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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검과 탄환과 기억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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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폐인 [54급]

2018-02-2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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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누이에게 검을. 다이무스의 요구는 과연 받아들여질 것인가. 가주가 다이무스에게 했던 약조는 머나먼 과거의 것으로 가주가 다이무스의 의욕을 북돋기 위해 반쯤은 농으로 하였던 말이다. 이제와서 그가 약조를 무시한다 하여도 누구도 비난하지 않는다. 다이무스 그 자신도 반쯤은 잊고있던 기억으로 약조가 지켜질 것이라고 믿지는 않았다. 허나 그 약조는 지켜졌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주가 누이를 포함한 넷을 불러냈다. 누이에게 검술을 가르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었다. 가주는 그녀에게 일주일 후 부터 검을 배우기 시작할 것이라는 말을 건네고 차갑게 사라졌다. 다이무스는 조용히 벨져와 방을 나섰다. 누이가 마음껏 기뻐할 수 있기 위한 배려였다. 다이무스와 벨져가 방을 나서자마자 이글은 온 방안을 뛰어다니며 그녀가 검술을 배울 수 있게 된 것을 마치 제 일인 양 기뻐하였다. 한참 환호성을 지르며 방을 뛰어다닌 이글은 누이를 얼싸안았다.

"누나! 누나도 이제 검술을 배울 수 있어!"

"응..으응..정말 그렇네."

"누나, 반응이 왜그래? 엄청 기뻐할 줄 알았는데?"

생각지도 못한 누이의 미적지근한 반응에 이글이 당황한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글의 말에 그녀는 고개를 작개 내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너무 기뻐서 아직 얼떨떨해서 그래. 마냥 꿈만 같아서."

"꿈이 아냐! 저 인간은 그래도 자기가 했던 말은 반드시 지키는 양반이니까, 누나도 틀림없이 검을 배울 수 있어!"

"이글, 아버님께 그런 말투는 못써. 하지만 정말로 검을 배울 수 있으니 꿈만 같아."

"누나는 벨져 형이 인정할 정도로 검에 엄청난 재능이 있잖아! 틀림없이 홀든가 최고의 검사가 될 수 있을거야!"

"그래. 그렇다면 우선 이글을 이기기 위해서 노력해야겠는걸."

"헹! 둘째인 벨져형보다 셋째인 누나가 더 천재잖아! 그렇다면 넷째인 나는 얼마나 천재일 것 같아? 누나가 나를 이기려면 한참은 노력해야 할걸!"

"글쎄, 그건 어떨까?"

놀리는듯한 그녀의 말에 화를 내는 이글을 뒤로 한 채 그녀는 방을 나섰다. 그리고 그녀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방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가슴의 감정이 커질수록 그녀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달리는듯한 걸음으로 방에 도착한 그녀는 간신히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렸다. 검을 배울 수 있다. 그것 하나만으로 살면서 받아온 멸시와 차별을 단번에 보상받는듯한 기분이 들었다. 멈출줄 모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쳐내던 그녀는 눈믈을 닦는것도 포기한 채 무릎부터 주저앉았다. 창 밖으로 자신의 형제들이 검술을 배우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며 가슴 속 깊은곳에서 키워온 열망과 꿈을 이룰 수 있을것만 같았다. 기쁨의 눈물을 흘리던 그녀는 눈물 젖은 얼굴을 정리하지도 못하고 울다 지쳐 침대에 쓰러져 잠들고 말았다.


누가 그리 말했지. 인간의 꿈이 달콤한 이유는 현실이 차갑기 때문이라고. 일주일 뒤 누이가 검술을 배우기로 한 날 연무장에서 다이무스는 분노에 찬 얼굴을 간신히 숨기며 검집을 으스러뜨릴듯 움켜쥐고 있었다. 이글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벨져는 이리 될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각자의 분노한 감정으로 현실을 직시해야 했다. 이른 아침 기쁨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연무장에 찾아온 그녀가 본 것은 햇빛을 받아 탁하게 빛나는 가느다란 세검이었다. 레이피어. 찌르기에 특화된 가벼운 검은 얼핏 보면 아직 다 성장하지 못한 가느다란, 게다가 여자의 몸을 가진 그들의 누이에게는 좋은 검일지도 모른다. 허나 형제들 중에 그녀에게 레이피어가 주어진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 것인지 모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홀든 가문에 레이피어 검술은 없다.

홀든 가문의 누구도 레이피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레이피어를 가르치는 검사도 홀든 가문의 사람이 아닌 오래 전에 홀든 가문에서 갈라진 방계의 사람으로 사실상 남이나 다름 없었다. 누이에게 검을 가르쳐 달라는 다이무스의 말은 정말 표면적인 의미로서만 지켜졌다. 그의 소원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더 차가운 현실을 그들에게 강요하였다. 그들의 누이를 절대로 홀든 가문의 검사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가주의 의지. 그 증거로 가주는 그녀가 검을 배우는 자리에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다이무스는 살면서 이처럼 분노했던 적이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그녀의 손에 쥐여진 레이피어를 부러뜨리고 연무장을 나서고 싶었다. 형제들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리 하지 않는 이유는 레이피어를 쥐고 정말로 기쁜듯이 휘두르는 그녀의 모습을 차마 그들의 손으로 부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레이피어를 쥐고 기뻐하는 그녀의 얼굴에는 단 한점의 거짓조차 없는 순수한 웃음만이 있었다. 홀든가의 딸로서 레이피어를 받은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녀 스스로도 모르지 않을텐데도.


벌컥 소리가 나며 가주의 집무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그 누구도 가주의 집무실의 문을 이렇게 거칠게 열지 않는다. 가주 그 스스로일지라도. 방 한가운데의 테이블에 앉아 서류를 정리하던 가주는 눈동자만 움직여 거칠게 문을 연 장본인을 바라보았다. 열린 문으로 평소와 같이 냉정한 얼굴의 다이무스가 걸어들어왔다. 냉정한 얼굴 위로 얼핏얼핏 분노의 표정이 스쳐지나갔지만 열 일곱의 소년 치고는 나름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고 있었다. 허나 그런 그라도 검집을 으스러뜨릴듯 움켜쥔 손에서 튀어나온 힘줄을 숨기진 못했다. 다이무스의 목소리가 방에 낮게 울려퍼졌다. 그의 목소리 사이사이에 주체할 수 없는 분노가 섞여 흘러나왔다.

"홀든가의 장남, 다이무스 홀든. 가주님을 뵙습니다."

"올 줄 알고 있었다. 꽤나 문을 거칠게 열더구나."

"제가 올 줄 알았다면 제가 찾아온 이유도 알고 계실 터입니다만."

"하고 싶은 말이 무어냐."

다이무스는 가볍게 심호흡을 하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러나 그러고도 분노를 가라앉힐 수 없었는지 이내 그는 감정을 가라앉히길 포기한 채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지르듯 말했다.

"아버지는 저와의 약속을 어기셨습니다!"

"누이에게 검술을 가르쳐 달라는 약속 말이냐? 지금쯤 검술을 배우고 있을 터인데 내가 무엇을 어겼다는 것이냐?"

"제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는 아버지께서 더 잘 아실텐데요!"

"너는 누이에게 검술을 가르쳐 달라고 요구했고 나는 너의 요구에 응했다. 어떤 검술을 가르칠 지는 나의 마음이며 나는 그 녀석에게 가문의 검술을 가르칠 생각은 없다."

"어찌 그리 누이를 미워하십니까?! 당신의 딸 아닙니까!"

"나는 딸 같은 것은 둔 적이 없다. 홀든 가문의 가주, 이 나의 자식은 아들 셋 뿐이며 세상이 그리 알고 있다. 그것은 변하지 않아. 어째서 홀든 가문의 검술을 가르치지 않냐고? 내 너에게 하였던 알량한 약조를 들어주지 않아도 그 누구도 나를 비난하지 못하며 비난받을 이유도 없다. 내 그 녀석에게 레이피어라도 가르치는 이유는 내가 하였던 말은 지키기 위한 것이길 뿐이며 그 이상의 이유는 없다."

"아버지!"

"내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느냐? 누이를 위해 목소리 높이는 네가 옳다고 생각하느냐? 남들이 보기에는 그렇겠지. 허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옳은 것은 나이며 앞으로도 그럴것이다. 네가 옳지 못한 이유는 힘이 없기 때문이다. 힘을 가지지 못한 자의 발언은 공허할 뿐이다. 이제 알았느냐? 나의 결정이 번복될 일은 없다. 이제 돌아가라."

가주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촤악 하며 다이무스의 검집에서 검이 뽑혀져 나왔다. 가주에게 겨눠진 차가운 강철의 검이 전등빛을 받아 묵직하게 빛났다.

"좋습니다. 힘의 논리. 저의 뜻이 통하지 않았던 것은 제가 약했기 때문이라면 강한 힘으로 제 뜻을 관철하겠습니다."

빛나는 다이무스의 검을 보며 가주의 눈이 찌푸려졌다. 작게 한숨을 내쉰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움켜쥐었다.

"나도 네 나이때 즈음에 네 조부를 검으로 이겨 가주 자리를 물려받았었지. 그래도 내게 검으로 도전하는 것은 네가 아닌 벨져라고 생각해 왔다만.."

가주의 검이 검집에서 천천히 뽑혀져 나왔다. 검을 뽑는 동작만으로 한기를 품게 만드는 그를 보며 다이무스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와라. 너의 검이 얼마나 무딘지 내가 직접 깨닫게 해주마."


"형은 알고 있었어?"

이글은 그의 누이를 씁쓸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벨져를 닥달했다. 어제 누이를 두고 방을 나설 때 그의 얼굴에서 불안한 기색을 엿보았었다. 그것은 필시 오늘의 일을 예견한 것이리라.

"아버지가 누나에게 홀든 가의 검을 가르치치 않을 거라는거, 형은 알고 있었어?"

"어느정도 예상은."

"어째서! 어제 검을 가르치기로 약속했었잖아!"

"과연 우리 말고도 그녀에게 검을 가르치라고 아버지를 설득했던 사람이 우리밖에 없었을까? 빛나는 재능을 가진 그녀를 헛되이 낭비하는 것이 과연 가문 전체의 뜻이었을까?"

달빛을 받으며 화려하게 펼쳐졌던 그녀의 검을 보며 벨져는 그녀가 홀든 가문이 세워진 이래 최고의 천재 중 하나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아직 봉오리조차 트지 못한 재능이 저 정도라는 것에 감탄했고, 앞으로 그 재능이 피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것에 한탄했다. 앞으로 그녀의 손에 검이 쥐여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벨져가 그녀에게서 검을 뺏거나 자리를 뜨지 못했던 것은 그녀의 검이 아름다웠던것 뿐만 아니라 그것이 이제는 볼 수 없는 덧없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저 아이가 내 검으로 쌍검술을 펼쳤을 때 그것을 보고있던 사람은 나 뿐만은 아니었어. 하녀 둘과 정원사가 보고 있었지. 그들도 홀든 가문의 사람인 이상 다른 사람의 검, 게다가 주인이 멋대로 팽개친 검을 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 알고 있었을거다. 그런데도 그들이 저 아이를 말리지 못했던 것은 그 검이 덧없는 것임을 알았기 때문일거야. 이른 새벽부터 저택에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지. 어쩌면 셋째가 홀든가의 남매들 중에서 가장 재능이 있는 아이일지도 모른다고. 그러자 아버지께서 저 아이를 불러 경을 쳤어. 검을 쥘 자격이 없는 자가 검을 쥐어서는 안된다고 말이야. 그리고 그 소문을 낸 하녀 두명은 홀든 가문에서 쫓겨나게 되었다. 정원사도 어머니가 아끼던 자가 아니었으면 쫓겨나게 되었을거다."

얼마 전부터 자주 보이던 하녀 둘이 보이지 않다 싶었는데 그런 일이 있었나. 검의 가문의 자식이 검을 쥔 것을 보았다는 이유만으로 쫓겨나야 하다니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소문은 이미 난 뒤였어. 수많은 사람들이 저 아이의 재능을 썩혀서는 안된다며 아버지를 설득하려고 했지. 그 중에는 조부님도 계셨다."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설득하려고 했다고?"

그들의 조부는 병에 걸려 현재 별채에서 거주하고 있다고 들었다. 치료사가 항상 지켜봐야 할 정도로 몸 상태가 좋지 않아 별채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글도 그의 얼굴을 본지 벌써 4년이 넘어간다. 그런 그가 가주를 설득하기 위해 별채 밖으로 나섰다고?

"조부님과 아버지께서 가주실에서 독대를 했다고 하던데. 조부님께서 언성을 높이실 정도로 크게 무어라 하신 모양이야. 하지만 아버지의 뜻을 꺾지는 못하셨지. 조부님의 말씀까지 듣지 않고 그녀에게 검을 내리지 않으신 분이 다이무스 형과 한 가벼운 약조 하나 때문에 마음을 바꾸실 리 없다고 생각했다."

이글은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도 당신의 딸을 홀든 가문의 자식으로 인정하고 싶지 않으셨단 말인가. 이쯤되면 단순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를 넘어 무언가 숨겨진 것이 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병든 조부가 언성을 높혀서까지 말하게 할만한 이유가.


찬란한 햇빛 아래 한 소녀가 탁한 세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어설프긴 하지만 검을 처음 쥔 소녀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한 몸놀림으로 검을 다뤘다. 천부적인 검의 재능이 피어나는 모습을 보며 지나가던 홀든 가의 사람들은 안쓰러운 눈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홀든 가문이 생겨난 이래 역대급 천재가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사라져야만 하는가. 그것은 마치 불에 소실되어가는 찬란한 보물을 보는 듯한 눈이었다.

"형은 이제 어쩔거야."

"뭐를."

"누나가 레이피어를 배우는 거, 그냥 넘어갈거야?"

"이제와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아버지가 레이피어를 내렸고 저 아이는 그것을 받았지. 끝까지 검을 내리지 않으셨더라면 많은 사람의 반대에 부딪혔을거다. 허나 레이피어를 내림으로서 다른 사람들의 설득을 거절할 구실이 생겨버렸어. 레이피어를 내린 것에 대한 그럴듯한 구실도 준비해 두었겠지."

"난 인정 못해. 레이피어를 떠나서 누나가 이렇게 가문 사람으로서 인정받지 못하는거 이해 못하겠어."

"뭘 할 생각이냐."

"아버지가 누나를 왜 저렇게 인정하려 들지 않는지 그 이유를 알아볼거야. 이렇게까지 하는 걸 보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 아냐? 할아버지의 말씀까지 듣지 않을 정도라면 가문의 치부와 연결된 뭔가 굉장한 비밀이라도 되나보지."

"정말 하찮은 이유라면 어떻게 할거냐."

"형은 뭔가 알고있어?"

"아니. 나도 몰라. 오히려 나도 알아보고 싶은데. 그런데 이 일은 사소한 개인적인 감정에서 시작된 일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적인 감정같은 그런 하찮은 일에서 시작된 거라면."

뿌득 하며 이글이 이를 갈았다. 열 두살 아이 답지 않은 다부진 팔에 힘줄이 솟아올랐다.

"그 재수없는 얼굴에 한방 먹여주지 않고서는 못참겠어."


촤악! 소리가 나며 붉은 피가 흩뿌려졌다. 다이무스의 검이 힘없이 떨어지고 떨어진 검을 붉은 피가 천천히 적셔나갔다.

"이제 알았느냐."

잠깐의 틈을 놓치지 않고 가주의 검이 매섭게 파고들었다.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에는 이미 얼굴에 커다란 검상이 새겨진 뒤였다. 홀든가 사람의 얼굴에 새겨진 상처는 패배의 낙인. 결국 그는 인정하고 검을 놓을 수 밖에 없었다.

"네 실력은 뛰어나나 아직은 아니다. 네 실력을 전부 다 발휘하기에는 잡념이 너무 많아. 제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애송이가 검 실력 하나만 믿고 나서는 꼴은 보기 좋지 않다."

다이무스는 왼손으로 흐르는 피를 막으며 검을 들었다. 손잡이가 붉게 물든 검을 보며 그는 마음속 분노를 삭혀야만 했다. 힘의 논리로 도전했으니 패배한 그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물러가라는 가주의 손짓에 다이무스는 분노한 발걸음으로 가주실을 나섰다. 한걸음 한걸음에 새겨진 분노는 가주를 향한것이 아닌 약한 자신을 향한 자기혐오에 가까웠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가주는 그의 모습에 자신의 어린 시절을 겹쳐보았다. 조용히 검을 꽂아넣은 그는 문득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 창 밖을 바라보며 허탈한 웃음을 흘렸다.

"자기 마음 하나 다스리지 못하는 놈이 잘난듯이 설교하는 모습이라니, 꼴사납군."


의무실의 문이 열리며 다이무스가 방을 나섰다. 의무실에서 치료를 받는 동안 벌써 해가 떨어졌는지 달빛이 어두운 복도를 푸르게 물들이고 있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나.'

피를 많이 흘렸는지 달빛에 비친 그의 얼굴이 조금 창백했다. 새어들어오는 달빛을 보는 다이무스가 저도 모르게 얼굴의 붕대에 손을 올렸다.

'한심하군.'

얼굴의 상처가 깊어 능력자에게 치료받지 않는다면 지워지지 않는 흉터로 남을 것이라 했다. 그 말을 들은 다이무스는 흉터를 지우지 않기로 결심했다. 이 흉터는 불의를 보고도 침묵해왔던 벌이었다. 자신의 인간적 결함이 바깥으로 나타난 것과 같았다. 이 흉터는 그가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그와 함께 할 것이다. 앞으로 자신이 진실에서 눈을 돌릴때마다 자신을 바로잡아주는 길잡이가 되리라.

"무모했어."

달빛이 비추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벨져가 걸어나왔다. 날카롭고도 어딘가 죽어있는듯한 그의 눈이 다이무스의 얼굴을 훑었다. 왼쪽 얼굴을 거의 덮다시피 한 거즈는 지혈이 방금 끝난 참인지 조금 붉게 물들어 있었다.

"조금만 방향이 달랐어도 왼쪽눈이 날아갔겠는데. 지혈도 아직 안된것같은데 당분간 몸에 힘좀 빼고 다녀야겠군."

"하고 싶은 말이 뭐냐."

"여동생께서 소식을 듣고 오라버니를 뵙고싶다고 방에서 기다리고 계신데 한번 얼굴이나 비추시라고."

"사람을 시키면 될 것을 직접 오다니 너답지 않구나, 벨져."

"여동생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 부탁하는데 오라비 된 입장으로서 나서지 않을수가 없지."

살짝 격양되어 날카로운 벨져의 목소리를 듣고 다이무스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모두 같은 생각이라는 것일까.

"보러갈거라면 얼굴의 거즈를 새로운걸로 덮는 걸 추천하겠어. 지혈이 안끝나서 아직도 붉게 물들어있으니."

"충고 고맙군. 그나저나 이글은 어디갔는지 아나?"

"몰라. 무슨 생각이 있는 모양이던데 제발 그 사고뭉치가 이번에 크게 한건 터뜨려줬으면 좋겠어."


인정해야겠다. 열 두살짜리 꼬마의 힘은 역시 이정도밖에 되지 않는거겠지. 이글이 자신의 침대 위에 몸을 던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푸른 달빛이 방을 비추는 것을 보니 벌써 밤이 된지 오래이리라. 열시간 넘게 홀든 가문의 사람들을 만나고 다녔는데도 알아낸 사실이 아무것도 없었다. 알아낸 것은 그들의 아버지가 훨씬 젊었을 적에 일어난 일 때문으로 추측되는 것 정도다. 어머니를 살짝 떠보았지만 어머니는 그것에 대헤 아무것도 모르는 듯 했다. 어머니는 거짓말을 정말 못하는 사람이니 믿어도 되는 것이겠지. 아버지가 서른살 즈음에 어머니와 결혼했으니 그것보다 더 전의 일. 중매로 결혼했든 연애로 결혼했든 홀든가 가주의 부인이 되었으면 홀든 가문의 여러가지 일을 알았어야 할 테니 결혼하기 5년 전의 일은 자세히는 모르더라도 대강은 배웠으리라. 그렇다면 그 일이 있던 것은 20대 초반, 아니면 그것보다 더 전일까. 하긴 아버지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에게 물어보았을 때 무언가 알고 있는듯한 뉘앙스를 풍겼으니 추측이 어느정도 맞다고 생각해도 좋으리라.

"이제는 더 물어볼 사람도 없는데."

머리아파 죽겠네. 이글은 툴툴거리며 방을 나섰다, 주방에 가면 마실게 있겠지. 계단을 내려오는 이글의 눈에 한 여인이 눈에 띄었다. 체구가 작은 여인이 꽃병을 들고 어두운 복도 사이로 몸을 감추었다.

"저 여자는.."

이글의 감이 그녀를 따라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부엌에 가려는 당초의 목적은 잊은 채 조용히 뒤를 밟으니 저택을 나와 백합이 피어있는 꽃밭으로 나서는 것이 보였다. 푸른 달빛이 얼굴을 비추고 나서야 이글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차렸다. 어머니가 아끼는 사람인 홀든 가문의 정원사였다.

"여기서 뭐하는거야?"

"꺄악!"

호쾌하게 지른 비명에 오히려 이글이 깜짝 놀랬다. 홀든가의 정원사, 다이무스 형보다 나이가 어리던가. 둘이 비슷한 나이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고보니 그녀도 누나가 검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가 쫓겨날뻔한 사람이었지.

"이글 도련님? 어휴, 깜짝 놀랐잖아요. 홀든가 사람들은 왜 이렇게 기척없이 다니는건지 모르겠어요."

"기척없이 다닌게 누군데. 그렇게 유령처럼 꽃밭으로 나서는데 수상하게 보이는게 당연하잖아."

"억울해요! 저는 정원사라구요. 정원사가 정원에 나서는게 그렇게 이상한 일인가요."

"그럼 왜 그렇게 이 어두운 밤에 살금살금 꽃밭으로 나온거야?"

"살금살금은 아니지만... 백합꽃을 가져다달라고 부탁받았거든요."

백합꽃을 가져다달라고 부탁했다고? 누나가 그런 부탁을 할 리는 없을테고. 어머니인가?

"어머니가 부탁한거야?"

"아뇨, 어르신께서.."

"할아버지가?"

할아버지가 백합꽃을 가져오라고 말씀하셨다고? 바깥에 잘 나오지도 않으시는 할아버지가 왜..

"아 그러고보니 할아버지가 아버지를 만나러 가셨다고 했었지."

"네. 가주님께서 어르신과 언성을 높이셔서 대화를 하셔서 밖에 다 들릴 정도였어요. 어르신께서 가주님과 대화를 하시고 나오시는 길에 저를 보셨거든요. 저를 밖으로 데리고 나서시며 시간 날 때 백합꽃을 따다 별관으로 가져다달라고 하셨는데 마침 오늘 밤 시간이 나서 따러 온거랍니다."

순간 이글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스쳐지나갔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언성을 높여 싸웠다고 했지. 보통 아버지께서 아버지의 손님과 집무실에서 독대를 하신다면 집무실 근처에는 사람이 얼씬도 하지 않는다. 허나 가문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이 어리버리한 정원사가 그런것을 알리가 없을테니 창가에 있는 꽃을 관리하러 갔다가 방을 나서는 할아버지와 마주친 것이다. 아버지가 그것을 보았다면 어머니의 만류하더라도 그녀는 집에서 쫓겨났을 것이다. 이야기의 경중에 따라서는 아버지가 그녀를 베어도 할 말이 없는 것이다.

"할아버지가 꽃을 핑계로 대피시킨건가."

"네?"

"저기 혹시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뭐라고 이야기한지 알아?"

"으음.. 자세히는 듣지 못했지만 아가씨에 대해 이야기한것 같았어요. 아가씨가 검을 쥔 것에 대해 이야기하시는 것 같았어요."

"다른 이야기는 없었어?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던가."

"으음.. 아. 어르신께서 가주님의 집무실에서 나설 때 이런 이야기를 하신 것 같았어요. [시간이 지나도 카렌에 대한 열등감을 버리지 못하는 거냐.] 라고요."

카렌? 카렌이 누구지? 그 오만함 덩어리가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상대라고?

"이 이야기 나 말고 다른사람한테 한 적 있어?"

"아뇨. 아무도 안물어봐서 이야기 안했는데요. 저... 혹시 저 말하면 안되는걸 말한건가요?"

"엄청나게 위험한걸 말한거지. 가주실 앞에서 들은거랑 오늘 일은 전부 다 잊어버려. 아버지가 들었다가는 집에서 쫓겨나는 것 정도로는 안끝나."

그렇게 말한 이글은 정원사의 품에서 백합꽃이 꽂혀있는 꽃병을 뺏어들었다.

"이건 내가 직접 전해드릴게. 할아버지한테 용건이 생겼거든."


"오셨군요, 오라버니."

"날 찾았다고 들었다."

소녀는 푸른 달빛이 비추는 백합의 꽃밭을 바라보며 미소지었다. 새하얀 미소 속에서 약간의 어두운 표정을 본 다이무스가 몸을 돌려 거즈 덮인 상처를 감추었다.

"무모하셨어요."

그녀가 감추어도 감추어지지 않는 거즈를 보고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버지와 결투를 하셨다고 들었어요. 얼굴의 상처는 그것 때문인가요?"

"벌써 소문이 그렇게 났나 보구나. 어머니는 아시고 계시느냐?"

"쉬쉬하지만 곧 어머니 귀에도 들어가겠지요. 당분간 어머니의 과보호가 이어지겠네요."

구름이 걷히며 푸른 달빛이 창을 타고 방으로 쏟아졌다. 침대에 기대어져 그림자에 가려져있던 레이피어가 달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탁한 아름다움을 발하는 레이피어의 빛이 다이무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레이피어를 방에 가져왔구나. 연습용 검으로 준 물건이라 곧 새 검을 받을테니 굳이 가져올 필요가 없을텐데 말이다."

"새 검을 주신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저는 이 검이 마음에 들었답니다. 어두운 창고에 박혀있다가 간신히 빛을 본 모습이 마치 저 같지 않나요?"

그런가. 버려진 검에서 자신의 모습을 본 건가. 열 네살 소녀가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것이 버려지고 낡은 검이라니 이 얼마나 슬픈 일이란 말인가.

"다른 사람에게는 비밀이랍니다? 이글에게 이 소리를 했다가 이글에게 잔소리를 엄청 들었거든요."

"너는..."

다이무스가 무언가 말을 하려다 목젖까지 치솟은 말을 억지로 눌렀다. 그에게 이런 역할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녀를 옆에서 챙겨주고 걱정해 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이글의 역할이다. 이제와서 걱정해주는 척 한다고 그녀가 비난해도 그는 아무런 변명을 할 수 없다. 그만큼 그는 그녀에게 무관심해왔으니까. 그런 다이무스의 모습을 보고 그녀가 웃으며 말했다.

"레이피어를 배우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건가요?"

"너도 홀든가에 레이피어 검술이 없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 않느냐. 레이피어를 가르치러 온 사람도 홀든가에서 오래전에 갈라진 방계의 사람이다. 사실상 홀든가와 관계없는 남과 다름 없다. 레이피어를 가르친다는 것은 너를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겠지. 너는 화가 나지 않느냐? 이제 와서 내가 이런 말 할 자격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오라버니가 걱정할 자격이 없다니요. 오라버니가 절 위해 나섰다가 얼굴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입은 것은 잘 알고 있답니다. 이미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녀가 웃으며 레이피어를 들었다. 오늘 처음 들어본 검인데도 검을 잡고 다루는 모습이 무척이나 자연스러웠다. 과연 저것이 그녀가 타고난 검의 재능인가 싶어 그녀가 레이피어를 쥘 수 있게 된것이 기쁘면서도 홀든가의 검술을 받지 못한것이 서글펐다.

"물론 홀든가의 검술을 배우지 못한 것은 아쉬워요. 저도 발도술을 해보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레이피어도 나쁘지 않아요. 가볍기도 하고. 달빛에 취해서 벨져 오라버니의 쌍검을 휘둘렀다가 아침에 팔이 아파 혼이났었답니다."

그녀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가볍게 레이피어를 휘둘렀다. 탁한 전등빛이 레이피어의 검신을 타고 흐르며 반짝였다.

"그리고 만약 제가 레이피어 검술로 알아주는 검사가 된다면 미래에 홀든가에도 레이피어 검술이 생기지 않을까요? 홀든 가문의 레이피어 절정의 고수. 듣기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레이피어를 홀든 가문의 검술에 집어넣어서 레이피어를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아버지가 계신 이상 무리일텐데."

"어머. 언젠가는 다이무스 오라버니나 벨져 오라버니가 가주가 되시겠지요. 그러면 저 하나쯤은 챙겨주시지 않겠어요?"

"그것도 그렇구나."

다이무스가 마른 웃음을 흘렸다. 그 말은 아버지가 가주의 자리에서 물러날 때까지 그녀는 가문의 일원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소리겠지. 그녀 스스로 그것을 가장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슬펐다.


자기가 살면서 이 곳을 올 일이 있을거라 생각이나 했었을까. 이글은 색이 바랜 건물을 보며 침을 삼켰다. 할아버지가 병에 걸려 별관에 들어가고 나서 두문불출하고 있는지가 벌써 20년이 넘어갔다. 아버지가 가주가 되고 나서 얼마 지나지 않아 병에 걸렸다고 하던데. 그나저나 할아버지가 걸린 병이 뭐지? 순간 별관의 문이 열리며 본 적 없는 하녀가 나왔다.

"이글 도련님, 주인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짧은 말만 남기고 안으로 들어가버린 하녀를 보며 이글이 잠시 생각하다 건물 안으로 발을 들였다. 이글을 별관 1층의 서재로 안내한 하녀는 복도의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었다. 고민한 이글은 조용히 서재의 문을 열었다. 서재 안에는 달빛을 받으며 책을 읽는 그의 할아버지가 눈에 보였다.


"홀든 가의 삼남, 이글 홀든. 할아버님을 뵙습니다.

"들어오너라."

이글이 서재 문을 닫고 방 안에 들어왔다. 준비되어 있는 작은 의자에 앉으라는 그의 할아버지의 말에 이글이 자리에 앉았다. 모든것이 준비되어 있었다. 마치 그가 올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많이 컸구나. 마지막으로 본 것이 4년 전이니. 곧 있으면 청년이 되어서 가주 자리도 달라고 하겠어."

"검으로 가주 자리를 받는 것은 벨져 형이 되겠지요. 은행가 자리는 다이무스 형이 물려받을테고요."

"어투도 제법 어른티가 나는구나. 머리도 똑똑한게 나중에 큰 일 할 녀석이 되겠어. 얼굴도 잘생긴게 장차 여자 여럿 울리겠구나."

심각한 병에 걸려 별관에서 나오지 못한다고 들었는데 직접 보는 할아버지의 모습은 그런 모습이 전혀 없었다. 걷어올린 옷깃 사이에서 보이는 건장한 팔뚝으로 보건데 최근까지도 단련해온 것이 틀림없었다.

"네가 올 줄 알고 있었다. 궁금한게 있어서 물어보러 온 것일테지?"

"두문불출하시는 분 같지않게 소식에 밝으시군요. 아직 아버지도 모르시는 일일텐데요."

"여기 있어도 들릴 이야기는 다 들린단다. 오히려 여기 있으니 더 잘 들릴지도 모르는 일이지. 네 아비는... 그 녀석은 자기가 관심없는 일에는 신경을 쓰지 않으니 그런거라 해둘까."

그가 조용히 술잔에 술을 따랐다. 넘실거리는 호박빛 술 너머로 이글의 호기심어린 열망의 눈빛이 비추었다.

"제가 정원사의 말을 듣고 이곳에 온 것은 할아버님의 의도대로 된 것입니까?"

"내가 직접 시키진 않았다. 다만 내버려두면 그리 되지 않을까 생각했던거지. 그렇게 되지 않았더라면 내일이 끝나기 전까지 내가 너를 직접 불렀을 것이다."

"할아버님께서는 제게 무엇을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모든것을."

말을 마친 그가 술잔을 들이켰다. 술잔을 비우는 그를 보며 이글은 어쩌면 그가 자신에게 전하고 싶은것이 있어 그를 여기까지 오게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문의 늙은이들은 다이무스를, 아들놈은 벨져를 좋아했다. 헌데 그거 아느냐? 내가 가장 마음에 들어하는 녀석은 이글 너다. 다른 녀석들은 틀에 너무 박혀있어. 다이무스 녀석은 너무 진지하고 벨져 녀석은 콧대가 너무 높아. 전형적인 홀든 가문의 사람들이지. 어린 나이에 벌써 그런 기질이 보이는데 커서는 어떻겠느냐? 내가 보기에 가장 자유로운 영혼은 너다. 무엇에도 얽메이지 않고 자유롭지. 잘못하면 망나니가 될 수 있지만 뭐 어떠냐. 살면서 망나니 한번쯤은 될 수 도 있는게지. 무엇에도 얽메이지 않고 무엇이든 될 수 있는 녀석이기에 나는 네 녀석을 가장 좋아한다. 그래서 네 아비가 왜 저런지 너에게만큼은 말해주고 싶구나."

빈 술잔에 다시한번 호박색 술잔이 채워졌다. 호박색 술이 푸른 달빛을 받아 오묘한 색으로 빛났다.

"무엇이 궁금하느냐?"

그의 질문에 이글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이내 마음속에서 정해두었던 하나의 질문을 꺼내들었다.

"모든 것을. 이 일에 관한 모든것을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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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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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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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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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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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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