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검과 탄환과 기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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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한폐인 [54급]

2017-04-13 10: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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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달빛도 없는 칠흑의 밤에 이글과 앨리셔가 만난지도 닷새가 흘렀다. 앨리셔와 만난 다음날 아침 이글은 앤지를 만나러 지하 연합으로 갔고, 새벽에 앤지가 부른 노래를 합창하는 사람들과 창피하다며 방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앤지를 보며 골머리를 썩혀야했다. 물론 평소같았으면 자신도 그 노래를 부르는 무리 중 한명이였을 터라 차마 뭐라 하진 못하고, 헬리오스의 통보가 있다는 말을 믿어주지 않는 앤지의 방문이 열릴 리 없었다. 결국 이글은 토니가 연합에 도착할때까지 앤지의 방문을 두들겨야 했고, 무시무시한 합창은 울면서 깬 엘리를 보고 분노한 나이오비의 불덩어리를 맞고 나서야 끝이 났다.


파티에 대해 들은 주먹 삼총사는 [그런 와인 마시는 자리는 우리와 어울리지 않아!] 라며 재빨리 도망쳤고, 엘리와 피터를 봐야하는 토마스와 잉게는 자연스럽게 빠지게 되었다. 그런식으로 제외하다 보니 파티에 가게 될 사람은 요기 라즈, 토니 리켓, 앤지 헌트, 루이스, 트리비아 카리나, 이글 홀든이 되었다.


"도대체 내가 왜 가야하는 거냐.."


물론 이글이 위의 결정에 수긍할리 만무했다. 심지어 자신이 없는 사이 만들어진 결정에는 더더욱.


"망나니로 알려진 나를 끌고 갈 정도로 그렇게 인원이 없었냐?"


느닷없이 방에 들이닥쳐 따지는 이글을 보며 앤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필요한 인원 구성이야. 파티이니 연합 측에서도 적어도 6명 이상은 가야 할텐데, 나랑 라제쉬와 토니를 제외하고도 세명이 더 가야 하잖아."


"그 세명 중 한명이 나일 필요는 없잖아."


"도일, 휴톤, 레베카는 파티는 가기 싫다며 일찌감치 그날 일을 잡아두었고. 잉게와 토마스는 엘리와 피터를 봐야 해. 레이튼은 오토바이 가게를 봐야 하고. 루이스와 트리비아 둘만 데려가면... 알지? 좀 그렇잖아."


"조노비치와 루이스가 미친듯이 싸우겠고, 그 사이에서 트리비아가 골머리좀 썩히겠군. 알만해."


"그래서 너를 데려가는거야. 라제쉬는 브뤼노씨를 피해서 회사 능력자들을 만나려 하겠고, 루이스와 조노비치 씨는 서로 죽일듯이 으르렁 거리겠고, 트리비아는 그 사이에서 루이스를 말리느라 힘들겠고, 나랑 토니는 다른 조직의 지도자들과 모여 바쁠텐데 이런 인원 구성만으로 헬리오스의 가든 파티에 가긴 좀 그렇잖아."


"거기에 내가 낀다고 뭐가 극적으로 좋아지는 것도 아닐텐데."


"너는 생각보다 마당발이고. 게다가 헬리오스에는 크리스티네씨와 다이무스씨도 있잖아. 아는 사람이 아예 없는것 보다는 낫지."


"도대체 누구 때문에 가기 싫어한다고 생각하는거야.."


이렇게까지 말한다는건 역시 자신은 가야만 한다는 걸까. 이 시기에 헬리오스를, 크리스티네를 찾아간다는 것은 사양이다. 지금은 자네트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 머리도, 그 검도. 이글은 혀를 차며 방을 나섰다. 파티는 모레다. 능력자 친목 파티라니 사이퍼 조직에서도 많이 참여할 테니 참가하는 사람 수가 적진 않을테지. 사람 속으로 숨는다면, 그 여자를 만나지 않을 수도 있다. 아무래도 파티 내내 마주치지 않는다는건 좀 무리지만, 적당히 얼굴 몇번 비추고 사라지면 될 것이다. 머리가 지끈거린다. 시기가 좋지 않다.


지끈거리는 머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밖으로 나왔지만 그리 나아지는 것은 없다. 한숨이 담배연기처럼 흩어진다. 오늘은 날씨가 춥다. 담배를 찾기 위해 무심코 주머니를 뒤지는 자신을 발견하곤 쓰게 웃는다. 그래 끊은지 꽤 됐지. 술은 되지만 담배는 안된다며 미성년자에게 이상한 논리를 세우며 자신을 벽장으로 던져버리던 사람이 떠오른다. 나지막한 웃음이 골목에 퍼져나간다.


"다시 피웠다간 날 죽이겠지."



이틀동안 골머리를 싸매며 어떻게 하면 파티에 안나갈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결국 이글이 생각해 낸 것은 없었다. 이글이 파티에 참여한다는 소리를 들은 레베카는 휴톤과 도일을 꼬셔 맥주통을 들고 이글의 집에 난입했고, 이글은 그들의 배려심에 눈물과 짜증을 금치 못했다. 파티에 참가하지 않는 모든 연합원들이 이글을 비웃다 못해 앤지가 다시 한번 파티에 빠질 생각 마라며 경고했을 때는 자신이 잘못한게 있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지경이었다.


"그래서 뭐 깨달은게 있어?"


"잘못한게 너무 많아서 세다가 지쳐버렸어."


"잘못한건 아네."


이글은 혀를 차며 홀을 둘러보았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파티에 참여했다. 이 정도라면 몰래 빠져나가도 들키지 않을 수 있을것이다. 물론 곁의 앤지를 떼어내야 하겠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도망 갈 생각 하지마. 트리비아랑 같이 루이스 감시하고 있어."


앤지는 출구와 가까운 테이블을 강렬하게 노려보는 이글을 보며 신신당부했다. 물론 앤지도 이글도 그게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건 서로 잘 알고 있다.


파티가 시작되고 얼마동안은 이글도 탈출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은 대외 활동을 잘 하지 않아 파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되었던 앤지에게 몰렸고, 루이스가 타라와 마주치지 않기를 바라던 트리비아는 서로를 죽일듯이 노려보며 기싸움을 하는 그들을 보며 한숨을 내쉬며 그들을 갈라놓느라 진땀을 빼고 있었다. 망나니 이글이 파티장에 왔다며 수근거리던 사람들은 저마다의 자리를 찾아 떠나갔고, 휴톤이 파티장에 오지 않았는지 물어보러 온 로라스는 오지 않았다는 이글의 말에 실망한듯 떠나갔다.


모든게 계획대로 진행되었다. 적어도 앨리셔를 만나기 전까지는.


"오셨네요, 이글오빠! 안오실 줄 알았는데."


다가오는 앨리셔를 보며 이글은 머리를 감싸쥐고 싶은 심정이 들었다. 평소 같았으면, 아니 파티장에서 만난것만 아니였다면 운이 좋다며 소리를 질렀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만나는 것은 반갑지 않은데. 웃는 앨리셔를 보며 이런 자리 오고 싶지 않았다는 말이 목젖까지 치솟았지만 웃는 얼굴로 간신히 억눌렀다. 빠져나가긴 글러먹었군.


"최근 자주 보는것 같아, 앨리셔. 그리고 옆쪽은..."


미셸 모나헌, 귀여운 맛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못돼먹은 꼬맹이 피터 모나헌의 누나다. 물론 그녀 앞에서 이런 소리를 했다간 쓰레기 더미에 파묻히지 않기 위해 도망가야 하겠지만.


"피터는 왜 안온거야? 올줄 알았는데."


"애들을 데려오긴 좀 그렇잖아. 파티가 끝나면 연합에 찾아오는건 어때?"


"안그래도 그럴 생각이야. 옷 같은거 사가야해?"


"잉게가 잘 보고 있어. 애들 옷도 사비를 털어서 입히고 있으니 안사와도 돼."


"나이오비 언니는 참 애들을 좋아한다니까."


그래. 잉게의 딸, 에밀리아가 살아있다면 아마 엘리 나이쯤 되었을 것이다. 아직도 나이오비는 그 날의 일, 델피 방화 사건의 악몽으로 밤을 지새운다. 엘리와 피터가 없었더라면 잉게가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을까.미셸과 앨리셔와 함께 시시껄렁한 잡담을 나눈다. 헬리오스에 새로 들어온 에바라는 여자에 대한 이야기라던가. 다이무스가 쓴 시를 타라가 읽고 한참을 웃었다는 이야기나. 하지만 앨리셔와 잡담하는 사이에도 이글이 불안한지 출구 쪽을 흘긋거린다. 앨리셔에게는 불안한 기색을 보이기 싫은지 나름 감추고 있지만 미셸의 눈에 얼핏얼핏 띈다.


"그나저나 이글오빠, 자네트 언니 만나봤어요?"


기어코 나온 귀를 찌르는 섬짓한 이름에 저도 모르게 이를 간다. 뿌득 소리를 들은 미셸이 이글을 보고 놀랐지만 앨리셔는 듣지 못했는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평소에는 제복같은 옷만 입어서 몰랐는데 자네트 언니 드레스가 정말 잘 어울리세요. 옷을 입고 나오시는데 몰라뵐 뻔했다니까요."


순식간에 이글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짧은 순간에 스쳐지나간 터라 앨리셔는 보지 못했지만, 이글의 표정을 주시하고 있던 미셸은 그의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있는 걸까. 평소의 앨리셔라면 이글의 상태를 금방 알아 차렸을 테지만 클레어와 오랜만에 만난 것에 신났는지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좋은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그나저나 클레어 얘는 도대체 어디로 간거야?


"미안 앨리셔, 오늘 급한 일이 있어서 가봐야겠다. 다음에 미셸이랑 같이 꼭 연합에 놀러와 알았지?"


앨리셔의 대답도 듣지 않은채 이글이 급하게 돌아선다. 하루가 재수없다. 도망쳐야 한다. 자네트를 만나게 되면 돌이킬 수 없게 된다. 사람들 틈을 비집고 파티장의 문을 향해 달려간다. 아직 자네트를 만나진 않았으니 괜찮아. 머리가 어지럽다. 사람들의 목소리가 진득한 그림자처럼 자신의 몸을 옭아맨다. 어딘가에 다이무스 형도 있을 것이다. 벨져 형도 있을까. 이 상황에서 자신에게 그들이 도움이 될 까. 도와주기야 하겠지만 지금은 그들을 찾는 것보다 밖으로 나가는 것이 우선이다. 빌어먹을. 멀리서 앤지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런 빌어먹을 장소에 오는게 아니였어. 무리해서라도 일을 만들어 뺐어야 했다. 이글의 손이 거칠게 문고리를 휘어잡는다.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려던 이글의 발걸음이 멈춘다. 열린 문 사이로 이글의 눈에 새하얀 드레스를 입은 백발의 여자가 들어온다. 이 파티에서 제일 만나고 싶지 않던 사람. 크리스티네 프리츠, 자네트다. 이글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져간다. 새하얀 파티 드레스, 왼쪽 허리에 찬 레이피어. 파티장의 조명을 받아 머리에 꽂은 은빛 핀이 빛난다.


"오랜만이군, 이글. 이런 파티자리에 오다니 별일인데."


"미안한데, 지금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하거든. 비켜줬으면 좋겠는데."


대답도 듣지 않고 이글이 반대 쪽 문 손잡이를 잡는다. 젠장. 빌어먹을. 재수가 없는것도 정도껏 하지. 문고리를 비틀어 열려는 이글의 손 위로 자네트의 손이 포개진다. 흔들리는 이글의 눈동자에 자네트의 새하얀 백발이 비친다.


"식은땀이 심한데, 상태가 안좋은가? 답지않게 아픈건 아니겠지?"


자네트의 손이 이글의 뺨을 타고 흐른 식은땀을 닦아낸다. 새하얀 자네트의 모습 위로 기억속의 소녀가 겹쳐보인다. 환각이 짙어질 수록 이글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이 손 치워!"


뺨에 닿은 자네트의 손이 이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친다. 이글이 걱정되어 쫓아온 앨리셔와 미셸도, 뿌리쳐진 자네트도 이글을 보고 놀란다. 숨을 거칠게 몰아 쉬던 이글은 놀란 표정의 앨리셔를 보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았다. 빌어먹을. 결국 저질러 버렸나. 놀란 자네트에게 작게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를 남긴채 이글이 파티장을 벗어났다.


파티장에 한바탕 소동이 불어닥쳤다. 사람들 사이에서 이글이 자네트에게 소리를 질렀다는 소문이 빠르게 퍼져나갔다. 자네트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말했지만 소문은 그칠 줄 몰랐다. 명왕과 앤지 모두 이번 일은 헬리오스와 연합 사이의 일은 아니라고 단축했고, 이유가 밝혀지지 않은 다툼의 소동은 결국 망나니의 생각없는 행동라고 결정지어 진 채 끝이 났다.



밤바람이 차갑다. 얼어붙은듯한 차가운 바람을 피해 이글은 정처없이 발걸음을 옮겼다. 파티장에는 무슨 소리가 돌고 있을까. 적어도 좋은 소리는 아닡텐데. 무시무시한 앤지의 잔소리가 쏟아질테니 당분간은 연합 건물에 찾아가지 않아야겠다. 아니 생각해 보면 가기 싫다는 사람을 억지로 끌고 간 앤지의 책임도 있지 않을까. 이미 저질러진 일에 대해 고민해도 쓸모 없겠지. 쓰게 웃으며 이글의 술집의 문을 열었다. 정처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빌로시티까지 왔다. 마지막으로 왔던 때가 언제였더라. 도일이 술 사준다고 불렀던 때였나.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아 맥주를 들이켰다. 술맛이 쓰다. 뭐 언제는 쓰지 않았냐마는 빌로시티의 흑맥주는 다른 곳보다 쓰다. 그래도 맛있으니 된거 아닌가.


이미 술집은 일을 끝낸 노동자들로 문전성시가 된지 오래다. 능력자들은 잘 찾아오지 않는 곳이라 이글을 알아보는 사람은 적었다. 어쩌면 모르는 체 하는 걸 수도 있다. 워낙 망나니로 유명한 몸이라. 맥주 한잔을 들고 의자에 깊게 기대었다. 의자와 바닥이 조용히 삐걱거렸다. 지나친 행동이었다. 자네트에게도, 앨리셔에게도.


술집도, 이글의 머릿속도 소란스러웠다. 상념은 폐가 마룻바닥의 오랜 먼지처럼 묵어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속절없이 맥주만 털어넣자니 문득 자신의 처지가 한심해졌다. 10년이나 지난 일을 잊지도 못하고 이게 뭐하는 짓인가. 이글이 테이블 위의 맥주병을 잡아 다시 의자에 기대는 순간 의자 하나가 날아와 이글의 테이블과 부딪혀 넘어졌다.


바닥에 흩어진 안주를 멍하니 바라보던 이글은 소란의 중심을 바라보았다. 싸움이었다. 술집의 중심에서 남자들이 싸우고 있었다. 주먹질 한번에 테이블이 으스러지는 것을 보니 평범한 사람은 아닌 듯 하다. 빌로시티에 능력자라니 왠 말인가 싶어 고개를 갸웃거렸다. 멍청하긴 나도 능력자인데. 치고 박고 싸우는 건 좋지만 술집에서 남의 술을 그것도 내 술을 날려버리다니. 이글은 비어있는 맥주잔에 맥주를 털어넣고 싸움꾼들을 향해 걸어갔다.


"이거 맨날 싸움질이구만."



그날 빌로시티의 한 술집에서 벌어진 싸움은 이글 홀든이 왜 망나니라 불리는지 분명하게 보여준 싸움이었다. 맥주를 한입에 털어넣은 이글은 싸우고 있던 능력자의 머리카락을 잡더니 정강이를 걷어차버렸다. 살얼음 밟는 듯한 불쾌한 남자의 정강이에서 울려퍼지고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무릎을 꿇었다.


이글은 잡은 머리카락을 놔주지 않고 빈 술잔을 들어 그대로 남자의 머리를 후려갈겼다. 뻐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남자가 바닥에 처박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고 깨진 맥주잔은 조각조각 흩어져 바닥에 떨어졌다.


"싸움판에 나도 껴주지 그래. 입장료는 너희들이 날려버린 내 안주로 대신하라고."


누군가 이글 홀든이다! 라고 소리쳤다. 그래, 나도 꽤 유명인사란 말이지. 주머니에서 휴톤이 준 너클을 꺼내 손에 낀다. 차가운 쇠의 느낌이 장갑 너머로 전해져온다.


"얕보는 거냐, 개자식아!"


검도 뽑지 않는 이글을 보며 남자가 이글에게 의자를 던진다. 이글이 날아오는 의자를 낚아채 달려오는 남자를 그대로 후려친다.


"얕본다니."


의자에 맞은 남자를 발로 차 날려버리고 달려오는 남자의 얼굴을 강하게 후려갈긴다. 뚜둑 소리가 나며 이가 부러지는 느낌이 팔을 타고 전해진다. 아, 미안. 이제 죽밖에 못먹겠는데.


"실제로 쉬워, 너희들은."


그 뒤로 이어지는 것은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울려 퍼지는 것은 비명소리와 뼈가 부러지는 소리. 튀는 것은 이빨과 피. 관중의 함성과 투쟁심의 사람들의 몸을 휘감는다. 검도 뽑지 않은 이글이 싸움꾼들을 모두 박살내는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헬리오스의 파티도 모두 끝이 났다. 이글이 벌인 소동으로 인해 잠시 사람들이 웅성거리긴 했지만 큰 이슈 거리는 되지 못했다. 파티가 끝난 헬리오스의 파티장에는 막을 내린 인형극의 무대가 그러하듯 적막이 찾아왔다. 텅 빈 파티장에 창문 너머로 은은한 달빛이 쏟아진다. 빈 파티장에 앉아 홀로 술을 마시던 다이무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별일이야. 천하의 다이무스가 취할 때 까지 마시다니."


어느새 타라가 와인잔을 들고 서 있었다. 다가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취해 있었나.


"나도 한잔 해도 되겠지?"


다이무스는 아무 말 없이 타라의 잔에 와인을 따랐다. 그녀의 머리칼처럼 붉은 와인이 잔을 채워간다. 달빛에 와인을 비추며 웃던 타라는 조용히 다이무스에게 물었다.


"그래서, 설명 좀 해주지 않겠어?"


"무엇을 말이냐."


"모른척 하기는. 오늘 이글에 관한거야."


다이무스는 말 없이 와인을 마셨다. 이미 취기가 많이 올라왔는지 얼굴이 붉다. 가볍게 내쉬는 한숨에도 진한 와인 향이 풍겨온다.


"우리가 괜히 앨리셔를 지하연합에 보낸 줄 알아? 이글 때문이잖아. 명왕이 크게 실망했어. 사정을 들은 스노우 퀸이 다시 이글을 보내겠다 했으니 어떻게 되겠지만."


"그럼 되지 않았나. 사건도 별 탈 없이 넘어갔고, 이글도 부르기로 했다. 뭐가 문제인거지."


"내가 궁금한건 당신과 벨져의 반응이야. 난 분명이 당신들이 이글의 행동에 대해 뭐라고 할 줄 알았거든. 난 이글이 자네트와 다툴 때 벨져와 술을 마시고 있었어. 이글이 소리 지르고 뛰쳐 나갔을 때 품위없다는 소리를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씁쓸한 표정으로 술을 마시더라고. 지금 당신도 그렇고."


타라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다이무스는 연신 술을 마신다. 타라도 웃으며 와인을 마셨다. 말 해줄 분위기는 아닌가.


"이글은.."


한참 뒤에 다이무스가 입을 열었다. 말을 하면서도 다이무스의 얼굴에 고민이 어렸다.


"우리 가문과는 맞지 않는 아이였다."


"그래 보여. 미안한 말이지만 그는 너무 호전적이라 망나니로 유명할 정도니까."


"그 전부터... 이글이 변하기 전부터 이글은 홀든가와 맞지 않았어. 나와 벨져처럼 수긍하고 침묵 할 수 없는 성격이었지."


천하의 다이무스와 벨져가 침묵이라니. 자신의 신념과 맞지 않는다면 죽어도 따르지 않을 인물들 아니던가.


"크리스티네와 이글은 아무런 잘못이 없다."


또 다시 와인을 들이켰다. 몇잔을 마셨는지도 잘 기억 나지 않는다. 눈앞이 어질어질하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와인 향이 올라온다. 너무 마셨나.


"나와 벨져는 비겁한 방관자였지. 오직 이글만이 맞서 싸웠다. 그렇기에 그 아이는 홀든 가와 맞지 않는다는 거다."


지금의 홀든가에서 잘못이 없는 자는 이글 뿐이다. 그렇기에 그는 지금도 그 그림자를 떨쳐보내지 못하고 등에 업고있는 것이겠지.


"먼저 일어나지."


"그런 말로 앨리셔를 설득할 수 있겠어?"


일어나는 다이무스의 발목을 타라의 말이 붙잡는다. 그래, 그 아가씨가 있었지. 크리스티네와 이글의 다툼을 가장 가까이에서 본.


"앨리셔는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때 까지 파고들거야. 은근히 고집이 있는 아이니까. 아마 내일 찾아가지 않을까."


"그 때는 내가 할 수 있는 대답을 할 뿐이다."


"대답 할 수 없다는 이야기네?"


"...그래."


달빛이 밝다. 창 밖으로 보이는 달을 바라보며 다이무스가 조용히 읊조렸다. 이제는 추억 속에서만 볼 수 있는 작은 아이가 들려준 시를.


어리고 어리석었던 자신이 구할 수 없었던 그 아이를 떠올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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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OK Oh! 냠~ Love U~ 궁금해! YES! 히힛~
안녕하십니까? 예~예~ 모든 것은 신의 뜻... 불허합니다. 의외군요. 나 원 참... 시작할까요? 강화인간!!
안녕? OK 궁금하네요. 역시! 재미있네. 깜짝이야! 아~니? ...
웃음 두려움 만족 놀람 동의 분노 좌절 인사
안녕하세요? 넵!! 미안해요!! 앗! 좋아요! 엣헴. 추천! ㅠㅠ
안녕하심까~ 피- 좋다! 못마땅해... 곱다~ 덤비라! 후우- 아슴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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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훗~ Trick or Treat! 사.탕.내.놔. 소녀... 억울하옵니다... 사, 사탕 주세요! 해피... 핼러윈... 날 위해 사탕 정돈 줘야지? 목표? 당연히 사탕이지!
안녕~ ?? 피- 어머! 흐어 오오- 안돼! 랄랄라
우쭈쭈 하하 하? ?? 이거 참... -_- 안녕하십니까 안됩니다
ㅇㅅㅇ 으르릉... 나, 나! (정색) 깔깔 아니야!! 뿌잉 메~
안녕하십니까! 흐응? 흐으으응?! 척! 칫.. 좋-았어! 엥? 후에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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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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