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검과 탄환과 기억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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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폐인 [54급]

2017-07-19 10:2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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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개조인간이 셋. 그 이외의 감시는 없군. 여기가 안타리우스의 연구소가 확실한 것 같네."



카인이 그의 라이플에 달린 스코프로 절벽 아래의 숲 속을 관찰했다. 울창한 나무 사이사이로 보이는 회색 건물과 세명의 건장한 남자. 정보에 따르면 저기가 안타리우스의 연구소가 맞을것이다. 헬리오스의 전 회장 명왕 헨리 밀러와의 거래로 팀을 짜 안타리우스를 추격한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일주일만에 안타리우스의 기지 하나를 찾아낸 걸 보면 생각보다 쉽게 찾아냈다고 하겠지만 후에 이 셋은 그 일주일을 [개처럼 구른 일주일]이라 입을 모아 말했다.



"내가 저 덩치큰 녀석을 저격하겠네. 저녀석이 쓰러지자마자 둘을 베어야 하네. 할수 있겠나, 망나니."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거야."


카인의 말에 이글이 비릿하게 웃으며 검집을 움켜쥐었다.


"빗맞추지나 마라고, 꼰대."



"허탕인 것 같군." 이글이 혀를 차며 바닥을 굴러다니는 개조인간의 시체를 발끝으로 찔렀다.


"경비가 세명, 건물 내부에 두명. 시설의 규모도 크지 않고 죄다 버려지거나 고장난 기계들 뿐이잖아. 개처럼 굴러서 얻은게 고작 이런거야?"


"그런 것 같군. 버려진지 1년은 훌쩍 넘은 듯 하네. 여기있는 개조인간들은 단순히 시설 경비였를 위해 세워뒀던 것 같고 말일세. 클리브 자네는 뭐 찾은것이 있나?"


낡고 복잡한 기계들을 이것저것 만져보던 클리브는 카인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너무 오래되어서 읽히는게 없습니다. 기억이 이렇게 마모된걸 보니 마지막으로 사용한지 3년은 된 것 같습니다. 그나마 건져낸게 백발의 어린아이, 흑발의 여성, 정체모를 클론 정도입니다."


클리브의 말에 카인과 이글이 동시에 얼굴을 찌푸렸다.


"어린아이라고 했나?"


"숏컷보다 짧은 머리의 백발 아이였습니다. 제일 오래된 기억이라 흐릿해서 성별을 구분하는 것도 힘들어요. 흑발의 여성은.. 글쎄요. 이쪽도 머리 길이로 대강 판단한 거라서. 시험관에 들어있었던 걸로 보아 둘 다 실험체로 보입니다."


"클론은? 내 클론일 가능성은... 없겠군. 버려진지 3년은 된 연구소라고 했으니."


"그렇겠지. 클론도 좀 애매해. 남자라는것과 클론이라는 것. 그거 두개만 머릿속에 빡 하고 꽂히던데."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 연구실에 언제인지, 누구인지조차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마모된 기억. 바닥에 굴러다니는 강화인간의 시체에서도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결국 얻은것은 아무것도 없구만."


"아니지, 아니야."


탁한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마자 이글이 옆에 있던 클리브를 걷어찼다. "우왁, 뭐야!"


바로 무시무시한 소리와 함께 클리브가 방금 전까지 서있었던 자리에 가면을 쓴 사내가 포탄처럼 지나갔다.


"으악! 사람살려!"


클리브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굴렀고, 그 자리에 칠흑의 철가면을 쓴 엄청난 거구의 사내가 떨어졌다.


쿠웅! 하는 마치 쇳덩이가 떨어진듯한 소리가 울려퍼지고 그 충격에 바닥에 쌓여있던 먼지가 구름처럼 피어올랐다.


"최근들어 자주 보는구만, 가면형씨!"


이글의 검이 독수리처럼 빠르고 날카롭게 휘둘러진다. 아이작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지는 그의 검을 철갑을 두른 거인의 팔뚝이 막아낸다. 검이 막혀 잠시 멈칫한 이글을 거인이 찍어누를듯 주먹을 휘둘렀지만 그곳에 남아있는 것은 카인의 수류탄이었다.


콰앙! 하고 카인의 수류탄이 안개속에서 불을 뿜었고, 거인이 멈칫하는 사이 이글이 클리브의 뒷덜미를 잡고 끌어당겼다. 곧 이어 연기 속에서 섬광처럼 레이피어가 날아왔고, 레이피어를 검의 옆면으로 받아낸 이글이 비릿하게 웃으며 외쳤다.


"난 그쪽이 굉장히 짜증난데 이번에는 꾹 눌러 쓴 후드 속 얼굴을 보여주려나, 아가씨?"


검을 빼려는 여자보다 빨리 클리브의 손이 그녀의 복부를 강타한다. 예상 못한 충격에 숨을 들이쉬며 비틀거리는 여자의 뒷덜미를 아이작이 낚아채 거한의 뒤로 숨는다. 그와 동시에 갈색 로브 여자의 기억을 읽은 클리브가 이글에게 소리친다.


"이글! 방금 말한 실험체 여자가 저 여자야!"


"뭐? 그 여자 흑발이라며!"


"염색이라도 했겠지!"


"둘 다 집중하게! 적이 앞에 있네!"


순간 먼지구름 속에서 거대한 주먹이 그들을 향해 날아왔다. 카인은 뒤로, 이글은 클리브의 뒷덜미를 붙잡고 옆으로 굴렀다. 이글이 칼을 뽑아 휘두르는 것보다 빨리 카인의 드라그노프가 거인을 향해 불을 뿜었다. 연기 속에서 총알이 거인의 건틀릿에 막힌듯 까앙! 하는 불쾌한 소리가 울려퍼진다.


"집중 안해도 좋아. 너희들은 어차피 저놈 손에 죽을테니."


아이작의 사람의 감정을 긁는 목소리가 연기속에서 들리고 두개의 발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발소리가가 들린 방향은.. 이런 젠장, 출입구 쪽이잖아.


"놓칠까보냐, 빌어먹을 자식!"


그들이 사라진 어둠 속으로 이글이 순식간에 뛰쳐나갔다. 클리브가 다급히 그를 불러보지만 이미 이글은 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곳 까지 멀어진 후였다. 그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다. 그는 아이작과 맞붙어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실력자이고, 아이작은 많은 정보를 가진 적이다. 이글이 아이작을 추적하는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적어도 그들 앞에 저 거인이 없었다면.


"자아, 이글이 사라져버린 이 마당에 뾰족한 수가 있습니까, 스타이거씨?"


"아쉽게도 나도 총알이 다 떨어져가는군."


카인이 쓰게 웃으며 스피드 로더를 꺼내 리볼버에 총알을 장전하며 거한을 바라보았다. 3m정도의 키에 비정상적인 두께의 팔. 저 굵기의 팔뚝을 다 덮는, 무게가 상상도 가지 않는 건틀릿을 끼고도 자유롭게 움직이는 저 완력. 명백히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몸. 안타리우스의 강화인간이 확실했다. 그것도 여태까지 만났던 강화인간과는 비교할 수 도 없이 위험한.


촤르륵 하며 카인이 리볼버의 약실을 돌리며 총을 장전했다. 그 소리와 함께 철가면의 거인이 포효했다. 광기로 두 눈을 빛내며 포효하는 거인은 그들에게 있어 죽음 그 자체였다.


"하지만 망나니 녀석이 나중에 우리를 비웃는 꼴을 보고싶진 않으니 어떻게든 해 봐야지."



복도를 벗어나기 전에 잡아야한다. 이글은 이를 악물고 달렸다. 지금도 일행과 너무 멀리 떨어졌다. 두고온 일행도 마음에 걸리고, 저들이 복도를 벗어난다면 추적하기 훨씬 힘들어질 것이다. 게다가 아이작이 원군이라도 부른다면 몹시 귀찮아지겠지.


"그렇게 둘까보냐!!"


이글의 검이 휘둘러지고 새하얀 백사가 먹잇감을 물어뜯기 위해 달린다. 새하얀 백사처럼 발목을 물어뜯으려는 검풍을 여자가 발을 빼내며 피했다.


"미안하지만 노린건 니들이 아니거든!"


검풍이 아이작과 여자를 지나쳐 벽을 타고 올라가 천장을 베었다. 베었다기보다는 때려부쉈다는 표현이 옳으리라. 클리브가 기억을 읽어내지 못할 정도로 버려진지 오래된 건물이다. 그런 낡은 건물이 사람마저 두동강 내버리는 이글의 검을 버틸수 있을리가 없었다. 쿠르릉 소리가 나며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빠져나갈 길이 없는 정도는 아니지만, 적어도 그들의 발을 묶는것 정도는 가능하리라.


"손님을 초대했으면 어울려주는게 예의 아닌가!"


사나운 독사가 아이작과 여자를 물어뜯으며 스쳐지나간다. 손에 입질이 꽤 크게 남았으니 누군가를 벤것은 확실했다. 그것도 꽤 깊이. 팽이처럼 회전하며 무너진 건물 잔해를 등지고 선 이글은 피를 흘리며 쓰러진 자를 보며 혀를 찼다.


"아쉽게도 꽝이구만."


아이작을 베었길 바랬지면 베인것은 후드의 여자였다. 하지만 가슴팍을 꽤 깊게 베였는지 후드 앞섬이 벌써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이작을 베는것이 전력감소에 더 효과적이었겠지만 일단 누군가를 베었다는것에 만족하기로 할까. 게다가 아이작도 완전히 피하지는 못했는지 왼팔에 피가 흐르고 있었다.


"조금만 더 깊게 베었으면 그 팔, 떨어져 나갔을텐데 아쉽구만. 곱게 죽어주지는 않겠다 이거지?"


"불가능하다. 네가 날 죽이는 것은."


아이작의 주먹이 벽을 후려갈겼다. 순식간에 낡은 벽에 금이 갔고, 이글이 부순 천장에서 돌조각이 쏟아졌다.


"적어도 오늘은!"


아이작이 한번 더 벽을 후려쳤고, 벽의 금이 순식간에 커져 천장에 닿아 천장이 무너져내렸다. 떨어지는 돌조각을 이글이 칼을 뽑아 튕겨냈고, 그런 이글을 향해 아이작이 떨어지는 돌조각을 뚫고 포탄처럼 달려왔다.


"무식하게 터프한 양반이구만!"


이글이 아이작을 피해 바닥을 구르며 검을 뽑아 휘둘렀다. 아이작이 이글의 검을 피해 낮게 도약하고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떨어지는 돌조각을 잡아 이글에게 던졌다. 날아오는 돌을 베어낸 이글이 달려오는 아이작을 향해 검을 휘둘렀고, 이글의 검을 아이작이 어깨의 실드로 막아냈다. 까앙! 하는 강철과 강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려퍼졌고, 아이작의 주먹이 이글을 향해 날아왔다.


"거 진짜 더럽게 터프하네!"


이글이 다급하게 아이작의 주먹을 팔꿈치로 막아냈고, 뻐억! 하는 뼈와 뼈가 충돌하는 불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읏차차 소리를 내며 뒤로 물러난 이글이 불편한듯 팔을 돌렸다. 아이작도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듯 주먹을 쥐었다 펴는걸 보니 상태가 좋진 않은듯 하다. 일련의 공방을 주고받은 아이작과 이글은 서로를 피해 떨어져 호흡을 가다듬었다. 살짝 검손잡이를 움켜쥔 이글은 아이작을 노려보며 쓰게 웃었다.


'좋지 않군.'


지금의 상황은 아이작과 이글 모두에게 좋지 않았다. 이글은 복도가 좁아 검을 마음대로 휘두를 수 없었고, 측면이나 후방을 노릴 수 없는 좁은 복도에서 리치가 긴 이글과 맞붙는 상황은 아이작에게 있어 최악의 상황이었다.


"그만두지 그래, 이런 의미없는 소모전."


"뭐가 의미없어? 적어도 나한테는 의미가 있거든. 네 뒤의 여자는 곧 죽으려고 하잖아. 안들려? 네 동료의 숨 넘어가는 소리."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뼈가 부러지는 소리인데, 네 동료의."


아까의 강화인간을 믿고 하는 소리인가? 이글과 호각으로 맞붙을 수 있는 카인이다. 클리브가 전투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그 녀석도 전쟁터에 드나드는 녀석이니 쉽게 죽을놈은 아니고. 아무리 개조인간이라도 그 둘을 한번에...


"이길 수 없을거라 생각하나? 그 두명을."


아이작이 킬킬거리며 이글을 비웃었다.


"그 인형은 조금 특별한 놈이거든. 능력자의 시체에서 뽑아낸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낸 놈이라서 말이야. 지하연합의 터커라는 놈의."


"뭐?"


"터커라고 했다, 쓰레기. 연합의 악력 강화 능력자. 설마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쓰레기."


"거짓말이군."


아이작의 말을 부정하며 그를 비웃었지만, 그의 등에 식은땀이 한줄기 흘러내렸다. 블러핑일 터이다. 죽어가는 그의 동료는 안타리우스에 상당히 중요한 인물인듯 했고, 분명 그를 살리기 위한 거짓이겠지.


'허나 그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 한가지 의혹이 이글의 검을 붙잡는다. 안타리우스가 몰락한 후인 지금도 그들의 스파이들이 곳곳에 숨어있는 실정이다. 그런데 전쟁 당시에 터커가 죽을 때, 그의 장례식에, 그의 시체 접근한 사람중 안타리우스의 첩자가 단 한명도 없다고 확신할 수 있나? 그의 말을 믿어야 하나? 믿을 가치가 없는 말이다. 그는 적이고, 위기에 처해있다. 이 자리를 벗어나기 위한 허튼 소리임에 틀림 없어. 허나 그 거인의 몸은 명백히 인위적인 손길이 더해진 것이었고, 그것만으로도 위험한 존재였다. 만약 거기에 터커의 데이터가 들어간 강화인간이라면, 카인과 클리브 그 둘이 이길 수 있나?


"아직도 고민하나, 멍청이. 네 동료들이 죽어가는데도."


"네 말을 믿어야 할 이유가 있나? 거짓임이 틀림 없는데도? 사실이라 쳐도 어째서 그걸 내게 알려주는 거지?"


"네가 내 말을 거짓이라 믿고 나와 싸운다면 죽을것이다, 네 동료들은. 그놈은 지나치게 개조한 녀석이라 정신이 이미 붕괴한지 오래다. 폐기처분 되었어야 할 쓰레기를 억지로 이곳에 데려온 거라 내 입장에서는 그놈이 죽어도 아무 상관 없지. 난 네놈과 지금 싸우고 싶지 않은 것일 뿐이다. 아니면 이미 죽은사람일테지, 네 동료들은. 그렇게 생각하고 나와 싸울텐가? 어울려 주지 못할것도 없지, 그럴 생각이라면."


빌어먹을. 이글이 낮게 읊조리며 칼을 꽂아넣었다. 탁 하며 칼이 꽂히는 소리가 그들의 싸움에 종지부를 찍었다.


"거짓말이면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늦으면 네가 후회할 것이다, 쓰레기."


아이작이 어깨를 틀어 길을 열었고, 독수리가 하늘을 날듯 빠른 속도로 이글이 달려나갔다. 먼지쌓인 복도를 섬광처럼 달려나가고, 좁은 복도 사이사이로 이글의 발소리가 울려퍼진다. 악력 능력자 터커. 순수한 힘으로는 지하연합에서 비길 자가 없었던 사람. 그 무식한 힘에는 휴톤도 두 손을 들 지경이었다. 만일 그 능력을 가진 강화인간이 상대라면, 카인과 스티브가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이런 젠장!"



"으아아아!"


클리브가 비명을 지르며 날아오는 돌덩이를 피해 바닥을 굴렀다. 안타리우스의 거점을 찾으며 개처럼 구른다고 카인과 이글에게 불평했던 적은 있지만, 설마 진짜 돌덩이를 피하며 개처럼 구르게 될 줄 알았을까.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안타리우스의 거점을 찾아내 진입한 것? 일단 거점에 진입해 보자는 카인과 이글의 말에 아무 생각 없이 동의한 것? 어디 다닐때마다 서로 으르렁거리던 카인과 이글이 왠일로 의견이 맞았을때부터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랬으면 적어도 지금처럼 목숨을 걸고 돌덩이를 피하는 상황에 처하진 않았을테니까!


"어떻게든 해보십쇼, 스타이거씨!"


클리브의 비명과 함께 강화인간이 던진 돌덩이가 벽을 후려갈겼다. 벽이 무너지고 돌덩이가 박살나며 먼지구름이 피어올랐고, 먼지구름에 시야가 가려진 사이 카인이 혀를 차며 먼지 속 거인에게 총을 겨눴다. 탕! 카인의 총구가 불을 뿜고 탄환이 개조인간을 향해 날아갔지만 먼지 속에서 들리는 것은 총에 맞은 자가 내질러야 할 비명이 아니라 철과 철이 부딪히는 날카로운 소리였다.


"또군."


카인이 한숨을 내쉬며 리볼버의 실린더에 총알을 채워넣었다. 저 무지막지한 건틀렛에 막혀 쓸모없게 되어버린 총알이 몇개인가. 드라그노프로도 뚫을 수 없는 두께의 건틀렛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저 완력에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다. 뚜둑 하는 소리와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먼지구름 속에서 울려퍼지고, 무언가를 직감한 카인이 클리브의 뒷덜미를 잡고 벽 뒤로 몸을 던졌다. "아이고 사람살려!" 먼지구름 속에서 얽힌 철골덩이가 타라의 유성처럼 날아왔다. 구멍난 벽을 더 박살내며 바닥에 처박히는 철골덩이를 보며 클리브가 침을 삼켰다. 카인의 판단이 조금만 늦었더라면 저 박살난 파편 사이에 그도 있었을 터이다.


"맞았으면 뼈도 못추렸겠군."


다행인 점은 저 강화인간이 아직 제 힘을 다 발휘하지 못하는 점이랄까. 애초에 지능이 그리 높아보이지도 않고 여기 올 때 약으로 재워 끌고온건지 아직 약에서 다 깨지 못한듯 비틀거리고 있었다. 거리감각이 마비되었는지 거리감각에 상관없는 투척공격만 하느라 그들에게도 시간을 내어주는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자네 저 강화인간의 기억을 읽을 수 있나? 전장에서 하던 것 처럼 강제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것 말일세."


"위험부담이 크지만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접근하는 것도 힘든데요."


"내가 신호를 주면 고개를 숙이고 귀를 막고 뛰게."


클리브의 당황한 목소리를 뒤로 한 채 카인이 먼지구름 속으로 총을 쐈다. 굵은 포효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이번에는 총에 맞은 듯 하다. 이대로 죽어줬으면 좋겠지만 일이 그리 잘 풀렸으면 진작에 죽어줬겠지. 총에 맞은것으로 그들의 방향을 파악했는지 강화인간이 짐승과 같은 포효를 내지르며 연막을 헤치고 그들에게 달려왔다. 팅 하는 안전핀을 뽑는 소리가 나고 먼지를 헤치고 나온 강화인간의 얼굴을 향해 카인이 섬광탄을 던졌다.


"지금!"


"으아아! 될되로 돼라!"


귀를 막고 고개를 숙이고 달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둔탁한 굉음이 울려퍼지는 것이 막은 손 너머로 들렸다. 귀를 틀어막아도 완전히 막지 못한 굉음으로 인해 머리가 어질거렸지만 적어도 섬광탄에 맞아 비명을 지르며 서있는 상대를 손으로 만지지 못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잠깐 실례!"


클리브의 손이 몸부림치는 거인의 옆구리에 닿았고, 푸른 빛이 퍼지며 클리브의 손 끝에 전류가 흐르는 감각과 함께 강화인간의 기억이 흘러들어온다.


"어렸을때 좋아하던 여자애 이름까지 다 까발려주지!"


수없이 밀려들어오는 강화인간의 기억을 읽던 클리브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간다. 잠깐 이건 위험한... 피부가 찢기고 근육이 잘리는 기억이, 뼈가 뒤틀리고 장기가 뽑히는 기억이, 잘리고 쑤셔지고 찢기고 부러지고 꺾이고 뒤틀리고 뚫리고 베이고 깎이는 수많은 고통이, 절망이, 아픔이 그의 몸을 내달린다. 안돼. 감당할 수 없어, 이런 기억은. 폭풍처럼 밀려오는 고통의 기억에 그의 정신이 아득해지고 눈동자 뒤의 눈이 서서히 눈을 뜬다. 안돼. 멈춰. 멈춰. 멈춰어어어!!!


"이런 젠장!"


가만히 선 채로 하얗게 질려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서있는 클리브를 보고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카인이 그를 떼어내고 나서야 그는 지옥과도 같은 고통의 폭풍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자네 괜찮나!"


"으...으..카인.."


기억에 정신이 난자당한 클리브가 그 휴우증에서 벗어나지 못했는지 머리를 싸매고 비명을 질렀다. 그런 클리브를 걱정할 새도 없이 카인은 날아오는 주먹을 피해 그를 잡고 바닥을 굴러야 했다. 콰앙! 하는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주먹에 카인은 신음을 삼키며 강화인간을 바라보았다. 저쪽도 기억의 칼에 난자당한 것은 마찬가지라 멀쩡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고통에 약기운이 달아난듯 했고, 움켜쥔 주먹은 명백한 분노의 표시였다. 클리브는 아직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에게는 남은 총알이 없었다. 적은 분노로 앞이 보이지 않아 폭주하기 직전이었고, 건물은 강화인간의 주먹을 버텨낼 정도로 튼튼하지 못했다. 출입구는 강화인간이 등지고 있었고, 그를 뚫고 출입구로 달려가기에는 쌓인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최악이군."


이글은 오지 않는걸까. 그런 망나니에게 의존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지금만큼 그의 검을 보고싶을 때가 있을까. 카인은 한숨을 내쉬며 허리춤의 홀더에서 군용 단검을 찾으려 했다. 쉽게 죽어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찾는 단검이지만 그마저도 허락되지 않는지 허리춤의 단검이 사라져있었다.


"잠시 이것좀 빌리지."


처음듣는 낮고 탁한 목소리에 카인이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나며 총을 움켜쥐었다. 허나 그의 예상과도 다르게 목소리의 주인공은 클리브였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알던 클리브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차갑고 날카로운 사람이었다.


"머리가 아프군."


그때, 고통에 몸부림치던 강화인간이 클리브를 보고 흥분하며 주먹을 내질렀다. 주먹은 빨랐고 클리브를 잡으려는 카인도 빨랐지만, 가장 빠른것은 단검을 쥔 클리브였다.


"느려."


방금 전까지의 클리브와는 동인인물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무식하게 강한 주먹을 몸만 비틀어 피한 클리브가 순식간에 거인의 팔뚝을 밟고 뛰어올라 그의 어깨에 올라탔다.


"멋진 피사체잖아?"


강화인간이 미처 반응할 새도 없이 그의 목덜미에 칼을 꽂아넣은 클리브가 분노에 찬 강화인간의 손을 피에 어깨에서 뛰어내렸다. 단검을 쥔 채로 공중에서 몸을 비틀어 자세를 잡은 클리브가 체중을 실어 목에서 허리까지 단번에 단검을 내리그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강화인간의 비명과 함께 엄청난 양의 피가 등에서 터져나왔고, 골반에 걸린 단검을 뽑아낸 클리브가 공중에서 몸을 비틀며 강화인간의 오금과 발목의 힘줄을 잘라냈다. 유령처럼 고요히, 하지만 죽음과 같이 날카롭게. 거인의 다리를 발로 차 쓰러트린 클리브가 그의 목덜미에 단검을 쑤셔박아 무언가를 끊어냈고, 상처 사이로 손을 넣은 클리브가 비릿하게 웃었다.


"찾았다."


클리브가 강화인간의 몸에서 무언가를 뽑아냈고, 벽에서 담쟁이 넝쿨을 뜯어내는 듯한 뚜둑거리는 불쾌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방해물도 사라졌군."


뽑아낸 척추를 옆으로 던진 클리브가 눈발처럼 시리게 웃으며 쓰러진 강화인간의 시체에 칼을 꽂아넣었다. 그 후 카인은 전쟁터에서 피를 보며 알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유혈이 낭자한다는 것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알게 되었다. 나이프를 휘둘러 근육을 가르고 내장을 찢어발기고 뼈를 발라낸다. 사후 경직으로 움찔움찔 움직이는 시체에서 피가 튀어오르고 육편이 튀어오른다. 시체를 찢어발기고 고기를 가르는 느낌이 손끝으로 전해지며 희열을 느낀다. 아아.. 이런게 살아있다는 거지. 척추없는 시체를 나이프를 휘둘러 두동강을 내는 그의 행위는 누군가가 그의 손을 낚아챌때까지 계속되었다.


"뭐야.. 이글 홀든인가."


피에 젖은듯이 붉게 빛나는 눈동자에 들어오는 것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그의 손목을 움켜쥔 이글이었다.


"뭐하는 놈이냐, 네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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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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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허~허~ 아, 아니... 헐! 흠흠... 끄응... 시, 식은땀이.. 엥? 후어어..
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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