카렌 홀든. 홀든 가에 관련된 어떤 정보를 뒤져도 나오지 않는 이름. 프리츠 가문이 몰락한 이후로 홀든 가문은 오스트리아 제일의 가문으로서 그 입지를 착실히 다져왔다. 너무나 파격적인 그들의 행보에 사람들은 홀든 가문의 계략으로 프리츠 가문이 몰락한 것이 아니냐고 수근거리기까지 했지. 그런 소문이 나올만도 하다. 은행가로서의 재력과 능력자로서의 힘을 가진 홀든 가문의 국제적 영향력은 오스트리아 황제를 넘어섰다는 소문이 오스트리아에서 공공연하게 돌 정도가 되었으니. 그런 강력한 가문의 알리고 싶지 않은 치부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침을 흘리며 원할 것인가. 수많은 사람들이 홀든 가문의 작은 비밀이라도 파헤치기 위해 달려들었을 것이 틀림없다. 그런데도 릴리 홀든과 카렌 홀든의 이름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니.


[입막음을 위해 뒤처리까지 해야했지.]


수많은 사람들이 홀든가의 찬란한 위광 뒤 감춰진 어둠의 조각을 얻기 위해 손을 뻗다 그 위광의 불꽃에 휩싸여 불타 사라졌을 것이다. 마치 촛불에 달려드는 덧없는 불나방처럼.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들을 세상에서 지워내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심지어 그들 중 하나는 아직 살아있는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철저히, 이다지도 무자비하게.


'이런 내용, 알지 못하는 편이 나았어.'


이글이 자네트에게 소리쳤던 이유, 이글이 자네트를 피하는 이유. 생각해보면 이글이 자네트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사실이 예전부터 가십거리로 돌았다. 이글이 자네트를 일방적으로 피한다고 했지. 그런 이글의 모습을 보고 지하연합의 능력자가 장난스레 이글에게 자네트에게 호감있냐고 물었던 적이 있다고 했다.


[그런 거 아니야! 이런 여자애를 누가...!!]


그냥 전해들었을 때는 이글이 정말 호감이 있는가 싶었지만 지하연합 능력자에게 들은 바로는 정색을 하며 칼까지 빼들었다고 했다. 그야 그렇겠지. 자신의 누이를 닮은 자가, 자신의 누이가 가지지 못했던 것을 모두 가지고 나타났으니. 그녀의 탓은 아니지만 이글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불쾌했을까.


[골치 아픈 일은 그냥 묻어두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텐데.]


자네트의 가정사를 전해들은 이글이 했다는 말. 이글이 생각없는 망나니라는 점을 말할 때 자주 거론되는 말. 허나 저 말이 액면 그대로의 뜻이 아니라면? 본인이 해결할 수 없었던 일 앞에서 무릎꿇고 자신의 슬픔을 묻어야만 했던, 같은 처지의 사람으로서 하는 충고라면? 아니, 그럴리 없다. 그렇게 묻을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 그 아픔을 품에 안고 살아오지 않았겠지. 저 말은 본인 스스로도 그것이 정답임을 알지만, 그러지 못했던 자신을 비웃는 소리이리라. 그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었다고 생각했던 그의 말도 그의 과거를 알고 보니 뜻이 완전히 달라졌다. 한없이 자유로워 보였던 독수리의 내면에는 과거의 족쇄에 얽매여 피를 흘리는 소년의 모습이 있었다.


'이글이 자네트를 만났던 헬리오스의 가든 파티날은... 확실히 릴리 홀든의 기일이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글의 자제심도 굉장하군. 나같았으면 파티에 참가하라는 말을 듣고 앞 뒤 생각않고 도망쳤을텐데. 클리브가 쓴 웃음을 지었다. 마냥 망나니인줄 알았던 그가 지하연합을 위해 그렇게까지 인내하다니. 그렇게도 지하연합이 마음에 들었던 걸까. 어쩌면 지하 연합은 홀든 가문이 그에게 되어주지 못했던 가족이 되어주었던 것일지도 모른다. 지하 연합은 릴리 홀든이 사라진 이후 처음으로 그를 필요로 해준 곳일 테니까. 어쨌던 앨리셔에게는 절대 알려주지 못하겠군. 앨리셔와의 계약은 파기다. 이런 내용, 그녀가 알지 못하는 편이 나아. 누구도 치유해주지 못할 가슴아픈 과거는 묻어두는게 서로에게 좋을 것이다. 이글에게도, 앨리셔에게도.


'문제는 그게 아니야.;


클리브는 이글의 기억을 떠올리며 마른 침을 삼켰다. 그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을까. 아마 폐공장에서의 전투에서부터 였으리라. 그가 속으로만 생각했던 최악의 결말, 공상의 영역이길 바라며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최악의 결말이 이글의 기억을 보며 점점 확고해졌다. 아니야, 아직은 아니야. 단지 나의 기우일지도 몰라.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 증거는 아무것도 없어. 그러니 아직은...


"..이글."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인데 미처 생각이 거기까지 닿지 못했다. 폭주한 사이코메트리의 힘에 휩쓸려 이글의 기억에 떨어졌으니 그가 여기 있는것도 당연한데. 이글은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클리브의 앞에 서 있었다. 아니 혹시 모르지. 이글의 기억이 끝나고 정말로 그가 자신의 앞에 계속 서 있었던 걸지도. 그걸 알아차리지 못할 만큼 클리브는 생각의 늪에 빠져있었으니.


"아무래도 내 사이코메트리가 폭주한 모양이야. 증폭 능력자라니 생각도 못했어. 어쨌든 여기서 나가야..."


"다이무스 형이 내게 그랬지. 앨리셔가 내 뒤를 캐고 다닌다고."


느닷없이 울려퍼진 이글의 목소리는 클리브가 그의 귀를 의심할 정도로 무미건조했다. 이글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클리브를 바라보았다. 풀어헤쳐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이글의 슬프도록 공허한 눈동자를 보며 클리브는 저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그 어떤 절망이, 슬픔이 그의 눈보다 더 깊을 수 있으랴. 그의 눈동자를 보며 클리브는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인정해야 했다. 그가 생각했던 최악의 결말이 사실이었음을. 그리고 이글이 그와 똑같은 결론에 도달했음을.


"타라에게 보고하기 위해 헬리오스를 드나들게 된 네가 앨리셔와 한번쯤은 마주치게 될 거라고 생각은 했지. 그렇게되면 너는 분명 앨리셔를 도와 내 뒤를 캐고 다니게 되었을거야. 너도 헬리오스의 파티에 있었고, 나와 자네트를 보고 호기심을 가졌을테니."


순간 이글이 클리브가 반응조차 하지 못할 속도로 다가와 그의 멱살을 낚아챘다. 끝을 모를 분노와 슬픔이 느껴지는데도 이글은 차마 클리브를 바라보지 못했다. 마치 그가 진실인 것처럼. 그에게서 눈을 돌리면 진실에서 달아날 수 있을것만 같았기에.


"똑똑한 너라면,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가진 너라면 이 기억을 보기 전부터 어느 정도 진상에 도달했을거다. 그 진실에 어느정도 확신도 있었을거야. 그렇다면, 내게 먼저 말했어야지! 어째서 내게 말하지 않은거냐!"


서슬퍼런 목소리가, 그럼에도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가 너무나도 서글펐다. 폐를 쥐어짜듯 말을 내뱉어도 결국 그는 고개를 들어 클리브를 바라보지 못했다. 너무나도 작아보이는 이글의 등이 서글펐다. 이글의 말대로 클리브가 그 진상에 도달했을 때 그것을 가장 먼저 알아야 할 사람은 이글이었다. 허나 클리브는 이글에게 진실을 전할 수 없었다. 너무나도 차갑고 아픈 진실이기에 그것을 깨달았을 때 클리브는 저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그 진실을 이글이 들었을 때 그가 받을 상처의 크기를, 깊이를, 그가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그것이 무서워 클리브는 이글에게 진실을 전하지 못했다.


"미안해. 내가 겁쟁이라서, 네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을지 짐작조차 하지 못해서, 너에게 진실을 전할 용기가 없어서 말하지 못했어."


그 따듯하고도 차가운 한마디. 그를 걱정해주는 클리브의 따듯한 마음씨가, 그럼에도 진실을 인정하는 차가운 말에 이글이 무릎부터 무너져내린다. 사실 이글은 자신이 도달한 결론을 클리브가 부정해주길 바랬다. 그가 진실에 도달하지 못한 것이길 바랬다. 허나 클리브의 말은 그가 손에 쥔 너무나도 아픈 진실이 사실임을 선고했다. 아무것도 없는 암흑의 공간에서, 누군지도 모를 사람을 향해 울부짖는 그의 슬픔은, 클리브가 상상도 하지 못할 슬픔이겠지. 여기서 그가 꺾인다 하여도 그 누구도 그를 비난하지 못할 것이다. 그가 짊어진 슬픔은, 마주해야 할 진실은 그런 것이니까. 누구를 향하는지 모를 그의 슬픔은, 듣는이 없는 그의 울부짖음은 그렇게 암흑 속에서 한참을 울려퍼졌다.



"이제 어떡할거야?"


"...베어야지. 내 앞을 가로막는다면."


옆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꺾여버릴듯한 슬픔을 겪고도, 그럼에도 이글은 꺾이지 않고 나아간다. 그만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기에. 그가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기에. 다시 일어선다. 암흑의 공간이 그의 머리칼처럼 새하얗게 녹아내린다. 눈물젖은 그의 눈은 아직도 슬픔에 잠겨있지만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백은 그가 멈춰서지 않을 것임을 말하고 있었다. 새하얗게 물든 하늘이 달빛을 받아 푸르게 물들어가는 것을 보며 클리브가 천천히 눈을 떴다.



차가운 새벽의 공기가 클리브의 몸을 휘감았다. 수많은 물감을 뒤섞은듯한 세계가 시간이 거꾸로 흐르며 물감이 흩어지듯 저마다의 색을 되찾아가며 도시의 모습을 이루었다. 푸른 달빛이 쏟아지는 어딘지 모를 골목에서 클리브는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에 몸서리치며 고개를 들었다. 일단 화이트채플의 거리일텐데. 왜 내 옆에는 이글이 없는거지?


"끄으으... 여기는 또 어디야?"


원래대로라면 칠흑의 남자에게 습격당해 화이트채플의 대로에 쓰러져있어야 할텐데. 그가 있는 곳은 어딘지 모를 좁은 골목이었다. 카인이 자신을 숨기려고 골목까지 부축한걸까? 그러기에는 카인도 이글도 보이지 않는다. 이글도 자신과 같이 기절했을테니 그도 자신의 옆에 있어야 하건만. 그래도 어디 특별히 다친것은 없는것처럼 보이니 다행이군.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몸 상태를 점검하던 그의 눈에 건물 사이로 작게 새어들어오는 달빛에 비춰진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저게 뭐야. 그림자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대충 보기에는 여성의...


잘린 팔이었다.


"우와아악!"


이게 뭐야, 잘린 팔이라니! 눈을 뜨자마자 어디인지도 모르는 곳에서 가장 먼저 보는게 잘린 팔이라고! 역시 잭 더 리퍼의 거리, 아주 막장이구만! 자비가 없어! 하며 공황상태에 빠져있는 클리브의 눈에 이상한 점이 눈에 띄었다. 잘린 팔의 모습이 지나치게 눈에 익었다. 아니 세상에, 이글의 기억을 너무 심하게 봐서 미쳐버린건가. 여자의 잘린 팔이 익숙해 보인다니. 아니 그런데 진짜 익숙한데.


"아, 그 기계인형 아가씨 팔인가."


확실히 이름이... 트릭시 폭스. 그래 그런 이름이었던 것 같은데. 멜빈 리히터의 조부 아돌프 빈다우스가 만든 안드로이드. 저번에도 인터뷰를 하러 갔다가 습격당했었지. 아니 그러고보니 그때는 어떻게 됐지? 내가 멀쩡히 그 여자한테서 도망칠 수 있을것 같지는 않은데. 아니 그나저나 이 여자 팔은 왜 여기에 있는거야?


"흐음... 기억같은게 남아있을까.."


아돌프 빈다우스 박사는 안타리우스의 생명공학자라고 했지. 그런 박사를 호위하는 안드로이드의 팔이라면 안타리우스에 관련된 기억 하나쯤은 남아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렇다고 안타리우스의 기지에 관련된 기억이 짠 하고 나타나주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중얼거리며 트릭시의 팔을 집어든 클리브는 트릭시의 팔에 담긴 기억을 읽기 시작했다. 파도처럼 밀려오는 기억 속에서 필요한 기억을 잡아내던 클리브는 생각지도 못한 기억을 발견하고 웃음지었다.


"월척이다."



푸른 달빛을 받으며 이글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래, 과거의 기억을 보았지. 홀든가의 저택을 떠올렸던 적이 언제였던가. 스승의 집에, 카렌 홀든의 집에 들어간 이후로 일부러 홀든가의 저택을 떠올리는 일을 피하려고 했다. 언제나 슬픔에 잠겨있던 나의 누이를 그리며 누이의 이름을 가진 꽃을 길렀다. 아아, 나는 아직도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했구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카인이 놀란 얼굴로 물었다.


"이글, 자네 우는건가?"


"아냐, 꼰대. 하품해서 그런거야."


이글이 천천히 검집을 움켜쥐었다. 이제 되돌아갈 곳은 없어.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순간 이글의 품에서 무전기가 작게 치직거렸다.


"...글. 이글. 들려?"


클리브인가. 그러고보니 클리브가 자신의 옆에 없었다. 아마 자신과 클리브가 쓰러진 사이에 잭이 깨어난 것이겠지. 이글이 품에서 무전기를 꺼내들었다.


"잘 들려. 너도 방금 깨어났겠지. 합류해야겠는데 지금 어디있냐?"


"합류가 문제가 아니야. 대박이라고. 안타리우스의 기지가 어디인지 알아냈어."


카인이 이글이 놀란 얼굴로 서로를 마주보았다. 클리브가 그보다 빨리 깨어났다 하더라도 그 차이는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그 짧은 시간 내에 안타리우스의 기지가 어디있는지 알아냈다고? 이글에게서 무전기를 받아든 카인이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정말인가? 어떻게 알아낸건가,"


"눈을 뜨고 보니 어딘지 모를 위치에 있었습니다만, 제 앞에 그 트릭시 폭스라는 기계 여자의 팔이 있었습니다. 왜 여기 이런게 떨어져 있는지는 모르겠만요. 혹시나 해서 기억을 읽어봤습니다만 팔에 남겨져있던 기억 안에서 안타리우스 기지에 대한 기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과연. 트릭시 폭스의 팔인가. 안타리우스에 소속되어있는 아돌프 박사를 호위하는 트릭시 폭스의 팔이라면 그런 기억이 있어도 이상하진 않군. 팔이 남겨져 있다는 것은 잭과 트릭시의 전투가 있었다는 것이겠지. 오히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그녀의 행보다. 그녀가 클리브를 노린 이유가 무엇일까? 아니, 클리브보다는 잭을 노렸다는 표현이 정확하겠지. 그녀와 잭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안타리우스의 행동 하나하나가 단서가 될 수 있는 지금 상황에서 그녀의 행동은 합리적이지 못하다. 그녀 스스로도 알고 있겠지. 아니, 자신이 그녀를 너무 인격체처럼 이야기하는 것일까. 비록 그녀가 조금의 인격이 남아있다지만 그녀는 타인의 명령을 받아야 움직이는 안드로이드인데. 현재 아돌프 박사가 쓰러지고 트릭시를 데리고 있는 것은 그의 외손자 멜빈 리히터일 것이다. 아마 그가 트릭시를 잭에게 보낸 것일테지. 의도가 무엇일까? 어쩌면 안타리우스의 기지의 위치를 알리기 위해 그녀를 우리에게 보낸 것이 아닐까? 고민하는 카인의 표정을 본 이글이 그의 손에서 무전기를 낚아챘다.


"무슨 생각 하는지 알아, 꼰대. 하지만 이게 비록 함정이더라도 우리는 물러설 수 없어. 시간이 부족하니까. 그래서 클리브, 안타리우스의 기지는 어디에 있지?"


"듣고 놀라지나 마. 여기서 30분 거리에 있는 템즈강 너머의 폐공장이야. 런던 한가운데라고."



"그들이 생각보다 잘 해주었군."


카인의 무전기로 안타리우스의 기지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명왕이 파이프를 깊게 빨았다. 그의 숨결을 따라 파이프 안의 연초가 새하얗게 타들어갔다.


"한달도 안되어 안타리우스의 기지를 찾아내다니, 기대 이상의 실적이로군요."


솔직히 말해서 타라는 그들에게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이글은 전투적으로 뛰어나고 두뇌가 생각보다 명석하다. 다이무스를 위해 홀로 안타리우스를 추격했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허나 그것은 단순한 요행이었다고 믿었다. 평소 그의 품행을 보면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테지. 카인은 전직 군인, 그것도 세계 대전에서 활약한 장교 출신이라지만 비능력자에 불과했다. 게다가 다른 한명은 사이코메트리 능력을 쓰는 기자, 솔직히 말해서 민간인이나 다름 없었다. 그에게 다른 인격이 있다는 소리를 들었지만 판을 뒤바꿀만한 와일드 카드가 되리라고는 생각치 않았다. 허나 이들은 한달이라는 시간만에 헬리오스 회사가 해내지 못했던 일을 해결했다.


"굉장히 의외라는 표정이군. 그리 기대를 하지 않았나보지?"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그렇습니다. 이글 홀든과 카인 스타이거는 전장에서 만난다면 굉장히 위협적이지만, 이런 일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클리브 스테플은 솔직히 민간인이나 다름없잖습니까. 물론 그들이 굉장히 특수한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않겠습니다만, 한달도 안되는 시간동안 회사가 해내지 못한 일을 해결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이렇게 결과를 들고 왔지. 이렇게나 훌륭히 말일세."


"회장님께서는 그들의 무엇을 보고 이 일을 맡기셨습니까?"


"연합의 젊은 녀석은 세 사람의 능력을 보며 생각한것 같지만 나는 그 젊은 녀석처럼 머리가 뛰어난 것이 아니니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았네. 그냥 늙은이의 감이랄까."


깊은 한숨과 함께 담배연기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모습을 보고 타라가 눈을 찌푸렸지만 명왕은 아랑곳하지 않고 파이프를 다시 빨아들였다. 남은 연초가 모두 새하얗게 타들고 나서야 명왕은 파이프를 내려놓고 타라를 불렀다.


"지하연합의 앤지 헌트양을 불러주게. 그녀를 만나야겠어."



이글, 카인, 클리브 세명이 안타리우스의 기지를 찾아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마자 스노우 퀸 앤지 헌트와 명왕 헨리 밀러가 만나 안타리우스의 기지를 습격하기 위한 팀을 짜기 시작했다. 지하연합, 헬리오스, 그랑플람 재단과 그 외에도 동원할 수 있는 모든 능력자를 동원하여 짠 능력자 팀은 군대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명왕의 서재에서 그와 마주앉은 앤지가 창 밖에 모여있는 능력자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성공할 수 있을까요?"


"앤지, 그대가 약한 소리를 하면 안되네. 그대는 한 조직의 총수일세. 그대는 입에 성공만을 담아야만 하네. 비록 그것이 성공하지 못할 것임을 알고있어도 말일세."


앤지는 안쓰러운 눈빛으로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가끔 생각했다. 자신은 능력자 집단을 이끌만한 능력이 없는것이 아닐까 하고. 아니, 그것이 사실이겠지. 자신이 지하연합을 이끌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의 이름과 자신에게 깃든 아버지의 흑염 덕분이니. 한 능력자 집단을 만족스럽게 이끌 수 없는 자신이 이렇게 많은 능력자를 사지로 몰아넣어도 되는 것일까.


"수많은 자들의 피가 흐를겁니다. 그 피가 흐른 이유중 하나가 저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것이겠죠."


"그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아네. 자신이 한 조직을 이끌 자격이 있나 싶은 것이겠지. 자네에게는 그럴 자격이 충분하네. 자네의 아버지, 흑염 하이드의 뒷배가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니네. 자네는 살면서 아버지를 만난 적이 없었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하연합을 이끌 마음을 먹게 된 것은 존경할만한 일이야. 비록 자신이 원하지 않았던 것이었더라도 말일세."


명왕이 손등으로 커튼을 걷었다. 수많은 능력자들이 헬리오스의 정원에 모여있었다. 그 중에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서로 적대하던 능력자들도 있었다.


"저들을 보게. 저들이 누구의 이름을 보고 모여들었다 생각하나? 명왕 헨리 밀러의 이름? 물론 그것도 있겠지. 하지만 나는 너무 늙었어. 명왕 한 사람의 이름만 가지고는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모을수는 없지. 이 능력자 집단의 정상에 서 있는 사람중 하나는 자네일세, 앤지 헌트. 자신이 그 위에 설 자격이 있나 의심하지 말게. 그것은 자네를 위해 모여든 사람들에 대한 모독일세."


명왕이 천천히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노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기백이 그의 몸에서 흘러나왔다. 그것은 의심할 겨를 없이 능력자의 정상에 선 자의 모습이었다.


"자, 가세나. 출전의 시간일세."



도시가 침묵에 잠긴 어두운 밤.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한 폐공장의 문 앞에 서서 몸을 풀었다. 남자의 오른손의 거대한 건틀릿이 그를 따라 철컥거리며 움직였다. 그가 자세를 잡고 주먹을 가다듬자 그의 몸이 활시위처럼 팽팽하게 당겨졌다. 무엇이든 부숴버릴듯한 강력한 주먹이 철문을 후려갈기자 귀를 찢을듯한 폭음이 새벽의 침묵을 깨트렸다. 박살이 난 철문 너머로 거대한 공장 부지가 보였다.


"지대로 찾아온 모양이구마."


도일이 허허 웃으며 손가락을 꺾었다. 살기등등한 뼈소리가 울려퍼지며 능력자들이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그와 동시에 공장 내에 붉은 경고등이 점멸하며 사이렌 소리가 울려퍼지고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이 총을 들고 일사분란하게 몰려나왔다.


"방패를 든 전 드라군은 앞으로, 총기를 막아라!"


우렁찬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갑옷을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나타나 방패를 세웠다. 총탄이 방패에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퍼졌다. 귀를 찢는듯한 충돌음이 멈추고 안타리우스의 경비들이 총기를 재장전하는 짧은 틈 사이에 방패와 방패 사이로 날카로운 창이 빠르게 날아갔다. 거대한 투창이 검은 옷을 입은 남자 하나를 꿰뚫고 벽에 박혔다. 벽에 박힌 창이 우산처럼 펼쳐지더니 폭발하며 수많은 강철 조각들이 날아가 남자들을 꿰뚫었다. 최전방에 서서 창과 방패를 든 여자가 그 모습을 보며 작게 혀를 찼다.


"여전히 기묘한 짓거리만 골라서 하는구나, 드렉슬러."


"누님이 신경쓸 일이 아니오. 나는 내가 하고싶은 일을 할테니."


강철 파편들이 휩쓸고 간 자리에는 멀쩡히 서있을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운 좋게 강철 파편을 피할 수 있었던 남자들이 바리케이트 너머로 몸을 숨기며 전열을 가다듬었다. 바리케이트 너머에서 수많은 탄환이 날아왔지만 탄환은 드라군들의 방패 앞에 속절없이 힘을 잃고 떨어져갔다. 순간 레오노르의 눈에 검은 옷의 남자들의 수상한 행동이 눈에 띄었다. 저것은... 박격포로군. 귀찮은 무기를 들고 왔군. 평소 안타리우스의 강화인간을 이용한 전술과는 꽤나 상이한 전투 방식이다. 용병인건가. 최악의 가정은 안타리우스가 독자적으로 화기로 무장한 전투부대를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이지만... 어느쪽이던 저 박격포는 굉장히 성가신 무기다.


"염동력 능력자! 1시 방향의 박격포 부대의 무력화를..."


순간 섬광같은 빛줄기가 하늘을 가르며 검은 옷을 입은 남자들 사이에 떨어졌다. 하늘을 꿰뚫는 폭음과 함께 대지를 부수는 충격이 공장을 휩쓸었다. 충격에 바리케이트의 모래 주머니가 터졌는지 바람을 타고 모래먼지가 사방에 흩어졌다. 밀려오는 모래먼지에 눈을 찌푸린 레오노르가 손짓하자 바람능력자가 불러들인 바람이 먼지를 걷어냈고, 짙은 모래바람 속에서 은빛 갑주로 몸을 감싼 검룡, 로라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음에 드는군, 로라스."


"칭찬 감사드립니다, 단장님."


"하지만 아직 부족해. 더 갈고 닦도록."


"명심하겠습니다, 단장님."


레오노르와 로라스의 무기질적인 대화에 드렉슬러가 입을 삐죽였다. 총기를 가진 남자들이 모두 쓰러지자 공장 내부에서 또 사람들이 몰려왔다. 이번에는 검은 정장이 아닌 안타리우스 특유의 가죽 슈트다. 강화인간 부대인가. 레오노르가 속으로 짧게 혀를 찼다. 안타리우스의 기지가 런던 한 가운데에 있는 것도 기절초풍할 일인데 이 인원은 상정 외의 숫자다. 외부 경비로 돌린 숫자가 이정도라면 건물 내부에는 얼마나 많은 강화인간들이 있다는 소리인가? 레오노르가 전열을 가다듬으며 전술을 떠올리는 사이에 방패를 든 드라군 뒤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휴톤과 레베카와 도일이 뛰쳐나왔다.


"남은 놈들은 주먹 깨나 쓰는 놈들이라는 소리지, 조금 놀아달라고!"


뻐억! 하는 강렬한 소리가 공장을 가득 채웠다. 이름모를 강화인간이 휴톤의 주먹에 맞아 얼굴뼈가 함몰되며 벽에 처박혔다. 지하 연합의 세 돌격대장의 폭풍처럼 몰아치는 주먹에서 버텨낼 수 있는 강화인간은 없었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노르가 얼굴을 찌푸렸다. 지하연합의 저 셋은 변하지를 않는군. 저렇게 뒤엉켜버리면 지원사격도 불가능하다. 그렇게 생각한 레오노르가 한숨을 내쉬며 부대의 돌격을 명령했다. 폐공장의 부지에서 능력자와 강화인간들이 순식간에 뒤엉켰다.


"침입조의 진입 경로 확보를 최우선으로 하도록! 원거리 공격이 가능한 능력자들은 강화인간 부대 후미를 폭격한다!"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염의 벽이 강화인간들을 휩쓸었다. 불꽃은 마치 며칠동안 굶주린 지옥의 개처럼 강화인간들을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 아무리 감정을 제거했더라도 화염을 두려워하는 것은 인간의 본능. 초열지옥 속에서 재가 되어 바스라지는 강화인간의 모습을 본 다른 강화인간들이 본능적으로 몸을 움츠렸다.


"잉게의 불꽃에 휩쓸리지 마라! 적들이 움츠러든 틈을 타 침입조의 진입 경로를 확보한다!"


나이오비의 불꽃이 의지를 가진 것처럼 강화인간 부대를 집어삼켰다. 순식간에 강화인간의 부대가 지옥의 화염에 의해 두 부대로 갈라졌다. 그 순간 피부를 찢어발기는 사나운 바람이 불어닥치며 지옥의 화염을 찢어발겼다. 차가운 삭풍이 화염을 누그러뜨린 사이 화염을 꿰뚫고 푸른 얼음이 벽처럼 솟아올랐다. 화염을 밀어낸 두개의 얼음벽은 공장의 문까지 이어졌고, 그 모습을 본 레오노르가 크게 외쳤다.


"진입로 확보! 침입조 출동!"


레오노르의 명령이 떨어지자 10명의 능력자들이 얼음의 길을 달려나가며 공장 안으로 진입했다.



안타리우스 기지 진입작전이 행해지기 며칠 전. 요기 라즈, 토니 리켓, 앤지 헌트가 모여 능력자들의 조합을 짜고 있었다. 이런 일은 보통 연합과 회사의 대표자가 모여 조합을 해야하는 것이건만.


"연합측에서 1차적으로 능력자들을 선발해주면 합당한지 2차적으로 판단하겠다니, 거만한 소리군요."


"어쩔 수 없죠. 회사는 지금 제 3 조직들의 대표자들을 만나느라 바쁠테니. 그래도 안타리우스 토벌같은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한 능력자 배분을 우리에게 맡긴다는 것은 그래도 우리를 상당히 신뢰한다는 소리가 아닐까요?"


"허울뿐인 소리입니다. 그런것보다는 인력이 하나라도 더 필요해요. 회사의 레오노르 드렉슬러의 참전은 결정되었습니까?"


"방금 막 결정되었다고 해요. 본인의 휴가를 마음대로 빼앗는다고 항의가 있었던듯 하지만요."


"그녀는 이 작전의 중요한 인재입니다. 그녀가 참전한다면 스페인 황실의 드라군 일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을테니까요. 그녀의 지휘 능력도 높게 사고 있습니다. 그녀가 회사 소속인 것이 참으로 아쉽군요."


토니가 눈으로 쫓기 힘든 속도로 손을 움직이며 능력자들의 서류를 정리해나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타리우스 토벌을 위한 능력자들의 리스트가 모습을 갖춰나가기 시작했다.


"레오노르 드렉슬러를 필두로 한 안타리우스의 강화인간과 전투를 벌일 섬멸조, 카인 스타이거를 필두로 한 안타리우스의 공장 근처를 수색하며 도망치는 잔당을 처리하기 위한 수색조, 1차적으로 공장 안으로 침입해 난전을 벌여 적들의 페이스를 흐트러뜨리고 옥사나 야고비치를 추적하기 위한 침입조. 이렇게 세 팀으로 나누었습니다. 물론 팀 안에서도 세부적으로 나뉘겠지만요. 섬멸조와 수색조는 인원 선별을 마쳤습니다. 회사측과 자잘한 조율을 마치고 나면 실전 투입에 들어가도 상관 없을 정도입니다. 문제는..."


문제는 침입조다. 폐공장에 안타리우스의 강화인간이 얼마나 있을지 모르지만 그들을 상대할 섬멸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침입조의 인원이 많아지면 섬멸조의 인원이 줄어들고 자연스럽게 안타리우스의 강화인간을 묶어둘 힘이 줄어든다. 섬멸조의 힘이 약해지면 수색조의 부담이 늘어난다. 애초에 침입조는 섬멸조가 공장에 진입하기 전까지 내부의 상황을 파악하고 옥사나 야고비치를 비롯한 안타리우스의 중핵의 도주를 막기 위한 수단. 섬멸조는 대규모보다는 한명한명이 일기당천인 소규모 부대로 구성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허나.


"한명한명이 일기당천인 강력한 능력자. 그것만 생각한다면 여려명 있겠지만요."


"그들 중 대부분은 섬멸조에 들어가 있습니다. 여러명을 한번에 상대할 수 있는 능력자는 대부분 화염이나 얼음 같은 원소능력자일 확률이 높으니까요. 대규모 난전에 능한 그들을 섬멸조에서 빼내는 것은 타격이 큽니다. 그리고 돌발상황에 능숙히 대처할 수 있는 자들이면 좋겠지요."


여러가지 점을 고려했을 때 침입조에 배정될 인물은 열명. 현재로서 정해진 자들은 다이무스 홀든, 벨져 홀든, 티엔 정, 릭 톰슨, 루이스, 잉게보르트 홀든, 알베르토 로라스, 이나바 호타루, 자네트, 마틴 챌피. 실내에서의 싸움에 익숙하고 돌발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자들과 그들을 효율적으로 보조할 수 있는 자들.


"이 인원 구성으로 갈 것인가요?"


"이정도면 현재 구성할 수 있는 엔트리 중에서는 가장 이상적입니다. 회사측에서 순순히 받아들여줄지 모르겠지만요."


"어이. 그 인원 구성에서 나는 어디쪽에 들어가있지?"


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앤지가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꽤나 당황했는지 그녀의 왼손에 검은 화염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회의실의 벽에 기대어있는 사람이 이글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 손의 화염을 없앴다. 도대체 언제 자신들의 뒤까지 다가온 것일까. 심지어 문을 여는 기척조차 나지 않았다. 그럴리 없겠지만 만일 그가 자신들을 베려고 했다면 자신은 대응할 수 있었을까?


"무서운데. 아무리 나라도 네 불꽃에 맞고 멀쩡할 자신은 없다고."


순간 앤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의 목소리는 순간 앤지가 그의 목소리가 맞나 싶을 정도로 공허했다. 목소리만 들었더라면 그의 목소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다. 언제나 쾌활함을 잃지 않는 남자였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목소리에서 힘든 기색이 느껴지긴 했지만 지금처럼 공허하진 않았다. 도대체 안타리우스를 추격하는 도중에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이글... 너 괜찮아?"


"잘 모르겠군... 지금은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토니, 나는 어디에 배치되어있지?"


토니에게도 지금 이글의 모습은 의외였던 것일까. 이글의 목소리를 듣고 당황한 토니가 다급하게 서류를 뒤졌다.


"이글.. 너는 섬멸조 쪽이야. 난전에 강한 능력자를 꼽으라 하면 네 이름이 빠질 수 없으니."


"미안하지만 나는 섬멸조 쪽에서 빼줘야겠어. 잉게보르트와 알베르토의 이름을 빼고 나와 클리브를 집어넣어줬으면 좋겠는데."


"클리브 스테플을? 그는 추적조야. 전투력도 침입조에 들어갈 만큼 강하지는 않은 것 같은데."


"클리브에게 다른 인격이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겠지? 그라면 전투력도 은밀행동도 침입조에 충분할텐데"


그 말에 토니가 눈을 찌푸린다. 확실히 클리브에게는 영국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잭 더 리퍼의 인격이 잠들어있다는 소문이 아는 사람 사이에서만 퍼져있었다. 그 소문이 진실인지는 둘째치고 전투력이 굉장하다는 소문이 있었지. 하지만 잭 더 리퍼를 침임조에 포함시키는 것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잭 더 리퍼라는 클리브의 다른 인격에 대해 가지고 있는 정보가 너무 적고, 그가 타인과 협력이 가능하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잭 더 리퍼라는 존재 자체가 위험 부담이 너무 크다.


"알고 있지만 너무 위험부담이 커. 클리브의 전투 능력은 그리 높지 못하고 잭 더 리퍼라는 다른 인격은 누군가의 통제가 불가능한 사람이니까. 그를 넣는것 하나만으로 침임조가 와해될 가능성도 있어."


"글쎄, 확실히 통제불능이라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던 침입조에 나와 잭을 넣으라는 것은 당사자들의 요청이다."


돌아서려는 그를 보며 앤지가 다급하게 물었다. 지금 행동은 평소의 그답지 않다. 그 이유를 반드시 알아야만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이글, 왜 침입조로 가려는거야? 앨리셔를 구하려고 그래?"


"앨리셔 때문만은 아니야. 확인해야할 것이 있어. 그리고 내 생각이 맞다면 그건 내가 마무리 지어야 하는 일이야.


그렇게 말하며 이글은 방 문을 열고 나섰다. 달빛이 창문을 타고 넘어와 어두운 복도를 푸르게 물들였다. 푸른 달이다. 그가 어릴적 홀든 가문의 백합 꽃 정원에서 보았던 것 처럼. 자신은 아직도 그 시절의 어린아이처럼 약한채일까.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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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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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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