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yphers

  • [이벤트] 홀든. 이름.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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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비비빙수 [49급]

2017-04-13 10: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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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방 크기 조절 실패..

** 20승이고 뭐고 못할거같아서 그나마 잘하는거로 도전ㅇㅁㅇ)9!


* 이그리 롱헤어 주세요... 짭글은 죽어서 머리카락을 남긴다..<<





*



온기. 사람 냄새. 여유로움. 수십 명의 사람들이 들어찬 매우 넓은 연회장. 귓가를 맴도는 말소리가 꽤나 간지러웠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천장을 열어보자. 실례하겠습니다.

천장에서 반짝이는 샹들리에. 포근한 조명. 음식이 가지런히 놓인 식탁이 이곳저곳. 기름진 음식과 빈 접시. 그리고 얼굴이 비칠 것 같은 빛나는 식기. 커다란 쟁반에 음료가 담긴 잔을 들고 다니는 시종. 입구를 등지고 서서 단상을 바라보면 누군가의 가문을 뜻하는 문장이. 9시 방향과 3시 방향에는 작은 쪽방, 11, 1시엔 이 홀 너머로 통하는 좁은 계단. 벽을 따라 새하얀 덮개를 씌운 의자들이 줄지어 놓여있었으며 멀지 않은 곳에 음식을 두고 먹을 수 있는 작지 않은 원형 테이블이 있었다. 음식 접시가 비워질 새라 바쁘게, 빠르게 채워지는 만찬과 넘치도록 흐르는 음료. 여유로운 음악은 발밑에 가볍게 깔려 연회에 찾아온 손님들의 웃음소리와 뒤섞였다. 아아, 묘한 음색을 자아냈다. , 어쩌면 감히 눈앞에서는 하지 못할 이야기들을 감춰주기도.

이따금 절그럭거리는 소리에 시선을 옮기면 단정하지만 화려한 정복을 갖추고 담소를 나누는 기사들이 시야에 담겼다. 그 가운데 새하얀 백발이 피어나있었다. 거추장스럽지 않게 반쯤 돌려 묶은 모습은- 아아. 우아했고 오만했으며 아름다웠다. 차분한 목소리. 낮은 목소리. 높은 목소리. 그가 낼 수 있는 모든 음역을 넘나들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 기품 있고 당당했다. 누군가, 연모의 대상이 되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리라. 이따금 그는 먼 곳을 바라보는 일이 있었다. 맑은 하늘빛, 옥색 눈동자에 비친 모습은 의외의 인물이었다. 그 시선을 따라가 보면- 저와 같은 새하얀 백발을 길게 늘어뜨린 사내가 있었다. 제 키보다 더 길어 보이는 장검을 들고 연회장 이곳저곳을 누비고 있었다. 호탕하게 웃으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이 사람도, 저 사람에게도 말을 걸어보는 모습. 가끔 목을 축이려는 듯 시종을 불러 세워 쟁반 위의 샴페인을 한 모금. 잔을 잡은 손가락. 하얗게 반들거리며 빛나는 칼집. 길게 늘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을 가르고 지나간- 깊은 흉터. 시선은 그 즈음에서 거둬졌다. 이글? 미간이 찌푸려졌다. 살짝 인상을 구긴 시선이 또 다시 그를 쫓았다. 단정하게 차려입은 정장이었다. 목 끝까지 조여 맨 검은 넥타이. 재킷의 모든 단추를 잠그고 아무렇지 않다는 듯 활보하는 모습. 게다가 셔츠의 소매단추까지 단단히 잠근 것까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는 행동조차 볼 수 없었다. 그의 표정이 완전히 구겨졌다. 주변에서 단장님? 부르는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옳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이질적인 감각에 잠시, 자리를 비우겠다. 짧게 인사하고 그 이글?를 더 잘 볼 수 있을 만한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



오랜만입니다. 더 젊어지셨네?”


능청스레 말을 걸어오는 모습에 파하, 웃으며 얕게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연둣빛 이브닝드레스가 잘 어울리는 여성이었다. 여태껏 보이지 않더니, 화술이라도 배워왔나 보지요? 손에 든 음료를 한 모금, 이글 홀든? 입 꼬리만을 당겨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계속 이 모습이었습니다만. 어머, 농담도. 그는 손사래를 치며 대답했다. 동시에, 찰칵. . 날카로운 소리가 낮게 울렸다. 칼날이 제 집에서 빠져나왔다 도로 들어가는 소리. 크로스가드에 얹은 엄지만으로 블레이드를 내었다가 다시 집어넣는 소리. 위협적이었나? 그렇다기에 이글 홀든의 표정은 너무나 평온했다. 어쩌면 가벼운 미소를 띠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순수한 의미의 대답이었던가. 알 수 없지만. 부인이 기억하는 이글 홀든은 어땠기에. 눈썹을 올려 보이며 되물었다. 길게 뻗은 흉터가 일렁였다. 조금 더 깊게 패인, 조금 지저분한. 한 번에 생겼다기보다 꽤 많은 횟수에 걸쳐 생긴 흉터처럼 보였다. 부인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 생각하는 것일까. 먼 과거를 되짚는 것일까. 그가 연회장에 얼굴을 비춘지 얼마나 지났더라.

조금 개성 있는 사람이었지요. 본인의 주장이 강하기도 했고.”

돌려 말하는군. 구질구질하게. 찰칵. 예의 그 소리. 이글 홀든의 표정에는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묵묵히 저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듣고 있을 뿐. 지루하다는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 짧게 대답한 후에야 픽, 헛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렇게 웃고 나서야 탕, 그대가 생각하는 그 소리.


모쪼록 좋은 시간 보내시기를, 부인.”


이글 홀든은 고개를 끄덕여보이고는 그를 스쳐 지나갔다. 문득, 바닥에 끌리지 않게 살짝 들어 올린 칼이 매우 길다는 생각. 찰칵, . 찰칵, . 규칙적인 소리가 발걸음마다 가볍게 내려앉았다. 그는 홀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말을 붙였으며 같은 질문을 반복했다. 당신이 기억하는 이글 홀든은. 그들 중 몇몇은 반갑게 대답해주었고 또 다른 몇몇은 삐뚜름하게 고개를 꺾은 채 대답해주었다. 물론 대답을 회피하는 사람도 있었다. 듣는 중에 이글 홀든은 이따금 미간을 찌푸리기도 했으며 제 명치를 주먹으로 눌러보기도 했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체했거니,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그들의 이글 홀든은 그랬다.

그는 걸음을 멈춰 서서 머리를 긁었다. , 짧게 혀를 찼다. 눈에 보이는 가장 가까운 의자에 몸을 던졌다. 푹신했다. 몸을 숙이고 앉아서, 홀든. 어쨌든, 귀족이란. 실없는 소리를 지껄였다. , 짧은 한숨소리. 아파. 얼굴을 마구잡이로 구긴 채 고개를 떨어트렸다. 긴 머리카락이 쏟아졌다. 등을 타고, 어깨를 타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머리카락에 손가락 끝이 파묻혔다. 힘이 들어가 하얗게 변한 손톱이 보였다. 아랫입술을 꽉 깨물고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지러워. , 속에서 치밀어오는 비릿한 혈향에 황급히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우겨 나오는 씁쓸한 핏물을 삼켜내며 고개를 들었다. 흐릿한 시야, 망가진 기분. 아니, 망가지고 있는 것이 맞을지도 모른다. 나는, 역시 이글 홀든이 아닐지도 모른다.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피를 훔쳤다. 손등에 검붉은 것이 묻었다. 내 것이다. 손바닥으로 닦아냈다. 그것은 옅은 흔적을 남기고 지워졌다. 다시 돌아온 시야에 시끄러운 연회장이 담겼다. 왁자지껄. 시끄러웠다. 공중에 말풍선을 띠울 수 있다면 엄청난 수의 풍선은 천장을 가득 매우고도 남으리라. 깍지 낀 두 손은 무릎 사이에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일어나려면 조금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아무것도 없는 눈으로 연회장을 눈에 가득 담았다. 어쩌면 상상치도 못했던 장소였다. 제가 이곳에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하하, 자조의 웃음. 이글 홀든. 웃긴 놈이야. 멍하니 샹들리에를 응시했다가, 단상 근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사람을 응시했다가 이윽고 제 손으로 눈을 떨어트렸다. 도련님. 낮고 조용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어린 목소리. 고개를 들었다. 작은 시종이었다. 그는 저를 바라보는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불편하시면 방에서 조금 쉬시는 것이……. 우물쭈물, 그에게 가장 알맞은 단어이리라. 모아진 발끝은 쉴 새 없이 꼬물거렸고, 두 손으로 내민 손수건의 끝도 파르르. 옅은 분홍빛 손수건이었다. 이글 홀든은 무표정하게 손수건과 시종을 번갈아 내려다보았다. , 작은 도련님이니까. 그는 입 꼬리만을 올려 보이며 고마워, 인사했다. 손수건을 받아들었다. 입가에, 입술 주위에 번져있던 혈흔을 닦아냈다. 손등으로 대강 훔쳐낸 탓에 잔뜩 묻어있었던 모양이었다. 옅은 주홍색의 얼룩이 묻어났다.

기왕이면. 이글 홀든은 제 앞의 시종과 눈을 맞춘 후 넓은 쟁반을 들고 있는 시종을 향해 턱을 들어보였다. 가져와. 작은 시종은 고개를 깊게 숙여 보이더니 금방 샴페인이 든 잔을 받아왔다. 꽤 멀리 떨어져 있었을 텐데. 놀라움과 감탄에 입을 모아 휘파람을. 샴페인. 입안이 꽤 텁텁한 탓이었다. 지금의 그에게 알코올은 글쎄, 좋지만은 않을 텐데. 혈향을 견딜 수 없어서, 그 이유 하나.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자각하고 싶지 않아, 그 이유 둘. 그는 잔을 들어 보이며 자리를 떴다.

찰칵, . 새하얀 칼집이 울었다.

찰칵, . 어두운 밤하늘을 담은 칼집이 낮게 울었다.


*


다이무스, 한나에게 들었어. 이글이 편지를 부쳤다고?”

본가로 부쳤더군. 유모를 통해 받았다.”


본가로? 미간이 또 한 번 찌푸려졌다. 한 쌍의 푸른 눈동자가 오른쪽 위, 천장을 향했다. 이글은 알고 있을 텐데. 제 허리의 힐트 끝을 엄지로 쓸었다. 천천히.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났다. 데록, 눈을 굴려 다이무스를 응시했다. 그 어떤 대답도 없이 조용히.

벨져?”


낮은 목소리가 그를 깨웠다. 벨져, 무슨 생각을 그렇게. 짙은 눈동자가 그를 응시했다. 조금의 시간이 흐른 후에야 아아, 짧게 대답해 보였다. 그리고 느긋하게 한 번, 두 번. 발꿈치를 고정한 채 발을 굴렀다. 다이무스를 한 번, 인파 너머 이글 홀든을 한 번 눈에 담은 후 입을 열었다.


이렇게 연회를 열어야 형제가 모두 모이는군.”

벨져는 어깨를 으쓱 해보이며 대답했다. 완전히 다른 방향의 화재였다.

다들 흩어져 있으니. 너도, 나도, 이글도.”

빠르게 두 번, 마찬가지로 발을 구른 후 벨져를, 저 너머 이글 홀든을 바라보았다. 그가 들을 수 있었던 대답은 간결한 것이었다. 조금의 공백 후 하하, 옅은 웃음을. 따라서 벨져의 짧은 헛웃음도.

글러먹은 저 막내도 함께. 평소엔 보이지도 않더니.”

한 번쯤은 괜찮다. 소동이야 없게 하면 되고.”


대답을 들은 벨져는 제 목을 쓰다듬었다. 목이 마른 것인지. 그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오른쪽, 왼쪽. 뭔가, 없나. 이윽고 그는 제 오른쪽, 음료를 나르는 시종에게 손짓했다. 시종은 고개를 숙여 보인 후 그들이 있는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동시에 벨져의 오른발이 측면으로 조금 뻗어 나왔다. 다이무스의 시선이 잠깐 그의 발로 향했다가 이윽고 거둬졌다.

홀이 참 좁아졌다. 어릴 때는 그렇게 크다고 생각했는데. 언제-..”


와악! 짧은 비명소리. 샴페인을 나르던 시종의 균형이 무너졌다. 발이 걸린 탓이었다. 넘어진다? 아아, 그렇지 않았다. 근처의 사람들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쉬었고, 이내 제 이야기 속으로 돌아갔다. 시간을 돌려보자. 시종이 넘어지려는 그 때, 한 손은 그를 잡아챘고 또 다른 한 손은 음료가 놓인 쟁반을 받아들었다. 소란이 나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는 사람들. 여유롭게 쟁반을 받아드는 벨져 홀든. 예상한 일인 듯 시종을 붙드는 다이무스 홀든. 미안하군, 심심한 사과를 던졌다. 귓가를 찌르는 목소리에 어벙한 표정의 시종은 정신을 차리고 바로 섰다. 한 손에는 잔을, 한 손에는 쟁반을 든 벨져에게서 빼앗듯 쟁반을 받아들었다. 고개를 깊게 숙이고 죄송합니다.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를 무표정하게 응시하다 픽, 웃어버렸다. 고개를 들어라, 내 실수였을 뿐이다. 정적. 시종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또 한 번 꾸벅, 인사하고는 다른 곳으로 황급히 이동했다. 그가 멀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벨져는 샴페인을 조금 머금었다. 시원했다. 그는 잔의 긴 목을 천천히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든지. 언제든지 놀 수 있었는데. 형은 조금 달랐지만.”

나는 언제나 수업 중이었지.”


프흐, 옛 일을 회상하는 듯 다이무스의 입가가 조금 올라갔다. 잔잔한 미소였다. 뺨의 흉터도 함께. 그리고 들려오는 맑은 소리. , . 벨져의 긴 손가락이 느릿하게 샴페인이 찰랑이는 잔을 두드렸다.


거위 요리 좋아했던가, 다이무스.”


, 주제가 또 한 번 바뀌었다. 손바닥 뒤집듯 바뀌는 대화 내용에 다이무스는 의아하지도 않은 듯. 그는 단지 이따금씩 눈썹을 올려 보이며 상대방을 응시할 뿐이었다. 무언가 의미라도 있는 것인지, 그들 형제의 대화는 원래 이런 것인지. 알 수 없지만.


통으로 구운 것이라면. 혹시 오늘의 거위는 네 취향이 아닌가?”


-. 짓이겨서. 썩 좋은 표현은 아니군. 조금 더 부드러운 식감이 좋아.”

샴페인을 머금었다. 한 모금. . 발을 한 번 굴렀다. 그의 눈에 앞머리를 쓸어 올리는 다이무스가 비쳤다. 유난히 십자 흉터가 짙어보였다. 다이무스는 길게 침묵하더니, 곧 느리게 두 번 발을 굴렀다. 벨져가 했던 그대로. - 긴 한 숨소리가 발밑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전부 그렇게 할 수는 없으니, 조리법의 수를 신경 쓰라고 전하지.”

좋아. 벨져는 고개를 모로 꺾으며 대답했다. 만족스러운 표정.

, 둘이서만 얘기하면 뭐하나. 간만에 형제가 한 자리에 모이겠군.”

다이무스는 허리에 맨 칼의 힐트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벨져를 정면으로 응시했다. 그는 다이무스의 시선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받았다. 시간이 되었다. 무슨 시간? 차기 가주가 연설할 시간. 힘 빠지는 소리로 웃어버렸다. 그렇지, 다이무스 홀든 이었군. 그래, 연설할 시간. 벨져는 혀를 내어 입술을 축였다. 다음엔?

네 기사단이 꽤 많더군.”

. 발 구르는 소리.

머무를 장소는 앞서 말 한 대로.”

. 발 구르는 소리가 또 한 번. 짧게 고개를 끄덕여 보인 벨져의 시선이 홀을 크게 둘렀다. 이곳저곳을 배회하다 두 장소를 눈에 담았다. 듣고 있다.

나는 연설을 해야 하니, 너는 단상을 바라보고 서 다오.”

그렇게 하지. 혼자서도 충분하겠지.”

언제나 그랬듯이.”


*


달칵, 문이 닫혔다. 마지막으로 들어온 사람, 익숙한 얼굴. 이글 홀든. 무슨 일이야, 작은 형? 먼저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맞은 편 벽에 기대어 섰다. 팔짱을 꼈다. 벨져 홀든, 그는 이글 홀든을 마주보고 있었다. 무표정. 그 어떤 것도 비치지 않은 얼굴. 긴 시간동안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대답 없는 부름이 흩어져 부서졌다. 무거운 침묵이 그들을 감쌌다. 이글 홀든 또한 가만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무서우리만큼 고요한 침묵은 벨져의 헛웃음으로 깨졌다. . 어이없음. 그것이 다였다.

이글, 최근에 칼집을 새 것으로 바꿨나?”

대답은 빨랐다.

전혀?”


, 다음.


검을 처음 배울 때. 칼집을 쥐는 손은 어디를 잡아야한다고?”


이글 홀든의 시선이 제 왼손으로 향했다. 미간이 찌푸려졌다. 크로스가드 위로 올라온 엄지가 눈에 들어왔다. 그 바로 아래, 나머지 손가락이 줄지어 있었다. 버릇이었다. 3개월, 굳어져버린.

그럴 수도 있……!”

이글 홀든은 터져 나오는 변명을 급히 삼켜야만 했다. 그럴 수도? 오른손, 역수로 잡은 검을 목 가까이 들이밀며 되물었다. 서늘하게 느껴지는 날붙이에 새삼. 금속은 차갑구나, 생각했다. 식은땀이 흘렀다. 입술이 말라갔다. 그것을 축일 침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가까스로 입을 열어 꺼낸 단어는 단 하나였다. 작은 형? 침착함으로 감싼 떨리는 목소리. 눈앞의 그를 불러보지만 대답은 들을 수 없었다. 차게 식은 얼굴. 그것이 전부였다. 오랫동안. 그렇게. 가만히 검을 겨누던 벨져의 대답은 제가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이글 홀든, 이것이 적절한 이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는 비릿하게 웃으며 말했다. 비웃음. 어느 곳을 뜯어봐도 그것은 명백한 비웃음이었다. 칼날이 세워졌다. 목 가까이 다가왔다. 철컥, 높고 차가운 소리가 났다.


네가 칼집을 바꿨다- 해도, 내 동생이란 녀석은 칼날을 갈면 갈았지 겉모양에 신경 쓰는 사람은 아니야.”


흐음, 긴 비음.


, 바꾸지 않았어? 그런 것 치고는 너무 깨끗한 새 무구지. 이글 홀든이 제 검을 언제부터 들고 다녔을 거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해.”


그리고 그는 이글 홀든의 눈을 바로 응시하며 말을 이어갔다. 거침없었다.


홀든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검을 배운다. 기본조차 어물쩍 넘기려는 자는 보지 않아도 뻔해.”


, 네 대답은? 한 쪽 눈썹을 올려 보이며 대답을 요구했다. , 혀를 차는 소리. 이글 홀든은 두 손을 들어올렸다. 그는 머리가 꽤 잘 돌아가는 편이었다. 이곳에서 난동 부려봤자 제가 얻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낮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언제부터? 벨져는 만족스럽다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네가 연회장에 얼굴을 내밀었을 때부터. 막힘없었다. , 웃음인지 한숨인지 모를 신음소리. 이글 홀든은 한 손을 내려 두 눈을 가리고 한 걸음 물러섰다. 나는.


다이무스가 연설을 하고 있을 터. 지금이라면 눈에 띄지 않고 나갈 수 있겠지.”


나는. 그의 얼굴에서 손이 떨어져 내렸다. 허리 아래서 힘없이 흔들렸다. 늘어진 오른손, 검을 잡은 채 들어 올렸던 왼손도 힘없이 늘어뜨렸다. 코끝을 찡그렸다. 눈가가 아팠다. 입술을 깨물고 잔뜩 눌린 목소리. 그는 벨져를 향해 웃었다. 아니, 웃음이 아니었다.

다음에 봐. 작은 형.”


잔뜩 일그러진, 조금의 분노와 툭, 건들면 무언가 터져 나올 것 같은 얼굴. 제 할 말을 끝낸 후에도 여전히 살짝 벌어져 있는 입술. 곧 이를 내어 아랫입술을 말아 물고 고개를 돌렸다. 어깨가 참 작았다. . 칼집 끝이 바닥에 닿는 날카로운 소리. 찰각, 다시 들어 올리는 소리. 그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벨져는 이글 홀든도 저런 표정을 지을 수 있을까, 따위의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칼을 거두었다.


돌아가라.”


나는 홀든이 되고 싶었다. 의미 없는 바람을 씹어 삼키며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었다. 크로스가드에서 엄지를 내렸다. 손을 옮겼다. 여태껏 칼집을 잡고 있던 위치에서 조금 더 내려잡았다. 달칵, 문이 열렸다. 이윽고 작은 방에는 한 사람의 그림자 밖에 남지 않았다.



*



밖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시끄러워졌다.


어머, 머리 묶으셨네요?”


? 봤어? 그게 말이야. 입구까지는 풀고 있었는데, 역시 거추장스러워서.”


킬킬거리며 대답하며 그는 음식이 잔뜩 쌓인 식탁으로 다가갔다. 입맛을 다시며 빈 접시에 한 종류씩 쓸어 담는 모습은 마치, 며칠은 굶은 사람인가.

제가 닫고 나온 문에 기대어 그 모습을 응시하는 표정에는 미묘한 느낌이 있었다. 안도감? 걱정? 따위의 그런 것. 그리고 약간의 웃음. 자유롭게 열려있는 블레이저, 가장 위의 목 단추 한, 두 개 정도는 풀어버린. 이글이 넥타이를 할 녀석이던가. 그리고 낡아빠진 흰 칼집.


뭐야, . 싸워보자고?”


뜬금없이 들려오는 큰 목소리에 하-. 길게 뱉어낸 한 숨. 이마를 짚고 되뇌었다. 이글. 그래, 이글.



***





** 짭글이 너무 슬프조... 누가 비하인드를 그렇게 말해주랬읍니까ㅠㅠㅠㅠㅠㅠ

** 세로드립 조금 힘들었어요. 쓰면서도 억지스럽나.. 싶고()


** 움... 꽤 긴 글인데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__)(' ')


** 수정했습니다....(머리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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칫 엄숙하고 근엄하고 진지하다 믿습니다 내 안의 ...가 깨어난다 영업 중 할많하않 충격! 공포! 둠칫 둠칫 두둠칫
파이팅!! 고마워~ 졌어... 히힣 극대노 미안! 거울 앞에서 자의식 과잉된 십대 라이언
저는 지금 극공입니다. 훠이훠이 하.하.하. 매우 화가 납니다. 총기 손질중입니다. 저와 한 판 붙어보시겠습니까? 당신에 대한 정확한 진단 안돼!
뭐가 궁금하죠? 축하드립니다. 너에게는 뭐든 주고 싶어. 칭찬 드립니다. 대-단하십니다. 내겐 보여, 너의 죽음 당신을 믿습니다. 이런 미래는 싫어!
감사합니다. 기쁩니다. 축하합니다. 칭찬해 드리죠. 놀랍군요. 심기가 불편합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짝.짝.짝.짝 고마워... 멋있어... 지금 이게 뭐하시는 거죠? 대다나다 히에엑... 헉! 깜짝 놀랐습니다. 그만해!!!!!
옳소! 감탄했습니다. 흐음 후회할거요! 감사합니다. 놀랐습니다. 충격을 받았습니다.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정색) 축하드립니다. 칭찬해 드립니다. 놀랍군요. 매우 화가 나네요. 큰 충격입니다. 놀랍군요.
이럴수가... 감히! 네가! 아니?! 장하군! 응?! 좋다! 그건 아니다! 고맙다!
감사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매우 화가 나는군요 가슴이 두근거리네요 좌절상태입니다 감탄했습니다 칭찬합니다
멋지군! 좋았어! 하하! 축하하오! 아아.. 5분전인데. 커피한잔 하겠소?
승리의 정유년! 정의로운 새해복! 극.한.공.성. 복! 받아랏! 음~ 직장인의 정석
많이 배웠습니다! 대단합니다! ?!! 축하드립니다 뭔가.. 부족해요 짝짝짝! 각오하세요! 으윽!
성탄의 축복을~! 메리 X-MAS~! 화이트 크리스마스야 해피~ 크리스마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성탄이구나~
Good! Thank U Missing U Useless It's pretty good Oops WHY! Please wait
멜빈 미이라와 고스트 제피 할로윈에는 카를로스호박 히카르도의 사탕 탄야의 마녀 분장..? 잭-슈타인 강시 루시
기자님의 감탄사 : 호-오! 기자님의 일과 : 신문 보기 기자님의 사과 : 이거 실례! 기자님이 놀라면 : 어이쿠! 기분이 좋아 보이는 잭 기분이 나빠 보이는 잭 천진난만한 잭 상큼한 인사를 날리는 잭
좋군요! 좋은 시간 되소서 Merry 추석~! 우와~! 호~오! 가득해요~! 짱인데! 품위있군
Chu~♡ 파이팅! 우와앙.. 졌어 ㅠㅠ 이겼다! 흐~음? 뜨헉! 돼.. 됐거든! 사.. 살쪘..!
훌륭합니다 궁금하네요 에구머니나! 슬프네요... 경멸스럽군요.. 후훗~ 뭐라고 하셨죠? 이, 이럴수가...!
아이작의 멋진 모습 이글이라 샤샤샤~ 트리비아 슬라이딩 시바 포는 달린다 까미유도 달린다 라이샌더 달린다 마를렌 점프! 샬럿 점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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